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알고 보니
'예수의 아내' 파피루스 — 2012년 학계를 뒤흔들고 위조로 끝난 사건
예수님에게 아내가 있었을까? 2012년 가을, 전 세계 언론이 “그렇다”는 답을 들고 나온 적이 있다. 근거는 명함 한 장 크기의 콥트어 파피루스 조각이었다. 뉴욕타임스 1면에 실릴 만큼 파장이 컸던 이 ’발견’은, 그러나 몇 년 뒤 정교하게 꾸며진 위조로 막을 내린다.
2012년 9월 18일, 하버드 신학대학원의 카렌 킹(Karen L. King) 교수가 로마에서 열린 국제 콥트학회에서 명함 크기만 한 콥트어 파피루스 조각 하나를 공개했다. 그가 붙인 이름은 ‘예수의 아내 복음서’(The Gospel of Jesus’s Wife). 여덟 줄 남짓한 문장 가운데 넷째 줄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예수가 그들에게 말했다, ‘내 아내가…’” 다음 줄에는 “그 여자는 내 제자가 될 수 있다”는 문장이 이어졌다.
다음 날 뉴욕타임스 1면을 비롯해 전 세계 언론이 이 소식을 다뤘다.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증거 발견”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스미소니언 채널은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편성했다. 그런데 이 파피루스는 4년 뒤 정교하게 만들어진 현대 위조품으로 판명됐다.
발표 직후부터 나온 의심
카렌 킹은 신중한 학자였다. 그는 진품 여부를 단정하지 않았고 논문 발표와 동시에 학계의 검증을 요청했다. 그리고 검증은 빠르게 시작됐다.
콥트어 전공자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문법이었다. 미국 성서학자 앤드루 번하드(Andrew Bernhard)는 이 조각의 문장 배열이 실제 고대 문서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도마복음(Gospel of Thomas)의 콥트어 구절들을 잘라 붙인 듯한 짜깁기에 가깝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 결정적인 단서도 나왔다. 콥트학자 크리스티안 아스켈란트(Christian Askeland)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이 조각의 특정 줄에 있는 표기 오류가 마이클 그론딘(Michael Grondin)이라는 재야 연구자가 만들어 2000년대 초부터 인터넷에 올려둔 도마복음 콥트어-영어 대역 PDF 파일의 오타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대 필사자가 우연히 저지를 수 없는, 온라인 문서를 그대로 베낀 흔적이었다. 이는 이 조각이 최소한 그 PDF가 인터넷에 게시된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뜻이었다.
2014년 과학적 검사 — 판정을 유보시키다
논쟁이 이어지자 카렌 킹은 파피루스 자체와 잉크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는 2014년 『하버드 신학 리뷰』(Harvard Theological Review) 특별호에 실렸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과 라만 분광법을 이용한 잉크 성분 분석 결과, 파피루스 재질과 잉크 자체는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되던 재료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킹은 이 결과를 근거로 조각이 최소한 물리적으로는 근대에 제작된 것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검사는 콥트어 학자들이 제기한 문법·문헌학적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 파피루스와 잉크가 고대 것이라 해도, 오래된 빈 파피루스 조각에 후대에 새로 글자를 써넣는 것은 위조범들이 실제로 사용해 온 수법이기 때문이다. 재질의 나이와 글씨의 나이는 별개의 문제였다.
2016년, 위조자의 정체가 드러나다
결정타는 신학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에게서 나왔다. 애리얼 세이버(Ariel Sabar)는 2016년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에 발표한 장문의 탐사 보도 “The Unbelievable Tale of Jesus’s Wife”에서, 익명으로 남아 있던 파피루스 소유자를 끝까지 추적했다. 그가 찾아낸 인물은 월터 프리츠(Walter Fritz)라는 독일 출신 인물로, 한때 이집트학을 전공하다 중퇴하고 이후 미국 플로리다에서 성인 웹사이트를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세이버는 프리츠가 과거에도 출처가 불분명한 고대 유물을 소개한 이력이 있으며, 파피루스의 취득 경위에 관해 카렌 킹에게 전달한 진술이 문서 기록과 어긋난다는 사실을 다수 확인했다.
세이버의 취재 결과를 접한 카렌 킹은 입장을 바꿨다. 그는 『디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새로 드러난 증거가 “저울을 위조 쪽으로 기울게 한다”고 인정했다. 하버드 신학대학원도 해당 자료에 대한 공식 소개를 위조로 판단된 문서로 수정했다.
그런데 ’마리아복음서’와는 다른 문서다
이 사건은 이름이 비슷한 진짜 고대 문서와 자주 혼동된다. ‘마리아복음서’(Gospel of Mary)는 1896년 카이로에서 독일 학자 카를 라인하르트(Carl Reinhardt)가 입수한 콥트어 사본 모음집 ‘베를린 코덱스’(Papyrus Berolinensis 8502)에 실려 전해진 문서로, 원문은 2세기경 그리스어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서는 예수의 아내를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부활한 예수에게서 다른 제자들이 받지 못한 계시를 마리아 막달레나가 따로 받았고, 이를 두고 베드로와 갈등을 빚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약 정경에는 포함되지 않은 이 문서는 초대 교회 안에 존재했던 다양한 신학 흐름을 보여주는 사료로 학계에서 다뤄진다.
공교롭게도 카렌 킹은 2012년 사건 이전부터 이 진짜 ’마리아복음서’를 연구해 『막달라 마리아의 복음서』(The Gospel of Mary of Magdala, 2003)라는 책을 낸 해당 분야의 권위자였다. 그의 전문성이 오히려 2012년 발표에 대중적 신뢰를 더해 준 면이 있다. 그러나 ’예수의 아내 복음서’는 이 진짜 문서와 무관한, 21세기에 만들어진 별개의 물건이었다.
설교자에게 남는 것
이 사건에서 신학적으로 흔들릴 교리는 없다. 예수의 결혼 여부는 애초에 사도신경이나 니케아신조가 다루는 문제가 아니며, 위조 조각 하나가 등장했다 사라졌다고 해서 복음서의 신뢰성이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사건이 남기는 교훈은 다른 데 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붙은 ’새로운 발견’일수록, 학계의 검증 과정 — 출처(provenance) 확인, 문헌학적 대조, 물리적 분석 — 을 거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콤마 요한네움 사건이 보여주듯, 성경 본문이 우리 손에 오기까지의 경로를 검증하는 본문비평은 신앙을 위협하는 작업이 아니라 신앙을 지키는 작업이다. 성도가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게 사실이냐”고 묻는다면, 이 사건의 전말을 있는 그대로 설명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참고 자료
- Karen L. King, “‘Jesus said to them, “My wife…”’: A New Coptic Papyrus Fragment,“ Harvard Theological Review 107, no. 2 (2014): 131–159
- Ariel Sabar, “The Unbelievable Tale of Jesus’s Wife,” The Atlantic, July/August 2016
- Ariel Sabar, Veritas: A Harvard Professor, a Con Man and the Gospel of Jesus’s Wife (Doubleday, 2020)
- Karen L. King, The Gospel of Mary of Magdala: Jesus and the First Woman Apostle (Polebridge Pres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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