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이정익: '편안함'으로 복음을 전하는 주제설교자
신촌성결교회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의 대표 교회 중 하나다. 이정익 목사는 1991년 제4대 담임으로 부임해 2016년 원로로 추대될 때까지 25년 동안 이 교회를 이끌었다. 은퇴 당시 재적 성도는 1만 2,000명을 넘었고, 40대 이하 성도 비율이 70%를 웃돌았다. 대형교회 목회를 수행하면서도 젊은 세대의 비율을 그 수준으로 유지했다는 사실은, 그의 설교 방식이 특정 세대의 문화 코드에 종속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정익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치고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을 거쳐 미국 풀러신학교(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D.Min.)를 취득했다. 기성 총회장, 서울신학대학교 이사장,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CBS 재단이사장 등 교단과 기관의 핵심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은퇴 후에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2020~2024)을 지내며 교육 현장에서 후대 목회자 양성에 관여했다.
학자의 시선: 황덕형 교수의 ‘편안함’
2006년 1월 한국조직신학회는 학회지 『한국조직신학논총』 제15집 특집 “복음과 설교”를 통해 한국 대형교회를 이끄는 7인의 설교자를 각각 신학자에게 배정해 분석하게 했다. 조용기·김선도·김삼환·옥한흠·곽선희·김장환과 함께 이정익 목사가 포함되었고, 분석을 맡은 이는 서울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황덕형이었다.
황 교수가 이정익 목사의 설교를 묘사하는 데 선택한 핵심어는 **“편안함(comfort)“**이었다. 이 단어는 단순히 부드러운 말투나 온화한 제스처를 가리키지 않는다. 황 교수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썼다. “삶의 지평 안에서 삶을 이해하면서 삶을 인도할 수 있는 능력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평범한 생활 가운데 하나님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능력이 이정익 목사의 강점”이라고 진단했다.
황 교수의 분석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요소는 십자가 이해다. 이정익 목사의 설교에서 십자가는 대속의 법률적 개념보다 “이 세상에 생명을 가져온 삶의 씨앗”으로 제시된다. 그리스도와의 만남 역시 “종교적 예외”가 아니라 “일상적 사건”으로 취급된다. 이 관점은 설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신앙이 예배당 안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님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주제설교의 언어: 일상과 내러티브
이정익 목사의 설교는 구조 유형으로 주제설교로 분류된다. 성서학적 석의나 책별 연속 강해보다는 회중의 삶에 직결되는 주제를 설정하고, 복수의 본문을 통해 그 주제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원어 분석이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설교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일상 언어와 내러티브가 본문을 전달하는 주요 통로가 된다.
이 접근은 청중의 삶의 언어로 성경 이야기를 번역하는 작업이다. 전문적 신학 용어나 원어 표현을 강단에서 구사하는 대신, 회중이 매일 접하는 상황과 감정 속에서 성경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공명하도록 만든다. 황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그리스도와의 만남이 “특별한 종교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사이다 설교는 갈증만 부른다”
이정익 목사의 설교관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태도 중 하나는 이른바 ‘사이다 설교’에 대한 명시적 거부다. 국제제자훈련원 발행 『디사이플』 2017년 7월호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복음에 천착한 설교를 해야지, 사이다 설교는 갈증만 부른다.”
‘사이다 설교’는 청중에게 즉각적인 쾌감을 주는 설교, 시원한 말 한마디로 속이 풀리는 듯한 감각을 제공하는 설교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 발언은 그것이 일시적 해소감을 줄지언정 근본적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담고 있다. 그가 보기에 설교의 목적은 청중의 감정적 반응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그 자체의 무게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 입장은 설교 기법 전반에 대한 그의 태도와 연결된다. 미사여구와 말재주를 배격하고,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전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방향이다. 형식적 완성도보다 메시지의 본질적 충실함을 기준으로 삼는다.
성결교 전통과 회심 지향
이정익 목사가 속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웨슬리-성결운동의 신학 전통 위에 서 있다. 중생·성결·신유·재림의 사중복음을 교단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는다. 그의 설교는 이 사중복음을 교리적 항목으로 나열하기보다, ‘영혼 구원’과 ‘회심’이라는 더 폭넓은 복음적 목표를 향해 정향되어 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재임 시절의 발언에서 그는 “성도들이 회심에 이를 수 있는 설교”를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전도를 영혼 구원의 목적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전도자 자신의 영적 성장 수단”으로 강조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성결 운동 특유의 내면 성화 지향이 교리 강조가 아닌 실존적 회심 추구의 방식으로 설교관에 녹아 있다.
현세대 목회자에 대해서는 “성경을 많이 묵상하여 전하는데, 상당히 열정적이나, 영적 권위가 1세대보다 떨어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지식의 충실함과 기도·열정 중심의 영적 권위를 구별하는 이 시각은, 초기 성결운동 세대의 목회를 기준점으로 삼는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읽힌다.
스크린과 프로그램에 대한 경계
2025년 1월 기독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이정익 목사는 현대 교회의 예배 환경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스크린을 통한 설교나 성경구절 표시는 성도들을 성경과 멀어지게 만든다.” 이 발언은 단순한 기술 기피가 아니라, 회중이 직접 성경을 손에 들고 본문을 펼치는 경험 자체를 중시하는 목회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프로그램이 많을수록 목회 초점에서 멀어진다”고도 했다. 대형교회가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부가 프로그램보다, 목회의 핵심인 설교와 말씀 전달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이 입장은 그의 더 큰 명제와 연결된다. “교회의 위기를 극복할 바른 목회를 위해서는 설교가 회복되어야 한다.” 이 문장은 이정익 목사의 설교관을 넘어 목회관 전반을 요약한다. 교회 성장이나 조직 확장보다 설교 자체의 질적 회복을 교회 위기 극복의 전제 조건으로 보는 것이다.
맺음말
이정익 목사의 설교 방식은 학문적 석의나 원어 분석보다 일상 언어와 내러티브로 복음을 전달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황덕형 교수의 ‘편안함’은 단순한 온화함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일상적 사건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리킨다. ‘사이다 설교 거부’는 즉각적 감정 반응보다 복음의 본질적 충실함을 우선시하는 설교 신학을 표현한다. 스크린 경계와 설교 회복 강조는 같은 방향의 다른 표현이다.
이 세 축 — 편안함, 복음 본질 집착, 설교 회복 — 은 신촌성결교회 25년 목회와 은퇴 이후의 교육 사역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이정익 목사 설교의 핵심 좌표다.
이 글에서 황덕형 교수 분석은 한국조직신학회, 『한국조직신학논총』 제15집 특집 “복음과 설교”(2006년 1월)를 인용한 보도를 근거로 합니다. 이정익 목사 본인의 발언은 『디사이플』 2017년 7월호 인터뷰 및 기독일보 2025년 1월 신년 인터뷰를 출처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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