설교자 분석
이야기가 운반하는 복음: 홍정길 목사의 주제설교 스타일
강해설교자라는 이름표
홍정길 목사는 스스로 이렇게 말한다. “강해설교를 하기 때문에 설교 슬럼프가 없다. 성경 본문만 보면 자연히 풀려간다.” 한국 복음주의권 안에서도 그는 오랫동안 강해설교자로 분류되어 왔다. 옥한흠(사랑의교회)·하용조(온누리교회)·이동원(지구촌교회)과 함께 ‘복음주의 4인방’으로 불리며 한국교회 설교 지형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온 그의 이름에는 ‘성경 중심’, ‘본문 집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런데 실제 설교를 꼼꼼히 들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철학도에서 목사로
홍정길 목사는 1942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났다. 숭실대학교 철학과에 재학 중이던 1965년, 스물셋의 나이에 예수를 영접했다. 이후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활동하며 신앙의 기초를 다졌고, 총신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1972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신학교 시절 정암 박윤선 박사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으며, 이 인연은 그를 합신(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신학) 교단의 개혁신학 흐름 안에 자리 잡게 했다.
1973년 구리중앙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고, 1976년 남서울교회를 개척했다. 이후 1995년에는 남서울은혜교회를 분립·개척했는데, 예배 장소보다 성도 공동체를 앞세운다는 의미에서 ‘건물 없는 교회’의 원조 격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평생 23개 교회를 개척했으며, 한국해외선교회(GMF)와 해외 유학생 선교대회 코스타(KOSTA)를 이끌었다.
본문은 출발점, 이야기가 뼈대
홍정길 목사의 설교에서 성경 본문은 절별로 분석되기보다 핵심 키워드를 끌어내는 출발점 역할을 한다. 설교는 그 키워드를 붙잡고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맥락, 또는 목회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이야기 쪽으로 흘러간다. 예배 공간 안에서 들을 때는 강해설교의 문법—본문, 주석, 적용—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무게중심은 이야기에 있다.
그의 설교에서 뼈대를 이루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장면들—전쟁, 분단, 경제 성장, 민주화—이 복음의 큰 그림 안에 배치된다. 둘째, 목회 40여 년 동안 그가 직접 만난 인물들의 이야기가 구체적인 배경과 함께 등장한다. 셋째, 기독교계와 사회 지도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예화를 살찌우는 수단으로 쓰인다. 이 세 층위가 교차하는 방식이 그의 설교에 독특한 밀도를 만들어낸다.
설교학적으로 분류하자면, 이 방식은 ‘주제설교-내러티브 혼합형’에 가깝다. 본문은 주제를 정당화하는 권위를 부여하고, 이야기는 그 주제에 살과 피를 입힌다. 강해설교가 본문을 분석하면서 신학적 질문을 따라가는 수직 운동이라면, 홍 목사의 설교는 주제를 가로축에 놓고 역사와 삶을 가로지르는 수평 운동에 가깝다. 이 두 방향을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적이 아님은 말할 나위 없다.
결단보다 동행, 촉구보다 격려
홍정길 목사의 설교 어조에서 가장 뚜렷하게 관찰되는 특징은 격려의 언어다. 한국 강단 설교에서 흔히 나타나는 강렬한 결단 촉구나 회개의 긴박성 대신, 그의 설교는 청중을 일으켜 세우고 함께 걸어가는 감각으로 채워진다.
이 격려의 어조는 그의 목회 자기 반성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홍 목사는 2013년 전후로 자신의 40여 년 목회를 “실패”라고 규정하면서, 미국 대형 교회 모델—로버트 슐러, 대형 예배당, 숫자의 성장—을 좇았던 것을 공개적으로 후회했다. “나는 가짜 목사였다”는 발언도 이 시기에 나왔다. 제자훈련 방식의 모순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 솔직한 자기 검토는 설교단에서의 어조를 형성한다. 강압적인 결론이 아니라 초대의 방식으로 마무리되는 설교는, 자신도 여전히 길 위에 있다는 설교자의 자기 이해를 담는다.
원어 분석이나 역사문화적 배경 설명은 그의 설교에서 드물다. 박윤선 박사로부터 받은 개혁신학의 토대가 신학적 골격을 이루지만, 그것은 헬라어나 히브리어 단어 분석의 형태로 표면에 드러나기보다 복음 이해의 전제로서 조용히 작동한다.
교회와 사회 사이
홍정길 목사의 목회에는 사회적 관심이 일관되게 흐른다. 밀알학교와 자활상점 굿윌스토어를 통한 자폐·지적장애인 교육과 자립 지원, 남북나눔운동을 통한 북한 기아 돕기는 설교단에서 발화된 확신이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된 사례들이다. 한국해외선교회(GMF)와 코스타를 이끌며 해외 한인 신앙 공동체와의 연대를 만들어간 것도 이 맥락과 잇닿는다.
이 사회적 지향은 설교 안으로도 들어온다. 한국 근현대사의 장면들이 예화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복음이 역사 안에서 작동한다는 확신을 반영한다. 설교에서 던지는 질문은 “당신은 결단했습니까”보다 “하나님이 이 역사 안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보이십니까, 그 일에 함께하겠습니까”에 가깝다.
나가며
홍정길 목사의 설교 스타일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야기가 운반하는 복음’에 가깝다. 성경 본문이 주제를 발화하고, 역사와 목회 현장에서 끌어온 이야기가 그 주제를 청중의 삶에 연결한다. 강해설교자라는 자기 이해와 실제 전달 방식 사이의 거리가 있다는 점이 오히려 흥미롭다. 그는 본문을 깊이 신뢰하되, 그 신뢰를 절별 주석이 아니라 살아있는 이야기를 통해 표현하는 설교자다.
디디모랩 자료집을 홍정길 목사 방식의 주제설교에 연결한다면, 본문 키워드가 실제로 해당 성경 단락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원어 배경과 역사적 맥락을 포함해—를 점검하는 도구로 가장 잘 어울린다. 주제는 선명하게 붙잡되, 그 주제가 본문 자체에서 얼마나 지지되는지 확인하고 싶은 설교자에게 자료집의 본문 개관과 키워드 섹션이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된다.
한국 근현대사의 구체적 장면을 예화로 깊이 파고드는 홍정길 목사의 습관과 비슷한 작업을 하고 싶다면, 하나의 역사적 주제를 본문 너머까지 추적하는 팔로업 리서치 자료집도 참고할 만하다. 로마서의 후견인 제도를 다룬 팔로업 리서치 샘플은 본문 하나에서 출발해 역사적 배경을 한 겹 더 깊이 파고드는 방식을 보여준다.
참고자료
- 홍정길, 위키백과 한국어 항목: https://ko.wikipedia.org/wiki/%ED%99%8D%EC%A0%95%EA%B8%B8
- 뉴스앤조이, “민족·역사 품지 못한 홍정길 목사의 설교”: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4942
- 뉴스앤조이, “홍정길 목사 ‘나의 목회는 실패’”: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5142
- 크리스찬투데이, “홍정길 목사 ‘나는 가짜 목사였다’”: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310949
- 기독교신문, “[인물]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원로목사”: http://gdknews.kr/news/view.php?no=16166
- 아이굿뉴스, “홍정길 목사 은퇴…복음주의 4인방 물러나”: https://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3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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