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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알고 보니

가장 얇은 은판에 새겨진 가장 오래된 성경 본문 — 케테프 힌놈 두루마리

1979년, 예루살렘 구시가지 남서쪽 힌놈 골짜기(게헨나) 근처 발굴 현장. 텔아비브 대학의 고고학자 가브리엘 바르카이(Gabriel Barkay)가 이끄는 발굴팀에서, 한 10대 자원봉사자가 무너진 천장 잔해에 오래도록 묻혀 있던 무덤방(케이브 24, 챔버 25)의 부장품 보관소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손가락 한 마디 길이도 안 되는 작은 은박 조각 두 개였다. 언뜻 보기엔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 무엇이 새겨져 있는지 밝혀지기까지,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읽어내기까지는 그 후 여러 해가 걸렸다.

펴는 데 3년 걸린 두루마리

두 두루마리는 각각 KH1(27×97mm)과 KH2(11×39mm)로 이름 붙었다. 원래는 얇은 은판에 글자를 새긴 뒤 돌돌 말아 목걸이처럼 걸고 다니던 부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2,600년 가까이 땅속에 묻혀 있던 은박이 극도로 부식되고 삭아 있었다는 점이다. 억지로 펼치려 하면 그 자리에서 산산이 바스러질 위험이 컸다.

이스라엘 박물관 보존팀은 두루마리를 파괴하지 않고 펼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는 데만 3년 가까운 시간을 들였다. 더 작은 KH2가 먼저 펴졌고(1983년경), 이어 KH1도 조심스럽게 펼쳐졌다. 그렇게 드러난 표면에는 고대 히브리 문자(팔레오 히브리 문자)로 새겨진 글귀가 있었다.

민수기 6장과의 놀라운 유사성

판독 결과, 특히 KH2에 새겨진 문구는 민수기 6장 24-26절의 제사장 축복문 —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 과 상당 부분 겹쳤다. YHWH(여호와)라는 신명이 또렷이 새겨져 있었고, 축복의 핵심 동사와 표현들이 성경 본문과 유사한 순서로 이어졌다(다만 성경의 모든 구절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고, 일부 표현은 생략되거나 다른 순서로 나타난다). KH1에는 신명기·출애굽기 등에서 익숙한 언약과 자비에 관한 구절들과 유사한 표현도 함께 등장한다.

바르카이는 1992년 학술지 Tel Aviv에 이 발견을 상세히 보고했다. 이후 2004년, 바르카이와 마릴린 런드버그(Marilyn J. Lundberg), 앤드루 본(Andrew G. Vaughn), 브루스 저커먼(Bruce Zuckerman)은 첨단 사진 촬영·이미지 프로세싱 기법(USC 서부셈어연구프로젝트)을 동원해 육안으로 읽기 힘든 부분까지 재판독한 논문을 Bulletin of the American Schools of Oriental Research(BASOR) 334호에 발표했다. 이 재조사는 초기 판독의 상당 부분을 확인해 주었을 뿐 아니라, 은박이 바빌론의 예루살렘 파괴(기원전 586/7년) 직전인 제1성전 시대 말기에 제작됐다는 연대 추정에 더 힘을 실어 주었다.

왜 이것이 본문사(本文史)에서 중요한가

두루마리의 정확한 연대를 놓고는 학계 내 논쟁이 있었다 — 바르카이는 초기에 기원전 7세기 말로 제시했다가 이후 기원전 6세기 초로 다시 조정했으며, 일부 학자는 서체와 출토 맥락을 근거로 더 늦은 시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재조사 이후 현재 학계 다수 의견은 제1성전기 말, 바빌론 유수 직전이라는 연대에 무게를 둔다.

이 연대가 왜 중요할까. 사해사본 중 가장 오래된 필사본조차 대략 기원전 3세기 무렵의 것이다. 케테프 힌놈 두루마리가 정말 기원전 7세기 말~6세기 초의 것이라면, 이는 사해사본보다 수백 년이나 앞서는 셈이다. 즉 이 작은 은박 조각은 “제사장의 축복”과 매우 유사한 문구가 다윗 왕조 말기 예루살렘에서 이미 실제로 새겨지고, 몸에 지니고 다닐 만큼 일상적으로 통용되고 있었다는 물증이다. 성경 본문의 형성사를 후대의 창작이나 훨씬 늦은 시기의 편집물로만 보려는 시각에, 이 유물은 적어도 이 축복문의 핵심 골격만큼은 제1성전 시대에 이미 그 자리에 있었다는 고고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물론 이 두루마리가 오늘날 우리가 읽는 민수기 본문 전체의 정확한 사본이라는 뜻은 아니다. 표현과 어순에는 차이가 있고, 축복문의 일부 어구는 생략되어 있다. 하지만 핵심 신명과 축복의 구조가 이토록 이른 시기의 실물 유물에서 확인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본문 전승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두 두루마리는 현재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에 소장·전시되어 있다.

케테프 힌놈 KH2 은박 두루마리 스캔 사진, 팔레오 히브리 문자가 새겨진 제사장 축복문 관련 본문, 기원전 7세기 말~6세기 초 케테프 힌놈 KH2 은박 두루마리 스캔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경 관련 사본으로 꼽힌다 · Public Domain (PD-Art). 실제 발굴된 은박 유물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참고 자료

  • Gabriel Barkay, “The Priestly Benediction on Silver Plaques from Ketef Hinnom in Jerusalem,” Tel Aviv 19.2 (1992): 139–192
  • Gabriel Barkay, Marilyn J. Lundberg, Andrew G. Vaughn, and Bruce Zuckerman, “The Amulets from Ketef Hinnom: A New Edition and Evaluation,” Bulletin of the American Schools of Oriental Research 334 (2004): 41–71
  • Jeremy D. Smoak, “The Ketef Hinnom Amulets: Wearing the Priestly Blessing for Protection,” TheTora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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