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히스토리텔러의 강단 — 한홍 목사의 설교 스타일

히스토리텔러의 등장

“역사(History)는 하나님의 이야기(His story)입니다.”

한홍 목사(새로운교회)가 자주 사용하는 이 언어유희는 수사적 장식에 그치지 않는다. UC 버클리에서 미국·유럽 근현대사를 전공하고, 풀러신학교에서 미국 교회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에게 역사는 설교의 핵심 문법이다. 그는 자신을 “히스토리텔러이자 목회자”로 정의한다 — 과거에 머무는 지식이 아닌, 오늘날 생생하게 역사하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2009년 가정교회 형태의 소모임 30여 명으로 개척한 새로운교회는 현재 청장년 4,000명, 주일학교 1,000명의 공동체로 성장했다. 단 한 채의 건물도 짓지 않고 상업 임대 공간을 순환 사용하는 이 교회의 성장 동력을 그 자신은 세 가지로 설명한다: “설교 메시지, 유튜브와 팟캐스트 설교 영상 콘텐츠, 인터넷.” 설교가 교회의 중심축이라는 고백이다.


학문 이력이 만든 설교 문법

한홍 목사의 설교를 이해하려면 그의 학업 궤적을 짚어야 한다. UC 버클리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후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석사를 취득했고, 이후 풀러신학교에서 미국 교회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세 기관이 형성한 지적 토양 — 역사적 사고, 개혁주의 신학, 교회사 서술 — 이 그의 설교 스타일에 직접 투영된다.

저술 훈련에 대해 그는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미국 유학 시절 매일 한국어 성경 묵상을 기록하고, 이은이·안병욱·이해인 같은 저명 한국 작가들의 문체를 정독했다. 이 훈련이 30여 권의 베스트셀러 저작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한다.


”기름 부으심이 있는 복음주의”

그의 신학적 자기규정은 독특한 이중성을 품고 있다. 2012년 미래한국 Weekly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 교회는 ‘기름 부으심이 있는 복음주의’입니다. 복음주의 신학에 불 같은 기도를 얹습니다. 본문을 정확하게 풀어 설교하면서 축복하고 치유를 선포하고 기도를 많이 합니다. 제가 웨스트민스터 출신이어서 신학은 보수적인 반면 예배 형식은 파격적입니다.”

웨스트민스터 계열의 개혁주의 신학을 기반으로 하되, 예배는 CCM 중심에 사도신경도 생략하는 방식으로 20대 세대에 맞춘 형식이다. 이 조합이 가능해진 결정적 계기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면마비로 3개월간 강단을 쉬었다가 2008년 1월 성령 임재 체험을 경험한 이후 그의 저술 주제가 리더십에서 성령·능력·기도로 이동했다. “기름 부으심이 있는 복음주의”는 그 이동의 신학적 언어다.

이 이중성은 설교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신학적으로는 본문 중심의 강해설교를 고수하면서, 예배 분위기는 선포·기도·치유가 공존하는 열기를 유지한다. 새벽예배는 큐티(QT) 묵상 중심으로, 주일예배는 주 3회 강해설교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중 구조가 이를 반영한다.


설교 구조: 전기적 서사와 주제 축

한홍 목사의 설교 장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역사 인물 전기적 강해”다. 성경 인물의 생애 전체를 장기 강해 시리즈로 다루되, 그 서사에서 리더십·소명·비전의 패턴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대표작인 『다니엘 임팩트』(2013)는 이 방법론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다니엘의 생애를 **Mind(마음)·Power(능력)·Action(행동)·Vision(비전)**의 네 축으로 구조화하여 단순한 순차 강해가 아닌, 인물 서사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주제 패턴을 중심으로 전체 내러티브를 재편한다. 청중은 다니엘이라는 인물을 단계적 교훈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생애의 긴장과 전환을 따라 함께 이동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2024년 출간된 『다윗의 숨겨진 전설』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목사 30대 후반에 한 번 설교한 다윗 본문을 50대 중반에 다시 2년에 걸쳐 전 생애를 강해하니 완전히 다른 통찰이 나왔다. 성도에게 익숙한 인물이라도 생애 전체를 깊이 파고들면 ‘숨겨진 전설’이 나온다.”

2년에 걸친 장기 강해는 단발 설교가 포착하지 못하는 인물의 내면 궤적과 서사적 전환점을 드러낸다. 설교가 단순 도덕 교훈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과 청중 사이의 살아있는 대화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전기적 방법론은 성경 인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CTS TV 특강을 책으로 엮은 『한홍 목사의 종교개혁 히스토리』(2017)는 루터·칼뱅·츠빙글리를 교회 내부 사건의 인물이 아닌, 유럽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전반을 바꾼 역사 행위자로 서술한다. 과거의 사건이 오늘의 설교가 되는 이 방식은 “역사(History)는 하나님의 이야기(His story)“라는 그의 자기 정체성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설교는 리더십이다

한홍 목사의 설교론에서 가장 독특한 명제는 “설교가 리더십이다”라는 것이다. 그는 이 철학을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에게서 배웠다고 직접 밝힌다. 2012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설교가 리더십이라는 말을 많이 생각합니다. 설교 메시지와 기도에 목숨을 걸고 있죠.”

이 명제의 실천적 귀결은 기업 리더십 강연이다. 하용조 목사(故, 온누리교회)가 그의 강의를 듣고 외부 기업에 추천하면서 삼성·LG·SK·KT 같은 기업에서 강연을 맡게 됐다. 설교가 교회 안에서만 작동하는 언어가 아니라 세속 공간에서도 통하는 리더십 언어여야 한다는 생각이 이 행보를 이끈다.

William Wilberforce의 클래팜 공동체(Clapham Community)는 그가 자주 인용하는 역사적 모델이다. 깊은 신앙과 문화적 영향력, 지속적 사회 변혁을 결합한 이 18세기 영국 공동체가 새로운교회의 “세상 변혁 에이전트” 비전의 원류로 기능한다.

그러나 이 리더십 지향이 설교를 세속화하지는 않는다. 2019년 창립 10주년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강단에서 줄기차게 성경을 말한다. 절대 정치적 이슈나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는다.”

설교가 리더십 언어이되 철저히 성경 본문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양면성이다.


예배 문화와 청중

새로운교회의 예배 문화는 청중 이해를 반영한다. 사도신경을 읊지 않고, 찬송가도 빠른 편곡으로 부르며, CCM을 주로 사용한다. 20대 청장년층을 주된 청중으로 설정한 결과다.

한국 교회 평균과 달리 남성 신자 비율이 6:4로 높다. “남자들이 변해야 가정이 변하고 사회가 변한다”는 설교 방향성과 연결되는 통계다. 리더십·소명·사명감을 강조하는 역사 서사 중심의 설교 언어가 남성 청중에게 특히 호소력을 갖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00명의 중보기도팀이 매 예배마다 1시간씩 기도한다. 설교 준비 못지않게 기도 인프라가 설교를 받쳐준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입장이다.


말한 대로 사는가

2019년 인터뷰에서 그는 목회적 진실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정말 진실성이 중요한 시대다. 세상 사람들이 판단하는 기준은 ‘말한 대로 사는가’이다.”

역사 인물을 소환하는 설교는 설교자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광야를 설교하면서 광야를 살아야 하고, 다니엘의 소명을 설교하면서 자신의 소명을 살아내야 한다는 내적 압력이 생긴다. 한홍 목사가 히스토리텔러로서의 정체성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배경에는 이 자기 소환의 메커니즘이 있다. 그에게 역사 서사는 단순히 설교를 풍부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설교자 자신이 그 이야기 안에서 살아야 하는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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