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 알고 보니

2,700년 만에 흙 속에서 나온 히스기야 왕의 인장

열왕기하 18-20장은 히스기야를 유다 왕 중에서 가장 자세히 묘사하는 본문 중 하나다. 앗수르 왕 산헤립의 침략을 버텨낸 왕(왕하 18:13-19:37), 기도 후 15년 수명을 더 받은 왕(왕하 20:1-11), 예루살렘에 수도를 끌어들이기 위해 실로암 터널을 판 왕(왕하 20:20). 이 기록들이 전하는 행정 현실 — 공문서를 발행하고 국인을 다스리던 실존 행정가로서의 왕 — 을 직접 증언하는 물증이 2,700년 잠을 자고 있었다.

오펠 발굴과 지름 1센티미터의 발견

2009년,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의 에일랏 마자르(Eilat Mazar) 교수 발굴팀은 예루살렘 성전산 남쪽 오펠(Ophel) 지역을 발굴하고 있었다. 오펠은 다윗 성 북쪽에 인접한 언덕으로, 왕국 시대 예루살렘의 행정 구역으로 추정되는 지점이다. 이 발굴 현장의 토층에서 진흙 인장 조각(불라, bulla) 하나가 나왔다.

불라(bulla, 복수 bullae)는 고대 행정 문서를 봉인할 때 쓰던 진흙 조각이다. 파피루스나 가죽 문서를 묶은 끈 위에 진흙을 눌러 왕의 반지나 인장을 찍어 봉인하면, 문서가 개봉된 적이 없다는 증거가 된다. 불라는 대개 원본 문서가 화재에 소실될 때 오히려 진흙이 불에 구워지면서 남는 역설적 방식으로 보존된다.

2015년, 이 불라의 판독 결과가 공식 발표됐다. 지름 약 1.0센티미터의 진흙 원판에 두 가지 요소가 새겨져 있었다. 첫째, 날개 달린 태양 원반(winged sun disk) 문양 — 이집트와 근동 전역에서 신성한 왕권을 상징하는 도상이다. 둘째, 고대 히브리어(히브리 정방형 문자 이전 시기의 고대 히브리 문자)로 새겨진 세 줄의 텍스트:

לחזקיהו [בן] אחז מלך יהד
”유다 왕 아하스의 아들 히스기야에게 속한 것”

에일랏 마자르 교수는 이 발굴 결과를 Biblical Archaeology Review 42권 1호(2016년 1-2월)에 “유다 왕 히스기야의 인장 발견”(“Discovering the Seal Impression of King Hezekiah of Judah”)이라는 제목으로 보고했다.

Hippolyte Flandrin, Hezekiah, King of Judah 이폴리트 플랑드랭(Hippolyte Flandrin, 1809–1864) · Hezekiah, King of Judah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Open Access) · CC0 / Public Domain. 히스기야 왕을 묘사한 화가의 상상화이며, 당시의 기록 사진이 아닙니다.

최초라는 의미

이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최초”라는 수식어 때문이다. 이스라엘·유다 왕의 인장 날인이 과학적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즉 층위와 맥락이 기록된 상태로 출토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전에도 히스기야 불라나 기타 왕의 인장이 고미술 시장이나 비공식 경로를 통해 알려진 사례가 있었지만, 발굴 맥락이 불명확하면 위조 여부 확인이나 역사적 위치 확정이 어렵다. 오펠 출토 불라는 층위(stratigraphy)와 인접 유물이 함께 기록된 과학적 발굴 산물이다.

마자르의 발굴 보고서 『오펠 발굴 최종 보고서 1권』(The Ophel Excavations to the South of the Temple Mount 2009–2013: Final Reports, Vol. I, Shoham Academic Research and Publication, 2015)은 이 불라의 발굴 맥락을 상세히 기록한다. 인접 토층에서는 기원전 8세기 후반(히스기야 시대)에 해당하는 도자기와 함께 다른 행정 문서 봉인들도 발견됐다.

인장이 증언하는 것

히스기야 불라가 직접 증언하는 것은 히스기야가 공문서를 작성하고 발송했던 실제 행정 관료였다는 사실이다. 왕의 이름으로 된 인장은 단순한 소유 표시가 아니라 행정 문서의 공식 봉인이었다. 이것은 왕국 시대 유다에 실제로 작동하는 왕실 관료 시스템이 있었다는 물증이기도 하다.

성경 본문이 전하는 히스기야의 행적 — 앗수르에 사신을 보내고 조공을 협상하며(왕하 18:14-16), 앗수르 왕의 편지를 성전에서 펼쳐 기도하고(왕하 19:14), 예언자 이사야와 소통하는(왕하 19:2; 20:1) — 은 모두 문서와 서신을 통한 행정의 세계를 전제한다. 히스기야 불라는 그 세계의 구체적인 물증이다.

불라의 날개 달린 태양 원반 문양도 역사적 정보를 담고 있다. 히스기야 이전 시기에 왕실 항아리 손잡이(LMLK 항아리 손잡이)에서 발견된 스카라베우스(풍뎅이) 문양과 달리, 이 불라는 날개 달린 태양 원반을 사용한다. 이 도상 변화가 히스기야 시대 종교 개혁(왕하 18:4) 및 이집트와의 외교 관계와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는 계속 연구되고 있다.

참고 자료

  • Eilat Mazar, “Discovering the Seal Impression of King Hezekiah of Judah,” Biblical Archaeology Review 42.1 (Jan/Feb 2016)
  • Eilat Mazar, The Ophel Excavations to the South of the Temple Mount 2009–2013: Final Reports, Vol. I (Shoham Academic Research and Publication, 2015)
  • Andrew G. Vaughn, Theology, History, and Archaeology in the Chronicler’s Account of Hezekiah (Scholars Press, 1999)
  • Anson F. Rainey and R. Steven Notley, The Sacred Bridge: Carta’s Atlas of the Biblical World (Carta, 2006)
카카오

댓글

댓글을 불러오는 중...

댓글 남기기

작성한 댓글은 검토 후 공개됩니다. 이름과 댓글 내용만 저장되며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습니다.

이런 글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