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조영민 목사의 설교 스타일 — 강해의 긴 호흡과 '읽는 설교'의 탄생
나눔교회(서울 마포구) 담임 조영민 목사는 한국 교회에서 비교적 드문 방식으로 주목받는다. 그의 주일 설교는 통상 90분을 넘기고, 최장 128분(A4 용지 21페이지 분량)에 이르기도 한다. 룻기·다니엘서·요한계시록·스가랴서를 단권으로 수개월에 걸쳐 순차 강해하며, 그 설교를 “읽는 설교”라는 독자적 문학 장르로 재구성하여 출판한다. 이 글은 조영민 목사의 설교 스타일을 목회 형성 배경·구조·방법론·목회 맥락의 네 축으로 살펴본다.
불신자 수련회의 서원에서 강단으로
조영민 목사의 설교 스타일은 회심 경험과 깊이 연결된다. 숭실대학교 철학과 재학 중 IVF(한국기독학생회) 불신자 수련회에서 예수님을 영접한 그는 “복음을 전하는 설교자가 되겠다”고 서원했다. 이후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Th.M.)를 마쳤고, 효창교회·내수동교회·분당우리교회에서 약 13년간 청년 사역을 담당했다.
이 기간의 설교 밀도는 주목할 만하다. 주간 10회 설교, 수련회 7회 연속 설교가 그의 일상이었다. 다량 설교 경험이 “설교 체력”을 형성하는 훈련장이 된 것이다.
2014년 12월, 그는 나눔교회 2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당시 교회는 약 15억 원의 채무와 내부 갈등으로 상당수의 성도가 이탈한 상태였다. 조영민 목사는 목회 철학을 즉시 펼치는 대신 3년간 지역 인구 구조와 교인 특성을 면밀히 연구했다. “목회철학보다 이 교회를 배우는 것이 먼저”라는 태도는 이후 그의 설교가 회중의 현실을 향해 밀착되는 방식을 설명하는 출발점이 된다.
강해설교의 구조: 한 본문, 여러 주
조영민 목사의 설교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어는 “단권 순차 강해”다. 한 성경 본문을 선택하면 여러 주에 걸쳐, 때로는 수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해설해 나간다. 룻기·다니엘서·요한계시록·스가랴서·야곱 이야기 등이 모두 이 방식으로 강해되었다.
2020년 9월부터 약 4개월간 진행된 다니엘서 강해는 이 패턴의 대표 사례다. 코로나19가 절정이던 시기에 선포된 이 시리즈는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으로 출판되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에 존재하면서 세상에 선을 긋는 삶”이라는 주제를 다니엘서 전체의 흐름을 통해 전개하며, 포스트 크리스텐덤 상황에 대한 신학적 응답을 담아낸다. 긴 기간에 걸친 강해는 이 주장이 단순히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본문으로부터 충분히 전개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설교 분량 자체도 이 구조의 일부다. 90분이라는 기본 설교 시간은 본문을 빠르게 통과하는 대신 한 단락 안에서 신학적 뉘앙스를 끝까지 따라가려는 선택의 반영이다.
‘읽는 설교’라는 독자적 장르
조영민 목사의 설교 스타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읽는 설교”라 부르는 출판 형식이다. 이것은 설교 녹취록의 단순 정리가 아니다.
구어 설교와 문어 텍스트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구어 설교는 반복·억양·멈춤이 의미를 만들지만, 그것을 그대로 활자에 옮기면 원래 선포된 것의 무게가 대부분 소실된다. 크리스찬북뉴스 인터뷰에 따르면, “읽는 설교”의 제작 방식은 이렇다. 편집자가 설교 동영상 134편을 청취하면서 원고와 설교 사이를 오가며 한 문장씩 다듬어, “선포되는 설교와 동일한 의미와 감동을 독자가 눈으로 읽으면서 체험하도록” 문어체로 재구성한다. 원본 설교의 녹취가 아니라 다른 매체를 위한 새로운 텍스트를 쓰는 작업이다.
첫 작품 『읽는 설교 룻기』(죠이선교회출판부)는 나눔교회 부임 후 첫 설교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지역 교회 강단에서 회중을 향해 선포된 말씀이, 아직 그 교회를 모르는 광범위한 독자를 향한 활자 사역으로 확장된 과정이다.
다만 조영민 목사는 이 출판물의 위치를 분명히 한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표현으로, 책은 성경 본문의 보조 도구임을 직접 명시한다. 읽는 설교는 성경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성경 본문으로 이끄는 통로로 스스로를 위치시킨다.
말씀 우선주의와 귀납적 성경연구
조영민 목사의 설교 방법론은 IVF에서 익힌 귀납적 성경연구방법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귀납적 방식은 설교자의 신학적 결론을 먼저 제시하는 연역적 접근과 달리, 본문의 관찰·해석·적용을 단계적으로 밟아 나간다. 이 접근이 그의 설교에서 특별히 두드러지는 방식은, 주해 과정 자체가 청중에게 투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한 독자 서평은 “학계의 연구 결과와 신학적 사색을 근거로 어떻게 주해하고 설교로 이어지는지 과정을 보여준다”고 포착했다.
설교자가 결론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에 도달하는 경로를 함께 걷도록 초대하는 방식이다.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나 신학생들이 그의 설교집을 통해 주해 방법론을 배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방법론의 신학적 기반은 “하나님의 말씀만이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원칙이다. 청중 흡인을 위한 형식 변화나 문화적 트렌드에 반응하여 설교 방향을 조정하는 대신, 말씀 자체에 답이 있다는 입장을 유지한다. 이것은 젊은 세대 이탈 문제에 대한 그의 태도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매주 두 개 본문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뒤 설교문을 작성하는 준비 방식이 이 원칙의 실제 모습이다.
나눔교회와 지역 밀착 목회
조영민 목사의 강해설교는 진공 속에서 선포되지 않는다. 나눔교회 룻기 강해의 출발점이 “성도들이 텅 빈 나오미 같은 상황이라는 고백”이었다는 사실은 시사적이다. 본문 선택 자체가 회중의 현실 진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해설교가 이론적으로는 본문 순서대로 나아가지만, 실제로는 회중과 지역이라는 구체적 맥락 속에서 본문을 읽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소그룹을 “작은 교회”로 부르며 주일 강단과의 연계를 강조하는 목회 방식도 같은 맥락이다. 강해설교가 단순히 정보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를 특정 신학적 방향으로 함께 형성해 가는 과정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2024년 기준 장년 300명·교회학교 140여 명 규모의 나눔교회는 대형 교회 모델과 다른 실험을 보여준다. 부임 초기 3명이었던 청년부가 60명으로 성장한 과정, 채무 상황에서의 갱신 경험은 목회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어왔다. 이것이 2022년 밴쿠버 목회자 세미나에서 조영민 목사가 “신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목회자 1위”로 선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복음과상황』이 나눔교회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붙인 제목 “평범한 동네 교회는 어떻게 희망을 발견했나”는 이 실험의 성격을 압축한다.
조영민 설교 스타일이 남기는 것
조영민 목사의 설교 스타일은 몇 가지 일관된 축으로 요약된다.
구조 면에서 그는 단권 순차 강해를 고수하며, 수개월에 걸쳐 한 본문의 신학적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는 긴 호흡을 선택한다. 방법론 면에서는 귀납적 성경연구에서 출발하여 주해 과정이 청중에게 투명하게 드러나는 설교를 지향한다. 형식 면에서는 구어 설교의 틀을 넘어 “읽는 설교”라는 독자적 문학 장르를 개발하여, 강단과 출판 사이의 간극을 의식적으로 메운다. 이 모든 것이 말씀 우선주의와 지역 교회 공동체에 대한 밀착 목회라는 신학적 기반 위에 놓여 있다.
『목회와신학』이 그를 “설교 준비에 치열하고 성도 사랑에 부드러운 목양 설교자”라고 표현한 것은, 학문적 엄밀성과 목회적 온기가 한 강단에서 어떤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지를 포착한 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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