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설교자는 매개일 뿐이다 — 노진준 목사의 강해와 변증

노진준 목사는 특정 교회의 고정 강단보다 미주 한인교회를 순회하며 설교하고,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설교 코칭을 전담하는 PCM(Preaching Coaching Ministries, 설교코칭사역원) 공동대표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볼티모어 갈보리장로교회(19922009), LA 한길교회(20092017) 담임을 거쳤고, 토슨 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뒤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를, 동 대학원에서 변증학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어린 시절부터 소아마비 장애를 지니고 사역해 왔다. 이 이력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가 특정 회중에게 매주 설교하는 목회자의 자리에서 벗어나 오히려 다른 목회자들의 설교를 코칭하는 자리로 사역의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점이다. 설교를 ‘하는’ 사람에서 설교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의 이동은, 그가 설교라는 행위 자체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와 맞물려 있다.

설교자는 매개일 뿐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반복하는 원칙은 바로 이 설교자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크리스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설교자의 사명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있는바 그리스도를 기억나게 하는 것”

이 정의가 하는 일은 단순한 겸손의 수사가 아니다. 변화의 주체를 설교자에게서 성령에게로 명시적으로 이전시킴으로써, 설교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 자체를 바꿔놓는다. 설교자가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라면 그 능력은 설교자 개인의 언변과 카리스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 설교자가 그리스도를 기억나게 하는 매개일 뿐이라면, 평가받아야 할 것은 전달의 화려함이 아니라 본문과 그리스도를 얼마나 정확히 되비추었는가가 된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가 “너무 설교를 잘하려고 하지 말라”고 덧붙이는 것은 이 논리의 자연스러운 연장이다. 수사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욕망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욕망 안에는 설교자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은밀히 섞여 들어갈 위험이 있다. PCM의 설교 코칭이 겨냥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 전달 기술 훈련이 아니라, 설교자가 스스로 무대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충동을 자각하고 다스리도록 돕는 것. 그가 코칭 대상을 기술이 아니라 “영적 실체와 말씀 이해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설교자로서의 자기 정체성 정의를 코칭 방법론으로 그대로 확장한 결과다.

변증학이 빚어낸 강해의 방식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변증학(Apologetics) 박사과정을 밟은 이력은 그의 강해 설교에 독특한 논리적 성격을 부여한다. 강해 설교는 본래 본문의 순서를 따라가는 것이 기본 골격이지만, 노진준 목사의 강해는 그 순서 위에 또 하나의 조직 원리를 얹는다 — 청중이 실제로 품고 있을 신앙적 질문에 직접 응답하는 방식이다. 왜 믿어야 하는가, 왜 기도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은 본문 밖에서 온 것이지만, 그의 강해는 본문의 흐름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그 질문에 정면으로 응답하도록 짜인다.

그의 저서 『믿음을 의심하다』, 『기도를 의심하다』(두란노)의 제목은 이 방법론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대개 신앙 서적은 의심이라는 단어를 표지에 내세우기를 꺼리지만, 그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의심을 억누르거나 우회하는 대신 제목에서부터 정면으로 호명하고, 그 의심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신앙의 논리를 재확인시키는 구조를 취한다. 이는 변증학이 그의 설교에서 하는 역할을 정확히 보여준다 — 답을 미리 준비해두고 의심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의심이 실제로 제기되는 지점까지 함께 가서 거기서부터 다시 논증을 세우는 것이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를 다시 묻다

2024년 7월 뉴욕세광교회 여름 부흥사경회에서 그는 한국 교회의 가장 익숙한 신앙 고백 하나를 재검토한다.

“사업이 크게 번창하면, 교회가 크게 부흥하면… 차별화된 혜택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하나님이 하셨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지적이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이 표현의 신학적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라는 고백 자체는 명백히 정통적이고 아무 문제가 없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이 표현이 언제, 어떤 맥락에서 발화되는가다. 성공과 번영의 순간에만 반복적으로 등장할 때, 겉으로 겸손해 보이는 이 말은 실제로는 남과 다른 특혜를 은근히 자랑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교리 내용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신앙 언어가 실제로 사용되는 맥락과 빈도를 관찰하는 일종의 담화 분석에 가깝다.

그가 요구하는 교정은 그래서 표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발화 빈도를 넓히는 것이다.

“잘될 때뿐만 아니라 우리는 어려울 때에도 힘들 때에도 ‘하나님이 하셨습니다’라는 그 고백을 항상 붙들고 살아야 되고”

형통할 때와 고난의 때에 동일한 빈도로 발화되어야 이 고백이 특혜의 과시가 아니라 신앙고백으로서의 정직성을 회복한다는 논리다. 변증학적 훈련이 여기서 겨냥하는 것은 교리의 정확성이 아니라 신앙 언어 사용의 정직성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저서를 통해 본 사역의 폭

그의 저술은 강해(『읽는 설교 요한복음』 1~3권, 『읽는 설교 에베소서』, 죠이북스)와 변증적 성찰(『믿음을 의심하다』, 『기도를 의심하다』), 구약 강해(『노진준 목사의 다니엘서』, 지혜의샘)를 아우른다. 「성경 이미지 사전」, 「개혁주의 은혜론」 등 신학서 번역 작업도 상당수 이어 왔다. 설교자·코치·번역자라는 세 역할은 언뜻 흩어져 보이지만, 모두 같은 지향점 — 말씀을 원래의 의미에 충실하게, 그리고 정직한 언어로 전달하는 일 — 으로 수렴한다.


참고 자료

  • 크리스찬저널(kcjlogos.org) — KC인터뷰 (2024.10.07)
  • 아멘넷(usaamen.net) — 뉴욕세광교회 여름 부흥사경회 보도 (2024.07)
  • PCM(설교코칭사역원) 공식 홈페이지 (preachcoach.org)
  • 알라딘·교보문고 저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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