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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알고 보니

'아내들이여 복종하라'의 동사 없는 사본 읽기

결혼 주례사와 설교, 그리고 온라인 논쟁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고 가장 뜨겁게 논쟁이 되는 성경 구절 중 하나가 에베소서 5:22이다. 개역개정은 이렇게 옮긴다.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독립된 하나의 명령문처럼 읽힌다. 그런데 이 절을 헬라어 원문으로 열어 보면, 뜻밖의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P46과 코덱스 바티카누스에는 이 절에 동사가 아예 없다.

파피루스 46, 에베소서 6:8-18, 미시간 대학교 소장 파피루스 46(P.Mich.inv. 6238, fol. 157v), 에베소서 6:8-18, 약 175-225년경 · 미시간 대학교 도서관 소장 ·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Mark). 이 사진은 같은 사본의 6:8-18을 보여주며, 5:22가 적힌 면은 아니다. 파피루스 46은 코덱스 바티카누스와 더불어 에베소서 5:22에 동사가 없는 본문을 보여주는 이른 증인 중 하나다. 이미지 정보.

동사 없는 문장

동사가 없는 독법에서 에베소서 5:22은 다음과 같다. “hai gynaikes tois idiois andrasin hōs tō kyriō” — 문자 그대로 옮기면 “아내들은, 자기 남편에게, 주께 하듯”이다. 여기에는 “복종하라”에 해당하는 동사가 없다. 이 짧은 독법을 따르는 번역은 권면을 명료하게 전달하려고 앞 절에서 동사의 뜻을 끌어와 보충한다. 이것은 오역이 아니라 정상적인 번역 관행이지만, 그 결과 한국어 독자와 영어 독자는 22절이 처음부터 독립된 명령문이었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이는 후대 필사자가 처음 발견한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이른 사본인 파피루스 46(P46, 3세기 초)과 4세기 코덱스 바티카누스(B)를 포함한 초기 증거들은 22절에 동사 없이 문장을 시작한다. 반면 다른 사본들은 “휘포타쎄스쎄”(ὑποτάσσεσθε, “너희는 복종하라”) 또는 “휘포타쎄스쏘산”(ὑποτασσέσθωσαν, “그들은 복종할지어다”)이라는 동사를 포함한다. NA27·UBS4를 비롯한 대다수 현대 비평본은 더 짧고 동사가 없는 본문을 원문으로 채택한다 — 이 결정 자체를 둘러싼 본문비평 논의도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McCollum 2024는 필사자가 오히려 원래 있던 동사를 생략했을 가능성을 다시 제기했다).

동사 없는 독법은 NA28이 채택한 본문이지, 모든 초기 사본이 일치한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4세기의 시내산 사본에는 동사가 있다. 사본의 연대와 그 사본이 보존한 독법의 연대는 구별해야 한다.

21절의 분사에서 이어지는 문장

그렇다면 22절의 생략된 동사는 어디서 오는가. 답은 바로 앞 절에 있다. 21절은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인데, 여기 쓰인 헬라어 동사 “휘포타쏘메노이”(ὑποτασσόμενοι)는 사실 명령형이 아니라 현재분사다. 한국어 성경이 “복종하라”로 번역해 명령처럼 읽히지만, 문법적으로는 18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는 본동사에 딸린 일련의 분사들 — 시와 찬미로 화답하며, 마음으로 노래하며, 항상 감사하며, 피차 복종하며 — 가운데 마지막 항목이다.

22절은 이 분사가 만든 문장의 흐름 안에서, 동사 없이 새 주어(“아내들은”)를 제시하며 21절의 뜻을 구체적으로 적용한다. 앤드루 링컨(Andrew T. Lincoln)의 『에베소서』(WBC 42, 1990)와 해롤드 회너(Harold W. Hoehner)의 『에베소서 주석』(Baker Academic, 2002) 두 주석 모두, 22절이 문법적으로 21절에 종속돼 있다는 점 — 즉 21절을 떠나서는 22절이 문장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 — 에 동의한다. 이는 사소한 문법 디테일이 아니라, 본문이 어디서 새 단락을 시작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질문이다.

5:21-6:9 전체 안에서 보기

이 문법적 연결은 본문을 더 큰 단위 안에서 읽게 만든다. 에베소서 5:21-6:9는 고대 지중해 세계에 흔했던 문학 형식인 “가정 규범”(household code, 독일어 학계 용어로 Haustafel)을 따라 아내-남편(5:22-33), 자녀-부모(6:1-4), 종-상전(6:5-9) 세 쌍의 관계를 차례로 다룬다. 각 쌍마다 양쪽 모두에게 권면이 주어진다는 점이 이 본문의 특징이다. 아내에게 향한 복종의 권면 직후, 남편에게는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자신을 주심 같이”(5:25)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을 명한다 — 그 자체로 결코 가벼운 기준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해석이 갈린다. 21절 “피차 복종하라”가 22절 이하 모든 관계 쌍에 적용되는 상호적 원리를 먼저 제시한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은, 아내의 복종이 일방적 위계가 아니라 상호 섬김이라는 더 큰 틀 안에 있다고 읽는다(평등주의 계열의 강조점). 반면 21절이 뒤이어 나올 구체적이고 서로 다른 역할별 권면들 — 아내는 복종, 남편은 희생적 사랑 — 을 도입하는 표제어일 뿐, 각 역할의 구별 자체는 유지된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상호보완주의 계열의 강조점). 두 입장 모두 21-22절의 문법적 연결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차이는 그 연결이 신학적으로 무엇을 함의하느냐에 있다.

문법이 주는 것

이 문법적 사실을 안다고 해서 논쟁이 끝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동사가 없는 독법에서 에베소서 5:22은 “피차 복종”이라는 더 넓은 문장 흐름과 문법적으로 묶여 있으며, 곧이어 남편에게도 그에 못지않게 무거운 자기희생의 명령이 뒤따르는 본문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원문의 문장 구조를 정확히 아는 것은 이 구절을 어느 방향으로 적용할지 대신 결정해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결정을 본문이 실제로 말하는 것 위에서 내리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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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Andrew T. Lincoln, Ephesians (Word Biblical Commentary 42; Word Books, 1990)
  • Harold W. Hoehner, Ephesians: An Exegetical Commentary (Baker Academic, 2002)
  • Joey McCollum, “The Intrinsic Probability of τοῖς ἰδίοις ἀνδράσιν ὑποτασσέσθωσαν in Eph. 5:22,”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New Testament 46(4) (2024): 556–578, DOI
  • Novum Testamentum Graece (NA28) 및 UBS5 본문비평 각주, 에베소서 5: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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