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연구
뵈뵈 — 바울의 편지를 손에 들고 로마까지 간 사람
로마서는 신약성경에서 가장 정교한 신학적 논증을 담은 편지로 꼽힙니다. 그런데 그 편지가 실제로 로마에 도착해 낭독되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것을 들고 그리스에서 로마까지 가야 했습니다. 그 누군가가 뵈뵈였습니다.
본문이 실제로 하는 말
바울은 로마서 16장 1-2절, 편지의 거의 맨 끝에서 그녀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내가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으로 있는 우리 자매 뵈뵈를 너희에게 추천하노니 너희는 주 안에서 성도들의 합당한 예절로 그를 영접하고 무엇이든지 그에게 소용되는 바를 도와줄지니 이는 그가 여러 사람과 나의 보호자가 되었음이라.” 이 짧은 소개는 신약학자들이 오랫동안 주목해 온 두 개의 단어를 담고 있습니다.
“일꾼”으로 번역된 단어, 디아코노스
한글 성경에서 “일꾼”으로 번역된 단어는 헬라어 디아코노스(διάκονος)입니다. 이 단어는 신약성경 다른 곳에서 “집사”(딤전 3:8, 12)로 번역되는 것과 정확히 같은 단어입니다. 더글라스 무(Douglas J. Moo)는 「로마서」(NICNT) 주석에서, 이 단어가 이 시점(로마서는 바울 서신 중 비교적 후기에 쓰인 것으로 널리 추정됩니다)에 이미 교회 안에서 어느 정도 공식화된 직분을 가리켰을 가능성이 있으며, 뵈뵈가 겐그레아 교회에서 그런 인정된 역할을 맡고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크레이그 키너는 방대한 「사도행전」 주석 및 여러 논문에서, 이 단어를 “그저 봉사자”로 축소해 번역하는 관행이 남성 디아코노스(예: 딤전 3장)를 “집사”로 번역하면서 여성인 뵈뵈에게만 유독 다르게 번역되는 것은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지적해 왔습니다.
물론 모든 학자가 이 견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논쟁의 핵심은 뵈뵈가 무언가 실질적인 역할—단순한 심부름이 아니라 겐그레아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인정받는 사역—을 맡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는 폭넓은 동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보호자”로 번역된 단어, 프로스타티스
바울은 뵈뵈를 “여러 사람과 나의 프로스타티스(προστάτις)“라고도 부릅니다. 이 단어는 고대 그리스-로마 사회에서 후원자(patron)—법적·경제적 영향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이나 단체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사람—를 가리키는 데 쓰이던 용어입니다. 벤 위더링턴 3세는 「로마서」 사회-수사학적 주석에서, 이 단어가 뵈뵈가 상당한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여성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합니다—고대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후원자” 역할을 하려면 실질적인 자원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편지를 배달한다는 것의 의미
고대 세계에서 편지를 배달하는 사람은 단순한 우편배달부가 아니었습니다. 편지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고, 배달자는 종종 편지를 낭독하고, 발신자를 대신해 질문에 답하며, 편지의 어조와 맥락을 전달하는 역할까지 담당했습니다. 로마서처럼 정교하고 긴 신학적 논증을 담은 편지의 경우, 그것을 배달한 사람이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을 것이라는 추론은 합리적입니다. 즉 뵈뵈는 로마서를 낭독하고 로마 교회의 질문에 답했을 가능성이 있는, 이 편지의 첫 번째 해석자였을 수 있습니다.
설교자를 위한 메모
뵈뵈는 신약성경에서 가장 신학적으로 밀도 높은 문서 중 하나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지만, 정작 로마서 본문 자체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본문은 복음이 전해지는 과정이 저자 한 사람의 재능만이 아니라,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실질적 헌신과 신뢰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늘날에도 교회의 사역은 강단 위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그 말씀을 실어 나르는 이들의 신실함을 통해 완성됩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가 남긴 상찬
4세기 콘스탄티노플의 대설교자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로마서 강해」 제30강(로마서 16장 본문)에서 뵈뵈를 직접 언급하며 이렇게 말한다: 바울이 그녀를 여러 방식으로 높이는데, 다른 모든 인사보다 먼저 그녀를 언급한 것도, “누이”라 부른 것도, 그리고 “집사”라는 직분을 밝힌 것도 모두 그녀에게 존귀를 더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크리소스토무스는 “바울의 누이라 불리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이 설교는 오늘날 “디아코노스” 논쟁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초대교회 증언 중 하나다—적어도 4세기 콘스탄티노플의 대표적 설교자에게는, 뵈뵈가 단순한 심부름꾼이 아니라 존귀히 여길 만한 직분을 가진 인물로 읽혔다는 것을 보여준다.
참고 자료
- Douglas J. Moo, The Epistle to the Romans (New International Commentary on the New Testament, Eerdmans, 1996)
- Craig S. Keener, Acts: An Exegetical Commentary, 4 vols. (Baker Academic, 2012-2015)
- Ben Witherington III with Darlene Hyatt, Paul’s Letter to the Romans: A Socio-Rhetorical Commentary (Eerdmans, 2004)
- John Chrysostom, Homilies on Romans, Homily 30 (4th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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