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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 분석

본문에서 교리로, 교리에서 삶으로 — 광주 벧샬롬교회 김형익 목사의 설교 스타일

들어가며

대형 교회 담임목사도 아니고, 방송 설교자도 아니다. 그런데도 팟캐스트로 배포한 성경 권별 강해 설교는 10여 년간 꾸준히 청취자를 모았고, 두란노·생명의 말씀사·IVP에서 펴낸 저서 9권은 한국 복음주의 독자층에 적지 않게 읽힌다. 광주 벧샬롬교회 담임목사 김형익이 이 시리즈의 “숨은 고수” 목록에 오르는 이유다.

그의 설교 방법론의 뼈대는 의외로 단순하다. 청교도 설교의 세 요소, 즉 **본문(text) → 교리(doctrine) → 적용(application)**이다.

청교도 3박자: 본문 → 교리 → 적용

김형익 목사는 대학에 입학한 뒤 마틴 로이드존스의 《산상설교》를 읽고 받은 충격을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해왔다. 이후 로이드존스가 청교도 설교의 현대적 계보임을 확인하면서, 청교도 설교의 구조를 자신의 방법론으로 삼았다. 그가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성경 주해도 없고, 신학도 교리도 없으며, 복음적 적용도 전무한 설교”다.

청교도 3박자는 다음 순서를 따른다. 먼저 본문 자체를 면밀히 읽고 저자의 의도를 추적한다(해석). 거기서 성경신학적·교의학적 명제를 끌어낸다(교리). 마지막으로 그 교리가 지금 여기의 청중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구체적으로 묻는다(적용). 이 순서를 지키는 것이 그의 설교의 기본 형식이다.

실제 설교에서 이것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확인하면, 그는 거의 예외 없이 본문을 먼저 전체적으로 낭독하거나 회중과 함께 교독한다. 로마서 8장 1절 강해에서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를 해설할 때 그는 곧장 교리적 분석으로 들어간다: “정죄함의 결과는 형벌을 받는 거예요. 그 형벌의 심판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두 번째 구분이 이어진다. 법정적 정죄(judicial condemnation)와 실존적 정죄감(guilt feeling)을 분리하여, 복음이 미래의 형벌에서뿐 아니라 현재의 죄책감에서도 자유를 준다는 것을 논증한다. 신학적 정밀함이 삶의 언어로 풀어지는 구조다.

원어를 활용하는 대목도 있다. 요한복음 2장 본문을 다룰 때 “헬라어로 보면 그들은 예수님을 믿었으나 예수님은 그들을 믿지 않았다”는 구분을 통해 구원하는 믿음(saving faith)과 그렇지 않은 믿음을 구별한다.

로마서와 시편: 장기 권별 강해의 구조

벧샬롬교회 유튜브 채널(2026년 기준)을 보면 이 방법론이 어떤 스케일로 작동하는지 드러난다. 현재 진행 중인 로마서 강해는 48강을 넘겼고(로마서 8:31-39 도달), 시편 강해는 138강에 이른다. 단기 시리즈가 아니라 한 권의 성경 전체를 끝까지 관통하는 장기 강해다.

여기에 교의학 시리즈가 병행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19강+), 사도신경,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주일 예배에서 성경 강해와 교번하거나 별도 시리즈로 진행된다. 이는 성경 본문 강해와 교리 교육을 이중 트랙으로 운용하는 구조인데, 회중이 성경 내러티브와 교의학 체계 양쪽에서 동시에 훈련받도록 설계된 것이다.

벧샬롬교회가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네 가지 핵심 가치도 이 방향을 가리킨다: 온 세대 예배, 강해설교와 교리교육, 성도의 사귐, 선교. ‘강해설교’와 ‘교리교육’이 한 항목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율법과 복음: 핵심 신학 축

김형익 목사의 저서 가운데 《율법과 복음: 속박에서 자유로 가는 여정》(두란노, 2018)은 그의 신학적 중심 관심사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율법과 복음을 혼동하면 율법주의가 생겨난다. 율법주의는 성도를 하나님을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순종이 아니라 두려움에서 비롯된 복종으로 이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구분은 설교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강해에서 칭의·성화·자유의지를 다룰 때, 율법의 역할(죄를 깨닫게 함, 구원받은 신자를 인도함)과 복음의 역할(의롭다 하심, 죄책감에서의 자유)이 어떻게 다른지를 반복해 짚는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17강(성화)에서는 레위기 11장—“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을 구약의 의식법이 아닌 도덕법의 연속선으로 읽으며, 사도 베드로가 베드로전서 1장 16절에서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는 사실로 논증을 완성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교회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진짜 복음이 없이는 진짜 회심이 없고, 진짜 회심이 없으면 진짜 기독교인이 나오지 않는다.” 이 발언은 설교 방법론으로도 읽힌다. 본문이 복음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청중의 삶에서 일어나야 할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다.

설교 듣는 법을 가르치는 목사

2020년 두란노에서 출판한 《설교 듣는 법》은 한국 교계에서 드문 유형의 저술이다. 설교 잘 하는 방법이 아니라, 설교 잘 듣는 방법을 회중에게 가르치는 책이다. 설교자가 청중의 수용 능력과 준비 상태를 목회의 과제로 여긴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강해설교는 설교자 혼자의 작업이 아니다. 청중이 본문을 함께 읽고, 본문에서 나온 교리를 이해하며, 그 교리를 삶에 적용하는 능력이 없으면 설교의 효과는 반감된다. 《설교 듣는 법》은 그 능력을 갖추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강해설교를 교회의 중심으로 삼은 목사가 회중 교육에도 손을 내미는 방식이다.

디디모랩 자료집과 이 관점을 연결하면, 자료집은 설교자가 본문을 준비하는 자리에서만 쓸모 있는 것이 아니다. 강해설교를 듣는 회중이 소그룹이나 성경공부에서 본문의 배경과 원어 의미를 함께 짚는 자리에서도, “역사적·문화적 배경”과 “절별 주석” 섹션은 설교를 받아들이는 프레임을 풍부하게 만드는 자료가 된다.

로마서 4장 샘플 자료집의 절별 주석 섹션 예시.
절별 주석 섹션은 본문(text)에서 교리적 명제를 끌어내는 청교도 3박자의 첫 단계를 뒷받침한다. 김형익 목사의 로마서 강해처럼 절 단위로 정밀하게 읽어가는 설교 준비에 직접적으로 쓰인다.

율법과 복음의 구분처럼 특정 교리 하나를 정면으로 다루는 설교를 준비한다면, 교리 자체를 주제로 삼는 교리 설교 자료집도 참고할 만하다. 소요리문답 33문(칭의)을 다룬 교리 설교 샘플은 김형익 목사가 로마서 8장에서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를 법정적 정죄와 실존적 죄책감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과 같은 교리적 정밀함을, 본문 강해가 아니라 교리 자체를 출발점으로 삼아 보여준다.

경력과 사역 배경

김형익 목사는 건국대학교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고 총신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부터 4년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탄중에님신학교에서 교수 선교사로 사역했으며, 이후 GP선교회 한국대표로 선교 동원·훈련·파송을 담당했다. 2003년부터는 미국 워싱턴 DC 인근 워싱턴 훼로쉽교회 수석 부목사로 섬겼고, 2006년 11월 미국 메릴랜드에 죠이선교교회를 개척하여 2015년 6월까지 목회했다. 2015년 귀국 후 광주광역시 벧샬롬교회 담임으로 부임하여 현재까지 사역하고 있다. TGC Korea(복음과 도시)의 기고자이기도 하다.

설교 스타일의 요점

김형익 목사의 설교 스타일을 세 축으로 요약하면:

  • 구조: 성경 권별 연속 강해(로마서 48강+, 시편 138강+), 청교도 3박자(본문 → 교리 → 적용)
  • 강조점: 율법과 복음의 구분, 구원의 확신, 진정성 있는 회심, 복음이 삶에 미치는 구체적 적용
  • 병행 교육: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사도신경·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강의를 강해 설교와 동시 운용하여 회중의 신학 기반을 이중으로 구축

설교에서 현란한 예화보다 신학적 논증의 정확성이, 감성적 호소보다 교리에 뿌리를 둔 적용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전국 무대보다 지역 교회에서 이 방법론을 꾸준히 실천해왔다는 점이 “숨은 고수” 지위를 만든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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