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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준비

AI가 설교를 대신 써준다면, 그건 더 이상 내 설교가 아니지 않을까요?

“AI가 설교를 써준다”는 말을 들으면 많은 목회자님들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십니다. 이건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설교는 목사가 본문 앞에서 무릎 꿇고 씨름한 결과물이지, 누군가(혹은 무언가) 대신 만들어 건네준 완성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직관은 정확합니다. 그리고 이 직관을 가장 날카롭게 언어화한 것이 해외 복음주의 진영에서도 있었습니다.

이 비판은 실재합니다 — 그리고 정당합니다

미국 복음주의권의 주요 목소리 중 하나인 The Gospel Coalition의 선임 편집인 트레빈 왁스(Trevin Wax)는 2025년 4월, “The Missing Heart in AI-Generated Sermons”라는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AI는 예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설교의 궁극적 목적이 그리스도의 영광을 바라보고 그 은혜 앞에 경외하는 것이라면, 예배할 수 없는 존재가 만든 설교에는 그 핵심 — 그가 “마음(heart)“이라고 부른 것 — 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논지입니다.

이 비판을 피해가려 하지 않겠습니다. 왁스가 겨냥한 것은 정확히 맞는 표적입니다: AI에게 설교 전체를 맡기는 것. 본문을 읽고, 성도의 얼굴을 떠올리고, 적용점을 고민하고, 마침내 그 말씀을 자기 언어로 전하는 일 — 이건 AI가 대신할 수 없고, 대신해서도 안 됩니다.

그런데 ‘자료 조사’는 ‘설교’가 아닙니다

여기서 구분이 필요합니다. 설교 준비에는 두 가지 전혀 다른 작업이 섞여 있습니다. 하나는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 — 원어 분석, 주석 비교, 역사적 배경, 신학적 흐름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자료로 무엇을 말할지 결정하는 일 — 본문의 어느 지점을 강조할지, 어떤 예화로 연결할지, 성도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왁스의 비판이 정확히 겨냥한 것은 두 번째입니다.

디디모랩이 만드는 것은 첫 번째, 오직 그것입니다. 신대원 조교나 도서관 사서가 “이 본문에 대해 이런 주석들이 있고, 원어는 이렇게 쓰였고, 배경은 이렇습니다”라고 정리해 드리는 것과 같은 역할입니다. 조교가 자료를 정리해 왔다고 해서 그 설교가 “조교의 설교”가 되지 않는 것처럼, 자료집도 목사님의 설교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강조하고, 어떻게 적용하고, 어떤 말로 전할지는 여전히, 전적으로 목사님의 몫입니다.

실제로 목회자들이 AI를 쓰는 방식도 이 구분과 일치합니다. Barna Group의 2026년 조사에 따르면 목사들이 AI를 가장 많이 쓰는 용도는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50%)과 성경·신학 연구(36%)였고, 반면 “설교 작성·편집”에 직접 쓴다고 답한 비율은 24%(2024년 12%에서 증가)에 그쳤습니다. 대다수는 이미 본능적으로 AI를 ‘자료 조사 보조’로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총신대의 가이드라인도 같은 결을 짚습니다

이 구분은 신학적으로도 낯설지 않습니다. 총신대학교가 2025년 제정한 생성형 AI 사용 가이드라인은 “AI는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의 도구로서 인간의 윤리적 통제와 안내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AI 활용을 아이디어 탐색과 자료 검색, 문법 검토 같은 보조적 범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도구는 도구입니다. 도구가 목사의 자리에 앉는 순간이 문제이지, 도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디디모랩이 그 경계를 실제로 어떻게 지키는가

이 경계는 다짐만으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디디모랩 자료집은 애초에 ‘완성된 설교문’이라는 산출물 자체를 만들지 않습니다. 본문 개관, 배경, 원어 분석, 주석 비교처럼 목사님이 필요한 부분만 펼쳐 쓰는 참고 섹션들로 구성되며, “이렇게 설교하십시오”라는 결론이나 적용점은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강조할지, 어떤 예화로 연결할지, 성도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목사님의 몫으로 비워둡니다. 왁스가 지적한 대필의 위험은, 대필할 산출물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비켜갑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구분이 실제로 어떻게 지켜지는지 — 초안과 완성본 사이, 마지막 검수가 왜 여전히 사람의 몫인지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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