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삶을 통과한 말씀: 김동호 목사의 주제설교 스타일
이야기하는 목사
1980년대 한국 강단의 문법은 대체로 웅변이었다. 목소리의 높낮이, 단어의 무게, 의례적 수사가 설교자의 권위를 구성했다. 그 안에서 김동호(金東鎬, 1951~)는 처음부터 이물감을 주었다. 당시 일반적이지 않았던 일상 이야기 형식으로 강단에 올랐고, 가족 이야기—특히 자녀와 손녀에 관한 에피소드—를 본문 해설보다 앞에 배치했다. 스스로 회고하기를,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다”고 했다. 그 이질감은 설교학 정석과의 불화가 아니라, 정직하게 다른 설교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목회 여정: 동안교회에서 분립개척까지
부산 출신인 그는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맥코믹신학교(McCormick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영락교회 부목사·협동목사를 거쳐, 1991년 경기도 안양의 동안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이 시기에 당회와 재직회의 분리, 담임목사 권한 분산, 재정 인터넷 공개 등 교회 거버넌스의 실험적 개혁을 시도했다.
2001년 10월, 그는 숭의여대 강당에 높은뜻숭의교회를 개척하고 담임으로 사역했다. 교회는 5천 명 규모로 성장했으나, 2009년 강당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역설적으로 이 위기를 신학적 기회로 전환했다. 교회를 네 개로 분립하되—높은뜻정의교회·높은뜻광성교회·높은뜻푸른교회·높은뜻하늘교회—정작 자신은 어느 교회의 담임도 맡지 않기로 결정했다. “네가 교회를 맡으면 교인들은 흩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그 판단의 핵심이었다. 이후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로서 분립된 교회들을 순회하며 설교했고, 2016년 12월 만 65세 약속을 이행하며 높은뜻광성교회 주일예배를 마지막으로 완전 은퇴했다.
”성경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그의 설교 방법론은 하나의 명제에 압축된다. “성경을 말씀하는 것”과 “성경으로 말씀하는 것”의 구분이다. 전자는 본문을 조각조각 해설하며 본문 자체가 메시지가 되는 방식, 즉 전통적 강해설교의 구조다. 후자는 삶의 문제와 질문을 먼저 가져오고, 성경을 그 답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는 후자를 선택했고, 자신이 “성경 본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 방법론은 설교 준비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좋은 설교란 텍스트가 컨텍스트에 잘 적용될 때 나온다”는 전제 아래, 자신의 삶에 먼저 말씀을 실험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나누는 구조를 취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삶과 생활이라는 모래톱을 통과해 흘러나온 물 같은 설교”를 이상으로 제시했다. 유튜브 채널 ‘날마다 기막힌 새벽’의 설교를 스스로 “보리떡 설교”라 부른다—소박하지만 먹히는, 그래서 나누어야 하는 것.
이 접근은 기독교교육학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반복이 학습을 만든다는 원리를 설교에 적용한 그는 “반복되지 않는 설교는 절대로 교인들에게 학습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동일한 예화를 다른 설교에서 반복 사용하는 것도 의도적 선택으로 설명한다.
직설적 어조와 소신 발언
설교 문체의 또 다른 축은 직설이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와 관련해 예장통합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해괴망측하다”, “바보스럽다”고 공개 발언했고, 세습 자체를 “조폭들이 힘으로 억지 부리는 소리”에 비유했다. 유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문화에 대해 “부모가 공정한 룰을 깨는 건 사랑이 아니라 반칙”이라고 표현했다.
이 어조는 한편에서는 한국 교회의 고질적 관행에 대한 예언자적 직언으로 평가받고, 다른 한편에서는 논란을 낳았다. 크리스천투데이는 “목사의 무례함”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고, 2006년 선배 목회자를 향한 “사기꾼” 발언은 자신이 설교에서 주창했던 “상대 사랑 없는 말은 평화를 해친다”는 원칙과 충돌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긴장 자체가 그의 설교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청부론: 물질과 신앙의 재배치
2001년 출간한 《깨끗한 부자》는 그의 신학적 기여 중 가장 광범위한 공론장을 만들어냈다. 청부론(淸富論)—깨끗한 부자 신학—의 골자는 이렇다. 돈은 복도 저주도 아닌 가치중립적 도구이며, 버는 방식과 쓰는 방식이 신앙의 수준을 드러낸다. 돈을 “은사”로 보되, 삼박자 복음류의 기복신앙과 명확히 선을 긋고 청지기(stewardship) 모델을 중심에 놓는다. 유산 상속 거부와 기부를 권장한다.
이 논제는 즉각 반론을 불렀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고세훈은 “깨끗한 부자의 기준을 제시함으로 율법으로 자격을 획득한다는 발상이 치명적”이라며 율법주의 함정을 지적했다. 대전빈들교회 허종 목사는 “부자는 필연적으로 소유지향적이며 존재형 인간이 될 수 없다”고 신학적으로 반론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는 주간경향 기고(2016)에서 청부론을 “중상위계층 기독교인들의 수요에 부응한 교회적 웰빙운동”으로 분류하며 사회학적 맥락을 제공했다.
반론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청부론은 한국 교회가 재물과 신앙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게 만든 드문 사건이었다. 기복신앙도 금욕주의도 아닌 제3의 언어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후 한국 교회의 물질 담론의 어휘를 넓혔다고 볼 수 있다.
분립개척의 신학적 함의
2009년의 4교회 분립은 재정 결정과도 연결된다. 모였던 건축헌금 200억 원을 교회당 건축에 쓰지 않고 탈북자 공장 설립과 열매나눔재단 설립에 사용했다. 이 결정은 설교와 실천의 연속선상에 있다. “사탄은 흩어 놓으면 무너질 줄 알고 핍박을 주었지만, 초대교회의 흩어짐은 땅끝까지 복음이 전해지는 발파가 되었다”는 해석이 분립의 신학적 언어였다.
학계에서는 이 모델을 분립개척의 한 전형으로 다룬다. 구병옥(개신대학원대학교)은 신학과 실천 83호(2023)에서 건강한 교회개척을 위한 분립개척 3대 조건—성도 파송과 재정 지원, 완전한 독립, 목회자 파송 주도—을 정의했다. 박용규(총신대학교)는 신학지남 89권 2집(2022)에서 한국교회 분립 역사를 1897년 평양장대현교회까지 소급해 추적하며 역사신학적 맥락을 제공했다.
나가며: 삶이 본문이 되는 설교
설교학의 관점에서 김동호의 방법론은 전통 강해설교의 경계 밖에 있다. 그는 그 밖에 서는 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했다. 자신의 삶—가족, 실패, 병, 돈, 은퇴—을 본문 삼아 성경을 도구로 적용하는 방식은, 청중에게 익숙한 삶의 질감으로 복음을 전달하는 경로를 열었다.
은퇴 후에도 유튜브 채널 ‘날마다 기막힌 새벽’을 통해 설교를 이어가고 있으며, 2019년 폐암을 포함한 세 가지 암 진단과 수술을 거친 이후의 발언들은 “삶이 설교가 된다”는 원칙의 가장 직접적인 실례가 되고 있다. 청부론과 분립개척이 논란의 씨앗이었다면, 그 논란을 가로질러 온 삶의 이야기는 논쟁보다 오래 남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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