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본문이 말하게 하라: 송태근 목사의 강해설교 방법론

강해설교자로 불린다는 것

삼일교회는 한국 장로교 역사에서 오래된 이름이다. 서울 종로구에 뿌리를 둔 이 교회의 제5대 담임으로 2012년 10월 부임한 송태근 목사를 청빙하며 당회가 내놓은 설명은 단순했다. “성경본문 중심의 설교를 하는 송태근 목사는 한국 교회 대표적인 강해 설교가로 인정받고 있다.” 설교 방법론이 청빙의 공식 이유로 제시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 한 문장이 그가 어떤 설교자로 알려져 있는지를 압축한다.

1956년생인 송태근 목사는 총신대학교와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거쳐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1994년부터 2012년 6월까지 노량진 강남교회 담임을 맡아 900명이던 성도를 5천 명 규모로 성장시킨 뒤 삼일교회로 옮겼다. 2027년 4월 은퇴를 앞두고 있는 그는 현재도 재임 중이다.


강해설교에 대한 그의 정의

송태근 목사가 설교 방법론을 직접 설명한 자리는 여럿이다. 그 가운데 한국성서대학교 ‘목회자를 위한 성경주해 세미나’에서 밝힌 발언이 자주 인용된다.

“설교는 반드시 강해설교이어야 한다. 주해(exegesis)를 기초로 해 성경의 진의를 끄집어 내는 것(exposition)은 설교의 대전제.”

강해설교(expository preaching)라는 용어 자체는 한국 교회에서 흔히 쓰인다. 그가 이 단어에 부여하는 의미는 비교적 좁고 엄격하다. 성경 본문에서 주제를 ‘빌려 오는’ 것이 아니라, 본문 자체가 가진 의도를 원문의 층위에서 끌어내는 작업이 강해라는 것이다.

“성경 메시지를 끄집어 내어 오늘날의 청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본문 중심의 설교.”

이와 함께 그는 청중 지평을 놓쳐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본문이란 지평에 대한 충실한 해석과 더불어 현실 세계와 그 속에 있는 성도들의 지평에 대한 해석이 병행되어야 한다.” 본문 충실성과 청중 접촉성, 두 지평을 함께 붙드는 것이 그의 강해 개념이다.


준비 과정: 원문에서 강단까지

송태근 목사의 설교 준비 과정은 구체적이다. 그가 공개한 흐름을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 원문 주해. 설교 준비는 목요일 저녁부터 시작된다. 헬라어나 히브리어 원문에서 “어휘의 의도를 찾아내는 작업”이 출발점이다. 여기에 역사적 배경 연구와 문학 장르 분석, 신학적 해석이 이어진다. WBC(Word Biblical Commentary) 시리즈를 상시 참고 주석으로 사용하며, 설교 1편 준비에 약 20권 분량의 책을 동원한다. 광화문 서점을 매주 목·금요일 방문하고 월 40~50만원의 서적비를 쓴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2단계 — 육필 원고. 주해 작업을 바탕으로 8~9장 분량의 원고를 손으로 직접 쓴다.

3단계 — 5회 필사. 그 원고를 손으로 다섯 번 반복해서 필사한다.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손으로 직접 쓰면 내용이 완전히 머릿속에 들어온다.” 반복 필사는 암기 기법이 아니라 본문이 설교자의 사유 안에 녹아드는 내면화 과정으로 기능한다.

4단계 — 축약과 폐기. 필사를 마친 원고는 전부 버린다. 남기는 것은 A4 한 장짜리 요약본뿐이다. 이 한 장은 “주제를 벗어나지 않기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할 뿐, 강단에서 직접 읽는 원고가 아니다.

5단계 — 강단 전달. 원고 없이 청중과 눈을 맞추며 전달한다. 이 전 과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주일 새벽 3시경이며, 2~3시간 수면 후 강단에 선다.

이 준비 방식은 단순히 부지런함의 지표가 아니다. 본문이 설교자의 몸에 배야 강단에서 원고를 의지하지 않고 청중을 향해 말할 수 있다는 원칙의 표현이다.


‘불친절한 강해’의 논리

송태근 목사의 설교를 접한 사람들이 종종 언급하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사세요”라는 직접적인 적용이 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45분 내내 강해가 이어지고, 설교자가 결론을 대신 내려 주지 않는다. 청중이 본문을 따라가다가 스스로 결론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스타일은 일부에게 낯설 수 있다. 청중 친화적인 ‘세 가지 적용’ 구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소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실제로 이 방식을 두고 ‘불친절한 강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비판이 아니라 방법론적 선택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본문 자체가 청중에게 말을 걸어야 하며, 설교자가 그 길목을 대신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두란노 목회 전문 매거진은 그를 “본문 중심적이고 교리 의식적이면서도 인간 조건의 전반을 적절하고 절절한 예화와 사례들로 풀어내고 있다”고 묘사했다. 예화는 따로 자료를 수집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소재 중에서 설교의 흐름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사용”한다. 설교 제목 역시 “주로 본문 내용에서 발췌”한다. 어떤 요소도 본문 바깥에서 설교의 방향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일관된다.


삼일교회 부임 첫 강해: 빌립보서 24주

삼일교회 부임 초기의 선택은 이 방법론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부임 첫 주부터 빌립보서를 본문으로 삼아 24주에 걸친 연속 강해를 이어 갔다. 이 강해 설교들은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삼일교회는 전임 담임이 부재했던 기간을 지나 그가 부임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자리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기획 설교나 특별 시리즈가 아니었다. 성경 한 권을 앞에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나가는 것이었다.


저서와 설교집

그의 설교집 시리즈 중 대표적인 것이 ‘쾌도난마(快刀亂麻)’ 시리즈다. 사도행전·요한계시록·사무엘상하·야고보서·다니엘서 등이 이 시리즈로 출판되었으며, 모두 지혜의샘에서 발행했다. 제목에서 보이듯 복잡한 본문을 예리하게 풀어 가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 밖에 『믿음은 그런 것이다』, 『내겐 사랑만 남았다』, 『모든 끝은 시작이다』, 『그러므로 기도하라』,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총신대학교에서 강의도 병행하며 후학 양성에도 관여해 왔다.


목회 철학과 설교의 연결

설교 방법론은 그의 목회 철학과 연결된다. 주간기독신문 대담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교회는 자기 비전에 도취된 채 하나님의 뜻과 시선에서 멀어져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목회의 중심이 성도가 ‘오직 그리스도만을 보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설교 방법론과 맞닿아 있다. 설교자의 감화력이나 적용의 설득력보다 본문 자체의 무게가 청중에게 닿아야 한다는 신념이 강해설교 선택의 배경이다.


방법론 공부를 위한 참고점

송태근 목사의 설교 방법론을 더 깊이 살펴보려는 독자라면 몇 가지 참고점이 있다.

  • 강해의 뼈대: WBC 시리즈를 포함한 주요 원어 주석 활용. 헬라어·히브리어 원문에서 어휘 의미를 추적하는 것이 출발점.
  • 준비 루틴: 목요일 저녁 시작 → 9장 육필 → 5회 필사 → A4 축약 → 주일 새벽 마무리.
  • 강단 철학: 청중에게 결론을 대신 내려 주지 않고, 본문이 청중에게 직접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여는 것.
  • 저서 접근: 『쾌도난마 사도행전』 시리즈는 그의 연속 강해 스타일을 가장 밀도 있게 보여 주는 텍스트다.

강해설교는 오랜 전통이지만 강단에서 구현하는 방식은 설교자마다 다르다. 원문 주해를 출발점으로 삼고, 준비 과정을 몸에 새기며, 강단에서 원고 없이 청중과 마주하는 송태근 목사의 방식은 그가 수십 년 동안 다듬어 온 하나의 구체적인 형태다. 방법론 자체가 답은 아니지만, 그 방법론이 어떤 원리에서 나왔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강해설교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 언어 행위인지를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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