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한문덕 목사의 설교 스타일 — 현실에서 출발해 침묵으로 닫히는 하늘뜻펴기

한문덕 목사는 향린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 종로구)의 담임 목사다. 2024년 11월 취임 이후 매주 “하늘뜻펴기”라는 이름으로 설교를 이어오고 있다. 학계 연구나 언론 보도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이름이지만, 그의 설교는 분명한 스타일을 지닌다. 이 글은 2024년 1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유튜브에 게시된 10편의 설교 자막을 직접 분석한 결과를 담는다.

”하늘뜻펴기”라는 이름이 말해주는 것

향린교회는 설교를 “하늘뜻펴기”라고 부른다. 단순한 교회 용어처럼 보이지만, 이 이름은 한문덕 목사의 설교 방향을 정확히 압축한다. 그의 설교는 하나님의 뜻을 선포하는 행위인 동시에, 그 뜻을 지금 이 시대의 현실 안에서 펼쳐 읽는 작업이다.

취임 직후 첫 설교(2024-11-24, “참된 복음의 시작”)에서 그는 향린교회의 창립 정신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창립 정신으로부터 사회선교, 통일선교, 우리가락 예배, 교회의 민주주의와 분가 선교, 안병무 선생님의 민중신학, 생태적 전환에 이르기까지, 그 하나하나가 실제로 모두 치열한 우리 선배들의 신앙적 고민과 묵직한 책임감 때문에 나온 것들입니다.” 민중신학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그것을 과거의 유산으로 전시하는 대신, 지금의 설교로 살아낼 것을 공언하는 방식이다. 설교 본문인 마가복음 서두의 “복음의 시작”이 왜 “시작”으로만 끝나는지를 추적하며, “복음의 본론은 저와 여러분의 손과 발에 달렸습니다”라는 결론으로 향린교회 평신도 교회 이상과 연결한다. 70년 역사의 교회를 넘겨받은 신임 담임 목사의 첫 설교로서, 신학적 위치를 선명히 드러낸다.

현실에서 출발하는 설교

한문덕 목사의 설교는 예외 없이 현실 관찰에서 시작한다. 2024년 12월 15일 설교(“참 하나님인 참 인간”)는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을 직접 다루며 시작한다. “소름이 돋고 자괴감이 들고 화도 나고 애가 타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목사의 개인적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발화하는 이 방식은 장식적 수사가 아니라, 회중과 동일한 현실 안에 있는 설교자를 드러내는 선택이다.

2025년 11월 2일 설교(“슬기로운 선택”)에서는 부임 직전 원로 목사에게 했던 고백을 설교 앞부분에 그대로 꺼낸다. “향린에 갈 때는 죽으러 갑니다.” 부임 한 달 만에 계엄이 선포되었고, 새벽 청년회가 전태일 거리 기도회를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맥락을 연결한 뒤 누가복음 16장 청지기 비유로 향한다.

이 구조는 분석한 모든 설교에서 반복된다. 현실 진술 → 신학적 성찰 → 성경 본문 → 실천적 귀환. 현실은 설교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예화가 아니라, 본문이 대답해야 할 질문의 장소다. 2026년 5월 31일 설교(“사회선교와 연대의 힘”)에서는 당회 워크숍에서 교인이 제시한 질문 — “왜 교회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가”, “왜 세월호 유족을 위로하러 가는가” — 을 설교의 시작점으로 삼고, 이에 대한 신학적 답을 본문(사도행전 1장)에서 찾아 나간다.

역사와 본문을 잇는 주해 방식

한문덕 목사는 본문 해석에서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일관되게 활용한다. 2025년 11월 23일 설교(“마주한 낯섦”)에서는 그레코-로만 세계의 다신론 전통을 설명하면서 사도행전 17장 아테네의 “알지 못하는 신에게” 제단을 독해한다. 인간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야 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당대 종교 체계 안에서, “혹시 내가 모르는 가장 강한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어떻게 그 제단을 낳았는지를 추적한다. 그 위에서 바울이 그 제단을 복음 선포의 출발점으로 삼은 전략적 의미를 드러낸다.

2026년 5월 31일 설교에서는 그리스어 “파루시아(παρουσία)“를 소개한다. 예수 재림을 뜻하는 이 단어가 당대에는 통치자나 고위 인물의 공식 입성을 가리키는 정치 용어였다는 맥락을 제시하며, 바울의 재림 선포가 로마 제국의 정치적 언어를 역용한 것임을 설명한다. 원어를 전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어가 담긴 당대 사회의 맥락을 열어 보임으로써 본문의 긴장을 회중이 실감하게 하는 방식이다.

학문·시·시사가 한 설교 안에 — 예화의 층위

한문덕 목사의 설교 예화는 다층적이다. 2024년 12월 29일 설교(“다 이루었다”)에서는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임종 연구를 인용하며, 죽음을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의 단계로 경험하는 심리를 임종 목회와 연결한다. “내가 태어날 때 너는 울었지만, 세상이 기뻐하는 삶을 살아라”는 나바호 족의 격언으로 마무리하며, 학문적 자료가 문화적 지혜로 이행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2026년 4월 5일 부활절 설교(“갈릴리의 희망”)에서는 아폴로 11호 달 착륙 당시 버즈 올드린이 우주선 안에서 최초로 성찬식을 거행했다는 사실을 예화로 가져온다. 윤영초 시인의 “12월의 기도”(2025년 12월 7일 설교)나 1980년대 대학가의 저항 노래 “타는 마음으로”(2024년 12월 15일 설교)는 설교 안에 시와 노래의 자리를 만든다.

이 예화들은 장식적이지 않다. 퀴블러-로스의 연구는 죽음의 신학과 공동체 목회를 이어주고, 버즈 올드린의 성찬식은 우주 공간에서도 이어지는 예배의 의미를 부활과 연결한다. 저항 노래를 설교 중 직접 부르는 선택은, 12·3 계엄 정국 안에서 공동체가 함께 품어야 할 감정을 언어 이전의 방식으로 공유하려는 시도다.

침묵으로 닫히는 설교

분석한 10편의 설교 모두는 동일한 방식으로 끝난다. “다 함께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설교의 마지막이 회중을 향한 결단의 촉구 대신 침묵으로 귀결되는 패턴은, 선포된 말씀을 개인의 내면에서 소화하는 시간을 공동체 예배의 구조 안에 배치하는 선택이다.

2025년 11월 23일 설교 도입부에서 그는 향린교회 정관 11조를 직접 인용했다. “교인은 정기 예배에 성실히 참여하고 교회의 정신을 존중하며 헌금과 봉사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할 의무를 가진다.” 교회 정관을 설교에서 성경 본문처럼 읽는 이 방식은, 그의 설교가 향린교회라는 70년 공동체의 역사와 약속 안에서 발화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한문덕 목사의 설교는 출판된 연구나 언론 보도로 정리된 적 없는 현재 진행형의 사역이다. 민중신학 전통, 시대 직시, 역사적 주해, 다층적 예화, 공동체적 침묵이 한 강단에서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그의 “하늘뜻펴기”는 매주 실험하고 있다.


참고 영상

이 글에서 인용한 설교는 모두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직접 자막을 분석한 것입니다.

  1. 참된 복음의 시작 (2024-11-24)
  2. 어찌 내가 아끼지 않겠느냐? (2024-12-01)
  3. 참 하나님인 참 인간 (2024-12-15)
  4. 다 이루었다 (2024-12-29)
  5. 슬기로운 선택 (2025-11-02)
  6. 마주한 낯섦 (2025-11-23)
  7.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고 (2025-12-07)
  8. 예! 여기 있습니다! (2026-03-22)
  9. 갈릴리의 희망 (2026-04-05)
  10. 사회선교와 연대의 힘 (2026-05-31)

숨은 고수를 찾습니다. 연구 자료나 언론 보도는 없지만 탁월한 설교자를 알고 계신다면, didymus@didymuslab.com으로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

댓글

댓글을 불러오는 중...

댓글 남기기

작성한 댓글은 검토 후 공개됩니다. 이름과 댓글 내용만 저장되며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습니다.

이런 글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