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강단 위의 시인: 소강석 목사의 성경 인물 내러티브 설교
강단 위의 시인
경기도 용인 죽전에 자리한 새에덴교회는 1988년 서울 가락동 지하 23평 공간에서 시작했다. 개척 당시 소강석 목사는 서른이 채 안 된 젊은 목회자였다. 그로부터 35여 년이 지난 지금, 새에덴교회는 등록 교인 약 4만 5천 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소강석 목사는 2020년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제105회 총회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그의 정체성에서 목회자만큼이나 뚜렷한 또 하나의 축이 있다. 1995년 월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2023년까지 13권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황순원 문학상·윤동주 문학상·천상병 문학대상·기독교문학대상을 수상했다. 국민일보에 「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을 연재하기도 했다. 이 이중 정체성—목회자이자 시인—은 그의 설교 스타일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세 가지 축으로 그의 스타일을 미리 짚어두자.
- 설교 구조: 인물 중심 내러티브—성경 인물의 심리를 분석하고, 갈등→해소→결단의 플롯으로 전개
- 강조점: 청중의 감정적 공명과 결단(적용)—회중 참여도가 매우 높은 전달 방식, 솔직한 자기 노출과 유머로 권위의 거리를 좁히는 태도
- 원어·역사 배경 활용: 내러티브의 배경막 역할로 기능하며, 원어 주석보다 이야기 구성과 언어의 질감이 1차 도구
성경 인물을 심리의 언어로 읽다
소강석 목사 설교의 가장 두드러진 구조적 특징은 성경 인물 중심의 내러티브 접근이다. 그는 2006년 한 세미나에서 내러티브 설교를 이렇게 정의했다: “성경을 사건 드라마로 보고, 문장으로 기록되기 전 생생한 이야기를 끌어내 오늘의 이야기로 재구성하여 이야기하는 것.”
이 과정에서 성경 인물의 내면—감정·동기·갈등·선택—이 설교의 주요 분석 대상이 된다.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처한 상황의 심리적 긴장을 언어화하고, 청중이 그 인물의 내면 여정에 공감하도록 안내하는 방식이다. 청중은 성경 인물에 자신을 이입함으로써 텍스트와 직접 접촉하게 된다.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살아있는 경험으로서의 말씀이다.
이 접근법은 강해설교나 3대지(three-point) 형식이 아니다. 강해가 본문의 신학적 의미를 체계적으로 풀어내는 수직적 운동이라면, 인물 내러티브는 이야기를 따라 수평으로 펼쳐지다가 청중의 결단 지점에서 수렴하는 운동이다.
갈등→심화→해소→결단: 내러티브의 플롯
소강석 목사가 명시적으로 설명한 내러티브 설교의 구조가 있다: “갈등을 찾아서 분석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복음을 제시한 후 결과를 기대하는 것.” 이 네 단계—갈등 발견→심화→해소→결단—가 그의 설교 전개의 기본 플롯으로 반복된다.
설교는 성경 본문 안에서 갈등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물이 처한 딜레마, 위기, 내면의 모순이 도입부에서 선명하게 부각된다. 중반부에서는 그 갈등이 심화되고 청중이 그 긴장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이어서 복음의 실마리가 제시되고, 마지막으로 청중의 결단과 적용이 촉구된다. 이 구조는 설교를 명제의 전달이 아니라 드라마적 경험으로 만든다.
실천적 의미에서 이 구조는 청중이 수동적으로 교훈을 수신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 능동적으로 의미를 형성해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시적 텍스처와 설교 언어
소강석 목사가 시인이라는 사실은 설교의 표면적 수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언어 감각 자체의 층위에서 작동한다. 1995년 등단 후 2004년 첫 시집 《어젯밤 꿈을 꾸었습니다》를 내고, 2023년 열세 번째 시집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시를 써 온 문인의 언어 훈련이 강단 언어와 통합된 결과다.
그의 설교 언어에는 구체적인 이미지, 감각적 묘사, 정서적으로 충전된 어휘가 특징적으로 등장한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삽입된 수사적 장치가 아니라 언어 생산 방식 자체에서 비롯하는 질감이다. 문학상을 받은 시인이 강단 언어를 구성할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가를 직접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국민일보 연재 「詩로 쓰는 성경 인물」은 이 두 정체성이 가장 직접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이다. 성경 인물의 내면을 시의 형식으로 재구성하는 이 작업은 설교 준비와 동일한 상상력을 다른 매체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회중을 무대 위로: 참여형 전달
소강석 목사의 설교에서 회중은 수동적 청중이 아니다. 콜앤리스폰스(call-and-response) 방식—설교자의 낭독이나 구절에 회중이 함께 따라 읽거나 응답하는 패턴—이 전달 방식 안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로 인해 예배가 설교를 ‘듣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으로 구성된다.
이 참여 방식과 연결되는 개념이 자기 낮춤의 설교 태도다. 소강석 목사는 목회자의 정형화된 권위와 격식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청중에게 다가간다고 밝혀왔다. 설교학자 요한 H. 실리에(Johan H. Cilliers)는 설교자가 격식을 벗고 자기를 낮춰 청중에게 다가가는 이런 태도를 ‘광대 설교’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바 있다.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전개, 대중가요 선율에 기독교 가사를 얹어 함께 부르는 방식도 이 연장선에 있다.
전달 방식 자체가 내러티브 설교의 철학과 일관된다. 이야기가 청중을 주인공으로 끌어들이듯, 전달 방식도 청중을 참여자로 끌어들인다.
솔직한 예화와 유머: 자기를 낮추는 전달
이 자기 낮춤의 태도가 소강석 목사에게서 단순한 수사적 표어에 머물지 않는 지점이 있다. 그는 자신의 약점—외모에 대한 자조, 목회 중 겪은 실패와 좌절, 나이 들어가는 몸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강단에서 감추지 않고 꺼내 놓는 방식으로 설교한다. 권위 있는 존재로 자신을 세우는 대신, 청중과 같은 자리에 서 있는 한 사람의 약함을 먼저 드러내는 것이다.
이 자기 노출은 진지한 정서적 고백으로만 흐르지 않고,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와 함께 배치된다. 무거운 신학적 주제로 곧장 들어가기 전에, 청중을 웃게 만드는 짧은 자기 비하나 일상의 에피소드로 긴장을 풀어놓는 것이다. 이 순서—먼저 웃기고, 그다음 무너뜨리고, 마지막에 위로한다—는 앞서 언급한 자기 낮춤의 태도가 실제 설교에서 구현되는 방식이다. 유머가 권위의 거리를 없애면, 그 자리에서 청중은 자신의 약함도 방어 없이 인정할 수 있는 공간을 얻는다.
이런 화법은 그의 인물 내러티브 설교와도 맞물린다. 성경 인물의 실패와 수치를 다룰 때, 설교자가 먼저 자신의 실패를 웃음 섞인 솔직함으로 인정해두면, 청중은 인물의 이야기를 관찰자가 아니라 동병상련의 자리에서 받아들이게 된다. 솔직한 예화와 유머는 곁가지 장식이 아니라, 그의 설교가 의도하는 정서적 공명을 만들어내는 핵심 장치다.
세속 문화를 통한 진입
설교의 도입부에서 세속 문화 소재—대중가요, 문학 작품, 시사, 예술—를 활용하는 패턴이 두드러진다. 이것은 이야기의 입구를 청중에게 익숙한 감각에서 시작해야 청중이 낯설지 않게 내러티브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실천적 원리다. 기독교 배경이 없는 청중에게도 첫 진입점이 열린다.
문학·예술에 대한 관심은 그가 오랜 기간 시인으로 활동해 온 배경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세속 문화 소재의 활용은 도구적 장치이기 이전에, 시인으로서 폭넓은 문화적 영역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방식이 설교 준비 과정에 그대로 스며든 결과이기도 하다.
원어와 역사적 배경의 위치
소강석 목사는 미국 낙스 신학교(Knox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D.Min)를 취득했으며(1999), 개혁신학대학원(1996년~)과 광신대학교(2005년~)에서 강의해 왔다. 학문적 훈련의 깊이가 있다.
그러나 설교에서 헬라어·히브리어 원어 분석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역사적·문화적 배경도 내러티브의 씬(scene)을 살리는 배경막으로 기능하는 경향이 있다. 이 설교의 1차 도구는 원어 주석이 아니라 이야기의 구성과 언어의 질감이다. 신학적 논증보다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청중이 감정적으로 공명하고 실질적 결단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이 스타일의 방향이다.
나가며
소강석 목사의 설교 스타일은 성경 인물의 심리를 파고드는 내러티브, 시인의 언어적 감수성, 격식을 내려놓는 솔직한 자기 노출과 유머, 그리고 높은 회중 참여도라는 네 축이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다.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 전개되다가 결국 청중의 결단 지점에서 수렴하는 이 방식은 “주제설교와 적용” 챕터의 다른 설교자들과 공통된 방향성—청중을 삶의 변화로 이끄는 것—을 공유하면서도, 시인의 눈을 거친 언어와 자신을 낮추는 유머라는 고유한 질감을 갖는다.
디디모랩 자료집과 연결하자면, 인물 중심 내러티브 설교를 준비할 때 자료집의 역사적 배경 섹션과 본문 개관을 활용해 해당 인물이 처한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확인하는 것이 유효하다. 서사의 밀도를 높이려면 본문의 배경이 탄탄해야 하고, 그 위에 설교자 자신의 솔직한 예화를 얹을 때 인물과 청중 사이의 정서적 거리가 좁혀진다. 자료집의 적용 섹션은 인물의 결단을 청중의 결단으로 전환하는 지점에서, 결단 촉구가 구체적 삶의 언어로 착지하도록 돕는다.
참고자료
- 소강석, 위키백과 (한국어): https://ko.wikipedia.org/wiki/%EC%86%8C%EA%B0%95%EC%84%9D
- 소강석,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86%8C%EA%B0%95%EC%84%9D
- 소강석 목사 세미나 「내러티브(narrative) 설교」 보고, 아멘넷 (2006): https://usaamen.net/bbs/board.php?bo_table=data&wr_id=775
- “소강석 목사는 왜 변했을까?”, 미주뉴스앤조이: https://www.newsnjoy.us/news/articleView.html?idxno=25473
- “소강석 목사는 누구인가?”, 개혁타임즈: https://www.reformed.or.kr/news/articleView.html?idxno=46
- 소강석, 13번째 시집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출간, 한국경제 (2023):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2054881Y
- “소강석 목사 ‘시는 고통이지만, 새롭게 태어나는 즐거움’”, 크리스천투데이: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372540
- 새에덴교회 공식 담임목사 소개: https://www.saeeden.kr/main/sub.html?pageCode=4
- “[기자수첩] 소강석 목사의 설교 논란에 입 연 신학자들”, 에큐메니칼프레스: http://www.ecumenicalpress.co.kr/m/page/view.php?no=5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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