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단순하고 절대적인 진리 — 정필도 목사의 본문 중심 강해

정필도 목사(1941~2022)는 1975년 6월 1일 부산 수영로에서 수영로교회를 개척해 36년간 담임으로 섬긴 뒤 2011년 원로목사로 추대되었다. 담임 기간 중 교회는 약 3만 5천 명 성도 규모로 성장해 부산 최대 교회가 되었다. 경기중·고등학교를 거쳐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를, 미국 개혁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D.Min.)를 마쳤고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명예박사를 받았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장,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재단이사를 지냈으며 국내 220여 회, 해외 180여 회 이상 집회를 인도했다. 한 교회를 개척부터 은퇴까지 36년간 담임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설교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제가 된다 — 그의 강해는 단발성 집회 설교가 아니라, 같은 회중을 수십 년간 마주하며 벼려진 결과다.

설교는 강연이 아니다

2023년 크리스천투데이가 소개한 이상규 교수의 학술 발표는 정필도 목사 본인의 설교관을 이렇게 재인용한다.

“설교는 강연도 아니고 시사평론도 아니며 주관적인 경험을 말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철저하게 본문 중심이어야 한다”

정필도 목사 자신의 이 정의가 하는 일은 단순히 설교의 본질을 규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정확히 세 가지 대체물을 지목한다 — 강연은 본문을 정보로, 시사평론은 본문을 시사 이슈로, 개인적 경험담은 본문을 설교자 자신의 이야기로 대체하려는 유혹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 한국 교회 강단에서 실제로 낯설지 않은 함정들이며, 그의 정의는 그중 어느 것도 본문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지 못하도록 미리 선을 긋는 부정문의 형태를 취한다.

1975년부터 2005년까지 30년간 주일설교 1,626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구약 34%·신약 66%의 비율로 양쪽 본문을 균형 있게 다뤘다. 창세기, 잠언, 마태복음, 요한복음은 연속 강해 형태로 설교한 기록이 남아 있다. 30년에 걸쳐 이런 균형을 유지했다는 것은 단발성의 선택이 아니라 지속된 원칙이었다는 뜻이다. 한 책을 몇 년에 걸쳐 연속으로 강해하는 방식은, 같은 회중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에 걸쳐 한 책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든다 — 이는 인상적인 본문 몇 구절만 반복해 듣는 편식형 신앙과는 다른, 폭넓은 성경 문해력을 회중 안에 누적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알레고리를 지양한 문자적 읽기

그의 강해는 2~3개의 대지로 논리적으로 전개되며, 본문을 임의로 영적 상징에 대입하는 알레고리적 해석 대신 본문의 문자적·역사적 의미를 충실히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 추상적 신학 논의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적용을 강조한 것도 같은 원칙에서 나온다.

“왜곡된 진리는 화려하게 덧칠하여 꾸며집니다… 참된 진리는 단순하고 절대적입니다”

이 발언은 그의 설교 언어가 왜 장식적 수사보다 단순함을 택했는지 설명해준다. 이는 표현력의 한계가 아니라 의도적인 신학적 선택이다 — 진리 자체가 단순하고 절대적이라면, 그것을 전달하는 언어가 지나치게 화려해지는 순간 오히려 진리와 멀어질 위험이 생긴다는 논리다. 알레고리적 해석을 지양하는 것과 장식적 언어를 지양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별개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같은 하나의 신념 — 본문과 진리는 그 자체로 충분하며 설교자가 덧붙이는 수사적 장치는 오히려 그것을 흐릴 수 있다는 신념 — 에서 나온 두 갈래다.

설교자로 빚어진 시간

그가 설교자로 성장한 과정에는 오랜 경청과 분석의 시간이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많은 명설교가들의 설교를 듣고 연구하고 분석해 왔다”

“젊은 시절에는 한 목사님의 설교 테이프를 100개 이상 사서 듣기도 했다”

한 설교자의 설교를 백 편 넘게 반복해 듣는 훈련은 단순한 일화가 아니라, 그의 단순한 설교 언어가 화려한 수사를 몰라서가 아니라 충분히 접해본 뒤에 의도적으로 선택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다양한 명설교가들의 설교를 폭넓게 연구한 사람이 결국 도달한 결론이 ‘단순함’이었다는 사실은, 그 단순함에 무게를 더해준다.

목회 삼대 정신

수영로교회 공식 홈페이지에 남아 있는 그의 목회철학은 헌신·은혜·사랑 세 가지로 요약된다. 헌신은 “황소처럼 전심전력으로 사역하며 말씀 연구에 힘쓰는” 태도를 뜻하고, 은혜는 목회자 자신이 먼저 은혜로 충만해야 한다는 원칙이며, 사랑은 “목회현장의 최종적인 목표”로 명시되어 있다. 이 중 ‘은혜’의 자리는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 설교자가 먼저 은혜로 채워져야 한다는 전제는, 설교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설교자 자신의 영적 상태에서 흘러나오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설교자를 그리스도를 기억나게 하는 매개로 규정하는 관점과 어휘는 다르지만 구조적으로 통하는 지점이 있다. 그는 또한 “목회는 하나님이 하신다. 목회는 주님이 하시는 일이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로 자신의 사역을 설명했다.

2022년 3월 별세 당시, 사위 이항모 안수집사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마지막 입원 중 산소마스크를 빼달라고 요청한 뒤 몸을 일으켜 앉아 교회를 향해 설교하고 기도하기를 반복하다가 평온하게 임종했다고 전해진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몸이 향한 곳이 강단이었다는 사실은, 설교가 그에게 직업적 역할이 아니라 정체성 그 자체에 가까웠음을 보여준다.

저서

설교집 시리즈 『수영로편지』(전 21권)를 비롯해 『기도로, 눈물로 은혜로』, 『교회는 목사만큼 행복하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 주제별 설교집을 다수 남겼다.


참고 자료

  • 수영로교회 공식 홈페이지 — 목회철학 페이지
  • 크리스천투데이 — 이상규 교수 설교 연구 발표 기사 (2023)
  • 크리스천투데이 — 설교자론 인터뷰
  • 뉴스제이 — 부고 및 추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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