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이상준 목사의 설교 스타일 — 밴쿠버의 기억, 반전의 신학, 함께 걷는 강단
1516교회 이상준 목사는 채널(@1516church)에 한국어·영어 두 버전의 주일설교를 함께 게시한다. 마가복음·창세기·사무엘상·여호수아·사도행전·디모데전서 등 본문은 계속 바뀌지만, 설교마다 반복해서 나타나는 작법이 있다.
“하나님은 의외의 사람을 쓰신다” — 반전의 신학
분석한 설교 전체를 관통하는 신학적 화두를 하나 꼽는다면 “하나님은 의외의 사람을 쓰신다”는 반전의 원리다. 이 원리는 마가복음 강해 시기에도, 사무엘상 강해 시기에도, 디모데전서 강해 시기에도 동일한 언어로 반복된다.
2024년 사무엘상 강해 초편(삼상 1장)에서는 “인생에는 늘 하나님의 반전의 법칙이 깔려 있다”고 선언하며 한나와 브닌나를 대비시켰다. 같은 해 여름 여호수아 2장 라합 강해에서는 “하나님은 취향이 독특하신 분이다 — 세상에 완벽하고 잘난 사람들을 쓰시는 게 아니라 세상에 부족해 보이지만 전혀 의외의 이들을 사용하신다”는 표현이 직접 등장한다. 2024년 8월 사도행전 16장 강해에서는 동일한 문장이 다시 나타난다. 2025년 사무엘상 28편(삼상 15장 강해)에서는 “시소의 원리”라는 명칭으로 이 신학을 정식화했다. “하나님은 겸손한 자를 높이시고 교만한 자를 낮추신다 — 저를 따라해 보세요, 시소의 원리”라는 대목은 회중이 함께 개념을 발화하도록 설계된 문장이다.
2026년 디모데전서 강해에 이르면 이 화두는 바울-디모데 관계를 통해 다시 작동한다. 딤전 3장에서 이순신의 백의종군, 다윗의 아무 직함 없는 골리앗 전투, 한 선교 단체장이 평생 전도사 직함으로 사역한 이야기가 나란히 놓인다. “직분을 원하는 것인가, 섬김의 사역을 하기 원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제시되는 구도다. 다른 시대, 다른 인물, 다른 본문인데 논점은 동일하다.
이 반전의 신학은 예화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라합, 다윗, 고넬료, 사울 초기의 겸손, 디모데의 연소함 — 어느 본문을 강해하든 “의외의 사람이 하나님의 손에 붙잡힌다”는 사례가 배치된다. 특정 책 강해에 국한된 신학적 주제가 아니라, 이상준 목사가 성경 전체를 읽는 독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밴쿠버의 기억 — 하나의 저수지, 여러 출구
이상준 목사의 예화 중 가장 자주 등장하는 원천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이민 교회를 섬겼던 경험이다. 분석한 26편 가운데 7편에서 밴쿠버 이야기가 나온다. 시기로는 2023년 마가복음 강해부터 2026년 디모데전서 강해까지 전 기간에 걸쳐 있고, 본문은 마가복음·사도행전·여호수아·부활절 설교·디모데전서로 다양하다.
밴쿠버 이야기의 용도는 매번 다르다. 2024년 사도행전 16장 강해에서는 교회 장소를 4개월 동안 못 찾다 옥탑방에서 시작한 개척 경험이, 바울이 소아시아 전체를 가로질러도 문이 닫히다가 마게도냐 환상을 받은 장면과 연결된다. “하나님이 이것도 막으시고 저것도 막으실 때 우리는 하나님을 오해하게 된다”는 논점의 증거 사례로 기능한다.
2026년 딤전 5장 강해에서는 다른 장면이 소환된다. “밴쿠버에서 목회하다가 한 가지를 관찰하게 됐어요 — 부모님이 함께 살고 있는 이민 가정 청소년을 교회 어른들이 대할 때는 상당히 존중을 해 주시더라고요. 근데 혼자 유학을 와 있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은 교회 어른들이 좀 쉽게 만만하게 대하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됐어요.” 이 관찰이 “과부를 존대하라”는 딤전 5:3의 현대적 적용으로 연결된다.
2026년 딤전 4장 강해에서는 “제가 2005년도에 밴쿠버 갔을 때 한국 나이로 33세였어요. 사람들이 어 저렇게 어린 목사님이 라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거예요”라는 이야기가 디모데의 연소함 문제를 다루는 본문과 겹쳐진다. “33살이면 십자가를 질 나이다. 예수님이 십자가 지신 나이잖아요”라는 선포로 이어진다.
이민 목회 경험은 특정 본문이나 주제에 붙어 있지 않다. 마치 하나의 저수지처럼, 어떤 본문을 강해하든 거기서 흘러 나올 출구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예화의 세 층위 — 현대 일상, 한국사, 성경 배경
밴쿠버 이야기 외에도 이상준 목사의 예화는 세 층위를 오간다.
첫 번째는 현대 일상·한국 문화다. 한국인이 명함을 세 장씩 갖고 있다는 통계(딤전 3장 감투 문화 비판), 점집을 찾는 교인 비율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는 관찰(막 10장 운명 설교), 학교 식당 부대찌개를 사줬더니 중학생이 비속어까지 써가며 맛있었다고 한 이야기(막 11장 강해)가 그 예다. 일상의 소재는 본문의 낯선 세계와 현재 삶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도입부로 기능한다.
두 번째는 한국사 장면이다.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 직함을 잃고 백의종군하면서도 목숨을 걸고 싸운 이야기(딤전 3장), 의병들이 아무런 직분 없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야기(딤전 3장 같은 편)가 “직함이 아니라 섬김이 먼저다”라는 논점의 역사적 사례로 제시된다.
세 번째는 성경 시대의 역사·문화·지리 배경이다. 이 층위가 이상준 목사 예화의 가장 두꺼운 부분이다. 빌립보 가이사랴가 왜 “가이사랴”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지(막 8장), 여리고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성읍 중 하나이며 달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이유(수 2장), 페니키아(베니게)가 자주색 염료로 지중해 상권을 장악한 역사(행 11장), 로마 제국 가부장전권(파테르파밀리아스) 제도에서 자녀까지 아버지 소유로 봤던 사회 구조(딤전 5장), 힐렐 학파와 샤마이 학파의 이혼 해석 차이(막 10장), 사해사본의 발견과 마소라 사본의 일치율(막 12장) — 이 배경 설명들은 단순한 부가 정보가 아니라 본문 해석의 출발점이 된다.
원어의 실용적 활용 — 어원이 아니라 해석의 열쇠
원어는 이상준 목사의 설교에서 학술적 장식이 아니라 해석의 실용적 도구다. 분석한 26편 가운데 21편에서 히브리어 또는 헬라어 단어가 등장한다.
방식은 일관된다. 단어의 어원적 의미를 짚은 뒤, 그 의미에서 신학적 논점으로 직접 진입한다. 창세기 4장 강해에서 “히브리어로 파네(פָּנֶה)는 얼굴이라는 뜻이에요. 여호와의 얼굴을 떠났다”는 관찰이 “가인이 하나님을 버린 것은 자기 내면이 다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으로 연결된다. 딤전 3장 강해에서는 “에피스코포스(ἐπίσκοπος)는 ’위에서 아래를 본다’는 뜻이에요 — 감독은 공동체 전체를 보면서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직분론 전체의 출발점이 된다. 딤전 4장에서는 “엑수시아(ἐξουσία)는 존재의 힘으로부터 나오는 권세이고, 디나미스(δύναμις)는 폭발력 같은 능력”이라고 구분한 뒤 “자녀 됨의 권세가 성령의 능력보다 더 근본적이다”는 신학 논점으로 이어진다.
원어가 없는 경우에도 단어의 뉘앙스 차이를 짚는 방식은 유사하다. 막 16장 강해에서 제자들이 “저녁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는 표현이 일반 식사 동사가 아닌 “라이네”라는 단어라는 점을 짚으며 제자들의 심리 상태를 읽어내는 방식이 그 예다. 텍스트의 단어 선택에서 논증을 시작하는 습관이 책이 바뀌어도 유지된다.
자기공개 — 불완전한 설교자의 현재진행형 이야기
이상준 목사의 설교에는 설교자 자신의 내면과 경험을 공개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 자기공개는 교훈적 맺음말이 아니라 설교 중간에 배치되어 본문과 엮인다.
사무엘상 2장 강해(2024)에서 비행기에서 영화 여섯 편을 내리 본 뒤 내릴 때 성도를 만난 민망한 경험을 공개한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본문의 논점을 설교자 자신에게도 적용한 사례다. 딤전 4장 강해(2026)에서는 33살 밴쿠버 목사, 43살 양재 캠퍼스 담당, 51살 교회 개척 때마다 나이에 대한 말을 들었던 경험 전체를 하나의 서사로 묶어 디모데의 연소함 문제에 접속한다. 사무엘상 8장 강해(2024)에서는 통독 사역에서 자신이 쓴 답변을 권사님들이 먼저 검열한 뒤 자신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소개하며 “95% 이상 순종한다”고 공개한다. 딤전 5장 강해(2026)에서 “저는 관찰자 유형이기 때문에”라고 자신의 기질을 밝히는 것도 같은 방식이다.
이 자기공개는 설교자가 회중보다 더 이미 완성된 존재라는 위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설교자 자신도 본문이 향하는 대상 중 하나이며, 그 경험이 진행 중이라는 태도다.
강단에서 강론, 대화에서 공동 발견으로
이상준 목사 설교의 진행 방식은 회중을 수동적 청중으로 두지 않는다. 해석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회중의 반응을 직접 구한 뒤, 그 반응 위에 논거를 쌓아가는 장면이 반복된다.
“이게 우발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손 드세요 — 어 다섯 분 손 드셨어요. 여섯 분. 후자라고 생각하시는 분 — 한 수 명 정도 드셨어요”(삼상 13장 강해). 이 방식은 청중의 기존 생각을 확인한 뒤 논거로 하나씩 반박하거나 보완하는 구조를 만든다. “아멘 하시는 분이 여기만 이렇게”라는 발언도 같은 기능이다. 회중의 반응 자체가 설교 진행의 일부가 된다.
특별절기나 주제 설교에서도 구조는 유사하다. 2026년 부활절 설교(막 16:12-15)에서는 부활을 처음 믿지 못한 제자들의 심리를 설명하면서 “여러분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됐을 때 어 이건 사실이 아니야라고 반응하게 된다”는 공감의 언어로 본문에 진입한 뒤,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밤에 달려간 장면에서 부활 신앙의 변화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책이 바뀌어도 이상준 목사 설교의 골격은 일정하다. 반전의 신학으로 해석의 방향을 잡고, 밴쿠버의 기억과 한국사와 성경 배경으로 예화를 겹겹이 쌓고, 원어 한 단어로 논점을 열고, 설교자 자신의 경험을 공개한 뒤, 회중의 반응을 끌어들이며 적용을 향해 걸어가는 순서다.
디디모랩 자료집은 이 강해 순서의 첫 단계를 준비하는 데 붙일 수 있다. 성경 시대의 역사·지리·사회 배경 섹션은 이상준 목사가 매편 직접 조사하는 그 자료들—로마의 가부장제, 페니키아 문명, 사해사본 이야기—을 미리 정리해 제공한다. 원어 분석은 단어 하나의 뜻이 어떻게 해석의 방향을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설교자는 자료집 전체를 다 말할 필요 없이, “이번 본문의 배경 하나”를 골라 회중에게 전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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