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설득과 기획: 김병삼 목사의 주제설교 스타일
교회 밖에서 설교를 설계하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만나교회는 주일 다섯 개의 예배를 운영한다. 성례와 치유 중심의 1부, 현대적 찬양 중심의 2부, 찬양대와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지는 3부, 청년 대상의 4부, 온라인 5부까지—예배 형식이 대상 청중에 따라 뚜렷이 분화되어 있다. 이 예배 구조 자체가 담임목사 김병삼 목사의 설교 철학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복음은 하나이되, 그것을 전달하는 언어와 형식은 듣는 이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삼 목사는 2004년 만나교회에 부임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모델의 대표적 실천가로 꼽혀 왔다. 그의 설교 스타일을 이해하려면 이 신학적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선교학 박사가 교단에게 건넨 질문
김병삼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 시카고의 개릿 복음주의 신학교(Garrett-Evangelical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석사(M.Div)를 마쳤다. 이후 오하이오의 유나이티드 신학교(United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박사(D.Miss)를 취득했는데, 박사 논문의 주제가 흥미롭다: “예수 믿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교회”. 신학교 강의실이 아니라 교회 밖 시민의 시각에서 교단을 점검하겠다는 출발점이었다.
이 관심은 목회 전반에 흘러든다. 만나교회에 카페 30개 지점을 두고, 흡연실을 운영하며, 토요 예배를 신설한 것은 단순한 성장 전략이 아니라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복음이 전해진다”는 신학적 확신의 표현이다. 김 목사는 2026년 한 인터뷰에서 흡연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복음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교회 밖 사람이 교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찾은 하나의 길.” 설교도 이 맥락에서 설계된다. 안으로 향한 강단이 아니라, 밖을 향해 열린 창으로서의 설교다.
‘설득’으로 재정의된 설교
김병삼 목사가 설교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보면 그의 방법론이 선명해진다. 그는 “설교는 선포가 아니라 성도들을 설득하여 삶으로 살아내게 만드는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한다. “전체 예배가 소통이라면 설교는 설득이다”라는 표현도 같은 지향을 담는다.
‘선포(proclamation)‘와 ‘설득(persuasion)‘은 설교학에서 오랫동안 긴장 관계를 이뤄온 개념이다. 선포 중심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 자체의 권위를 강조한다면, 설득 중심 설교는 청중이 그 말씀을 내면화하고 삶에 통합하는 과정을 더 중시한다. 김병삼 목사는 후자의 방향에 뚜렷이 서 있으며, 이는 그의 준비 방식과 예화 선택, 메시지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연간 시리즈: 설교 달력을 미리 설계한다
김병삼 목사 설교 스타일의 가장 두드러진 구조적 특징은 연간 시리즈 기획이다. 1년의 예배 계획표를 연초에 미리 확정하고, 각 주제를 5주에서 12주 단위의 시리즈로 배치한다. 이 패턴은 단발적인 주제 선택이나 성경 순서에 따른 강해가 아니라, 연간 목회 의제를 선행 기획한 다음 그에 맞는 성경 본문과 주제를 배열하는 하향식 설계 방식이다.
이 시리즈 설교 방식은 교회 문화 형성에도 기여한다. 회중이 수주에 걸쳐 하나의 주제를 깊이 탐구하도록 유도하고, 예배·소그룹·교육 콘텐츠가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수렴될 수 있다. 실제로 뉴스앤조이가 2022년 보도한 사례에서 이 시리즈 구조의 영향력이 드러난다. 만나교회 출신 목사가 부임 후 김병삼 목사의 5주 시리즈 설교를 제목·철학적 인용·예화·구조까지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쓴 표절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이 사건은 역설적으로 그의 시리즈 설교 구조가 얼마나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채용될 만큼 완성도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화의 언어: 철학과 시사의 교차점
김병삼 목사의 예화 방식은 성경 내부의 이야기나 고전 신학 전통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르트르의 죽음 개념,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 같은 현대 철학·시사 소재가 설교 안에 들어온다. 이는 그의 독서 습관에서 비롯한다. 그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원칙을 설교 준비의 일부로 제시하며, 독서를 통한 예화 확보를 강조한다.
이러한 예화 선택은 선교적 교회론의 연장이기도 하다. 비기독교인이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공통 언어를 찾는 것이다. 신앙 외부 세계의 언어와 소재를 설교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교회에 처음 발을 들인 이들도 초입부터 낯설지 않게 느끼도록 설계한다. 원어 분석이나 역사적 배경 설명보다 문화적 접점을 통한 진입을 더 중시하는 것이다.
성품 신앙: “착해지세요”라는 용기 있는 표현
김병삼 목사의 메시지에서 반복되는 강조점은 신앙의 성품적 실천이다. 그는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보다 “예수 믿고 착해지세요”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구원론적 선언보다 덕성의 형성을 설교의 실질적 목표로 삼는 방향이다.
이 입장은 그의 선교적 교회론과도 잇닿는다. 교회 밖 세상이 교회에 기대하는 것, 그리고 기독교 신앙이 사회 속에서 설득력을 얻는 방식 중 하나가 성품의 변화로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다. “신앙의 본질은 붙잡되 문화까지 과거 속에 가둬두려 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내용(신앙의 본질)은 지키되 형식(문화·언어)은 시대와 함께 갱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기 개방적 태도도 설교의 중요한 특질이다. 그는 자신의 약함과 아픔을 공개적으로 나누는 것을 편안한 목회의 방식으로 강조하며, “내 속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일”을 설교의 진정성과 연결한다. 이 투명성은 청중과 설교자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준비의 윤리: 목회 역량의 70%를 설교에
김병삼 목사는 전체 목회 역량의 70% 이상을 설교에 투입한다고 밝힌다. 실천 방식도 구체적이다. 최소 3개월치 설교 원고를 미리 작성하고, 예배 콘티는 설교 2~3주 전에 완성한 뒤 담임목사와 예배팀이 함께 수정·점검한다. “준비하지 않고 성령의 은혜만 말하는 것은 변명”이라는 그의 발언은 즉흥과 감흥 대신 계획과 훈련을 설교의 기반으로 놓는 태도를 보여준다.
뮤지컬, 드라마, 토크설교 형식을 예배에 접목하고 영상·조명·음향·장식까지 ‘예배 디자인’의 일부로 기획하는 것도 이 준비 철학의 연장이다. 설교가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예배 전체의 미장센 속에 자리 잡도록 설계한다.
저서와 영향력
김병삼 목사는 두란노출판사를 중심으로 다수의 저서를 냈다. 《치열한 복음》(2016) · 《치열한 순종》(2017) · 《치열한 도전》(2018)으로 이어지는 3부작은 복음→순종→실천의 구조적 연결을 담으며, 선교적 교회론의 신학적 주장을 책의 형태로 풀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혁신 측면에서는 2009년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휴먼브리지를 설립해 전국 18개 지부를 운영했으며, ‘다음 시대’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를 통해 목회 리더십의 세대 전환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
나가며
김병삼 목사의 설교 스타일은 선교학적 물음—“교회 밖 사람의 눈에 교회는 어떻게 보이는가”—에서 출발해, 연간 시리즈 기획이라는 구조적 형식으로 체계화되고, 설득 지향·성품 강조·철학적 예화라는 언어로 구현된다. 강해설교가 본문 깊이 파고드는 수직 운동이라면, 그의 주제설교는 주제를 가로질러 회중의 삶과 연결하는 수평 운동에 가깝다.
두 접근 모두 설교학 안에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식이 우월하다는 것은 물음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대신 이 시리즈가 주목하는 것은 각 설교자가 자신의 신학적 확신과 목회 현장의 맥락을 어떻게 설교 형식으로 번역하는가 하는 물음이다. 김병삼 목사의 경우, 그 번역의 키워드는 기획·설득·접점이다.
댓글
댓글 남기기
작성한 댓글은 검토 후 공개됩니다. 이름과 댓글 내용만 저장되며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습니다.
이런 글도 있어요
preacher-style
이정익: '편안함'으로 복음을 전하는 주제설교자
신촌성결교회 25년을 이끈 이정익 목사의 설교 방식을 분석한다. 황덕형 교수가 꼽은 핵심어 '편안함', '사이다 설교 거부', 일상 속 하나님 이야기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preacher-style
삶을 통과한 말씀: 김동호 목사의 주제설교 스타일
성경을 '목적'이 아닌 '도구'로 삼은 적용 중심 설교, 청부론으로 물질 담론을 연 목회자—김동호 목사의 설교 방법론을 분석합니다.
preacher-style
오중복음을 구술로 선포하다 — 조용기 목사의 설교 스타일
즉흥 구술과 오중복음 프레임으로 세계 최대 교회를 일군 조용기 목사의 설교 방식을 학술 연구로 살펴본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