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이야기로 성경을 읽는 설교자 — 안용성 목사의 서사 비평적 설교

들어가며

한국 교회의 설교 지형 안에서 안용성 목사(그루터기교회)는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미국 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Graduate Theological Union, GTU)에서 신약성서학과 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 학술출판사 Brill에서 단행본을 출판한 신약학자이면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소규모 교회(평균 출석 110~130명)에서 목회하는 설교자다. 그의 설교 스타일을 이해하는 두 개의 열쇠는 **서사 비평(narrative criticism)**과 **탈식민주의 비평(postcolonial criticism)**이라는 학문적 방법론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두 방법론이 생소한 독자를 위해 잠깐 정의하고 넘어가는 것이 유용하다.

두 방법론이란 무엇인가

서사 비평은 성경 본문을 하나의 ‘이야기’로 읽는 방법론이다. 플롯(사건의 전개), 등장인물 묘사, 서술자 시점, 이야기의 공간과 시간 구조를 분석하여 본문이 독자에게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추적한다. 역사비평이 “이 본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묻는다면, 서사 비평은 “이 본문이 독자에게 무엇을 하는가?”를 묻는다. 본문 자체를 이야기 세계로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탈식민주의 비평은 성경 본문과 그 해석의 역사 안에서 권력 구조, 제국의 이데올로기, 수신자 문제를 질문하는 방법론이다. 누가 이 본문을 썼고, 누가 읽었으며, 어떤 사람들이 수신자(intended audience)로 상정되는가—그리고 그 경계 바깥의 목소리는 무엇인가—를 탐구한다. 안용성 목사의 Brill 저서 The Reign of God and Rome in Luke’s Passion Narrative: An East Asian Global Perspective(2006)는 바로 이 두 방법을 결합하여 누가복음 수난 내러티브를 분석한 연구다. 부제에 ‘동아시아적 관점’을 명시한 것 자체가 탈식민주의 비평의 실천이다. 해석자가 어디에 서서 읽는가를 숨기지 않는 것이다.

예전적 예배 틀 안의 본문 설교

안용성 목사가 2011년부터 담임하는 그루터기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으로, 1996년 창립 이래 예전(liturgy) 중심의 예배 형식을 유지해왔다. 주일 예배는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부르심과 나아감 → 아룀과 사귐 → 말씀과 응답 → 다짐과 파송

이 구조는 개신교 예전 운동에서 말하는 ‘말씀의 예전’ 흐름에 가깝다. 예배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 구조—모임·경청·응답·파송—를 따르고, 설교는 ‘말씀과 응답’ 단락에 자리한다.

이 예배 구조 안에서 안용성 목사의 설교는 **본문 중심(expository)**의 성격을 띤다. 주제 중심 설교가 메시지에서 출발해 본문을 선택하는 것과 달리, 그는 본문의 서사적 흐름과 역사·문화적 맥락을 먼저 분석하고 거기서 현대 적용을 이끌어낸다. 이는 그의 학문적 훈련—서사 비평과 탈식민주의 비평—이 목회 현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결과다.

설교 제목에서 읽히는 주제 경향

공개 확인이 가능한 설교 제목들은 그의 방법론적 경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파라오의 질서를 식별하기’(출 5장)는 2015년 장로회신학대학교 채플에서 전달한 설교다. 출애굽기 5장의 벽돌 노동 명령 장면을 통해 현존하는 권력 구조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다룬다. 성경 본문이 단순한 고대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사회적 맥락을 분석하는 렌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제목이다.

‘누구를 위해 오셨나’(눅 2:1–38)는 주일 예배 설교로, 예수의 오심이 특정 계층이나 민족을 넘어 “모든 민족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고 알려진다. 누가복음의 수신자와 포용성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접근이다.

‘왜 아기로 오셨을까?’(사 62:6–12, 성탄절)는 이사야 본문을 성육신 신학과 연결하며, 성서 전체의 서사적 맥락 안에서 성탄의 의미를 묻는 방식이다.

이 제목들에서 설교자가 반복적으로 던지는 질문의 윤곽이 드러난다. ‘누가 수신자인가’, ‘권력 구조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본문이 말하는 포용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이것은 서사 비평과 탈식민주의 비평이 공유하는 질문의 방향이기도 하다.

학술과 목회의 의도적 접점

안용성 목사는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는 학자 역할을 병행하면서, 학술 연구 성과를 교회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2024년 출판된 《교회를 위한 성서학: 복음서는 역사적 사실인가?》(새물결플러스)는 이 의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저서다. 복음서의 장르(고대 그리스-로마 전기), 구술성(orality), 시대별 ‘사실’ 개념의 차이를 평신도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면서 “교회와 성서학 사이에 다리를 놓겠다”는 지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두 이야기가 만나다: 요한계시록 서사로 읽기》(새물결플러스)도 같은 방향에 있다. 요한계시록을 “기본적으로 이야기(서사)로 읽어야 한다”고 천명하며, “모든 감각을 동원해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만지듯이 읽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서사 비평의 방법론적 전제—텍스트 내재적 독법, 독자의 경험과 상상력 활용—를 목회 독자에게 풀어낸 것이다.

설교 준비의 관점에서 보면 이 방법론은 다음을 의미한다. 본문을 시적 분위기나 신학적 명제로 먼저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본문이 구성하는 이야기 세계—등장인물, 갈등, 전환점, 해소—를 먼저 추적한 다음, 그 이야기가 청중의 이야기와 어떻게 만나는지 묻는 것이다.

목회 철학과의 연결

문화선교연구원이 그루터기교회를 “새로운 조직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다룬 기획에서 안용성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더 편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설령 더 힘들고 번거로워지는 한이 있더라도 더 좋은 공동체가 될 수 있는 길이 무엇일지 함께 모색하는 것”

이 발언은 설교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설교를 청중을 안심시키거나 편안하게 하는 수단으로 보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말씀 앞에서 더 나은 형태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본다는 관점이 담겨 있다.

그루터기교회의 행정 구조도 이와 연결된다. 담임목사는 설교와 목양에만 집중하고 교회 행정과 운영은 운영위원회에 일임하는 방식을 유지한다. 이는 설교가 교회 권력의 집중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가 말씀 안에서 모이는 중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이해와 맞닿아 있다.

설교 스타일의 요점

안용성 목사의 설교 스타일을 정리하면, 서사 비평과 탈식민주의 비평으로 훈련된 신약학자가 예전적 예배 틀 안에서 본문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 방법: 본문의 서사 구조(플롯·인물·시점)를 분석하여 이야기가 독자에게 행하는 것을 추적
  • 렌즈: 수신자·포용성·권력 구조라는 사회·문화적 질문을 본문에 적용
  • 형식: 예전적 예배의 ‘말씀과 응답’ 단락 안에 본문 중심 설교 배치
  • 목표: 학술 성서학을 교회 공동체의 언어로 번역하는 ‘다리’

성경 본문을 당시의 역사·문화 맥락에서 먼저 읽고 오늘의 공동체적 물음과 연결 짓는 이 접근은, 학문적 엄밀함과 목회적 감수성을 함께 추구하는 설교의 한 형태를 보여준다.


이 글은 공개 출판물·언론 보도·학술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설교 비평 전문 기사가 충분하지 않아 일부 내용은 학술 저작과 보도 자료에서 추론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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