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알고 보니
요한1서 5:7의 '하늘의 세 증인' — 16세기 이전 헬라어 사본에는 없는 구절이었다
개역개정으로 요한1서 5:7을 펼치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하늘에서 증언하는 이가 셋이니 아버지와 말씀과 성령이라 또한 이 셋은 하나이니라.” 삼위일체를 이보다 명확하게 표현한 문장은 신약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구절은 16세기 이전에 작성된 헬라어 신약성경 사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시내 사본(Codex Sinaiticus, 4세기) 요한1서 5:7-8 해당 부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완전한 헬라어 신약 사본으로, ‘하늘의 세 증인’ 구절이 전혀 없다. British Library 소장 · Public Domain.
콤마 요한네움이란
학자들은 요한1서 5:7-8의 문제 구절에 라틴어 학술 용어를 붙였다. Comma Johanneum, 즉 ‘요한의 절(節)‘이다. 구체적으로 “아버지와 말씀과 성령”을 언급하는 ‘하늘의 세 증인’ 부분이 콤마 요한네움이다.
브루스 메츠거(Bruce M. Metzger)의 『헬라어 신약성경 본문비평 주석』(A Textual Commentary on the Greek New Testament, 2판, Deutsche Bibelgesellschaft / United Bible Societies, 1994)은 이 문제를 상세히 다루는 표준 참고서다. 메츠거의 결론은 분명하다. 콤마 요한네움은 16세기 이전에 작성된 헬라어 사본 단 하나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라틴어 번역 전통에서는 4세기경부터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6세기 이후에는 일부 라틴어 사본에 등장하지만, 헬라어 사본으로의 유입은 훨씬 나중의 일이다.
에라스무스와 코덱스 몬트포르티아누스
16세기 신학자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 c. 1466-1536)는 1516년과 1519년, 두 차례에 걸쳐 헬라어 신약성경 비평본을 편찬했다. 두 판 모두 이 구절을 포함하지 않았다. 자신이 검토한 헬라어 사본 어디에도 이 구절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발은 거셌다. 삼위일체를 명시한 구절을 빼는 것은 교리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던 중 아일랜드에서 헬라어 사본 하나가 제출됐다. 이른바 코덱스 몬트포르티아누스(Codex Montfortianus, 사본 번호 MS 61, 약 1520년)였다. 에라스무스는 1522년 3판에 이 사본을 근거로 해당 구절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주석에는 의심이 담겨 있었다. 이 사본의 헬라어가 라틴어를 역번역한 흔적을 보인다는 것이다.
후대의 학자들은 에라스무스의 의심이 옳았음을 확인했다. 토미 워서만(Tommy Wasserman)은 2015년 논문(“The Johannine Comma”, Andrews University Seminary Studies 53, no. 1)에서 MS 61이 에라스무스의 요구에 맞춰 새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리했다. 역번역 현상, 사본 제작 시기, 그리고 다른 현존 헬라어 사본들과의 이질성이 모두 이를 가리킨다.
한스 홀바인 2세 · 〈에라스무스〉 · 1523년 · Kunstmuseum Basel 소장 · Public Domain. 에라스무스가 헬라어 신약성경 비평본 편찬에 몰두하던 시기에 그린 초상화다.
오늘날의 비평 본문과 교리적 함의
현재 신약성경 학자들의 기준 판본인 NA28(Nestle-Aland 28판)과 UBS5(United Bible Societies 5판)는 콤마 요한네움을 본문에 싣지 않는다. 한국어 개역개정이 이 구절을 포함하는 것은, 번역의 기저가 된 흠정역(KJV, 1611년)이 에라스무스의 1522년 3판 전통을 따랐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발견이 삼위일체 교리를 흔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위일체는 콤마 요한네움과 무관하게 여러 독립적인 성경 본문으로 확립된다. 마태복음 28:19의 세례 명령(“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고린도후서 13:13의 삼중 축도, 에베소서 2:18 등은 이 구절이 없어도 삼위일체를 가리키는 본문들이다.
오히려 이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다른 차원의 엄밀함이다. 성경이 우리 손에 닿기까지 얼마나 복잡한 역사적 경로를 거쳤는지, 그리고 그 경로를 추적하는 본문비평 작업이 왜 필요한지를 이 한 구절의 역사가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6세기에 라틴어 전통에서 유입된 구절 하나가 4세기 동안 인쇄된 성경에 실려 왔다는 사실은, 사본과 비평본문을 함께 보는 일이 지금도 의미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참고 자료
- Bruce M. Metzger, A Textual Commentary on the Greek New Testament, 2nd ed. (Deutsche Bibelgesellschaft / United Bible Societies, 1994), pp. 647–649
- Tommy Wasserman, “The Johannine Comma (1 John 5:7–8),” Andrews University Seminary Studies 53, no. 1 (2015): 3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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