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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성서해석

화가들의 성서해석 ⑯ 알브레히트 뒤러 — 자화상과 그리스도상, 신성모독의 경계에서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눈, 좌우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얼굴, 축복을 내리듯 가슴께로 들어 올린 오른손. 어깨까지 흘러내리는 곱슬머리와 모피 코트를 두른 이 인물은 언뜻 그리스도의 이콘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림 옆에 화가 자신이 라틴어로 남긴 명문은 이렇게 밝힙니다—“나, 뉘른베르크 사람 알브레히트 뒤러가, 28세의 나이에, 변치 않는 색으로 나 자신을 그렸다.” 이것은 그리스도가 아니라 자화상입니다. 화가들의 성서해석, 이번 회차는 지난 편에 이어 다시 알브레히트 뒤러, 그의 자화상과 그리스도상의 관계를 다룹니다.

관례를 깨뜨린 초상 — 정면 응시는 오직 그리스도에게만

지난 편에서 살펴본 「요한계시록」 목판화가 뒤러를 독립적 예술가-사업가로 자리 잡게 한 작품이었다면, 「28세의 자화상」(1500년)은 그가 자기 자신을 어떤 존재로 이해했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중세 회화의 관례에서 인물을 정면으로, 완벽한 좌우대칭으로,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눈으로 그리는 것은 오직 그리스도(또는 제한적으로 몇몇 성인)의 이콘에만 허용된 도상이었습니다. 일반인의 초상은 반드시 측면이나 사분면 각도로 비스듬히 그려, 신성한 정면성과 인간의 초상을 시각적으로 구분했습니다. 뒤러는 이 그림에서 이 관례를 정면으로 깨뜨립니다—자기 자신을, 당대 그리스도 이콘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흡사한 정면 대칭 구도로 그린 것입니다. 이 그림은 그가 유화로 남긴 세 점의 자화상 중 마지막이자 가장 급진적인 작품입니다.

본문 — 창세기 1장 27절

이 자화상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신학적 물음의 근거는 창세기 첫 장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창세기 1:27)

그림 분석 — 그리스도의 얼굴을 빌린 인간

알브레히트 뒤러, 「28세의 자화상」, 1500년,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소장 알브레히트 뒤러, 「28세의 자화상」, 1500년, 라임나무 패널에 유화, 67.1×48.9cm — 알테 피나코테크(뮌헨) 소장. 퍼블릭 도메인(Wikimedia Commons, CC0 1.0 Universal, 저자 1528년 사망).

이 그림에서 뒤러는 갈색 배경 앞에 정면으로, 완벽한 좌우대칭으로 앉아 있습니다. 어깨까지 늘어진 짙은 곱슬머리, 그림자를 드리운 깊은 눈매, 그리고 오른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려 손가락으로 모피 옷깃을 살짝 짚은 자세는—중세 성화에서 그리스도가 축복을 내리는 손짓과 거의 겹쳐 보입니다. 화면 좌우 상단에는 그의 서명 모노그램 “AD”와 라틴어 명문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데, 이 명문은 “변치 않는 색”(coloribus… proprijs)이라는 표현을 통해 유화라는 매체가 시간을 초월해 자신의 모습을 고정시킨다는 자부심을 드러냅니다. 이전까지 화가는 후원자나 성인의 얼굴을 그리는 장인이었지만, 이 그림에서 뒤러는 스스로를 그림의 유일한 주제이자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창조 행위 자체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듭니다.

신학적 해석 — 신성모독인가, 형상의 신학인가

미술사가 조지프 레오 쾨르너는 1993년 저서에서 이 자화상을 독일 르네상스 자화상 전통 전체의 출발점으로 다루며, 뒤러가 자기 얼굴을 그리스도의 도상에 겹쳐 놓은 선택이 단순한 오만이 아니라 정교한 신학적 논증이라고 분석합니다. 쾨르너에 따르면, 뒤러가 기댄 논리는 창세기의 형상 교리 그 자체입니다—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았다면, 그리고 그리스도가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골로새서 1:15)이라면, 화가 자신의 얼굴을 그리스도의 도상적 언어로 그리는 일은 신성을 참칭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인간 안에 이미 새겨진 하나님의 형상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행위가 됩니다. 동시에 쾨르너는 이 그림이 예술가로서 뒤러 자신의 위상에 대한 주장이기도 하다고 봅니다—창조주가 무로부터 인간을 자기 형상대로 지었듯, 화가는 물감과 패널로부터 형상을 만들어 낸다는 유비를 통해, 뒤러는 자신의 창작 행위 자체를 신학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해석에서 이 자화상은 종교개혁 직전 유럽에서 예술가의 자의식이 어떻게 신학적 언어를 빌려 형성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로 남습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회차는 이탈리아의 화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로 넘어가,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를 2부작 중 1부로 다룹니다.

이 글이 기댄 문헌

영미권

  • Joseph Leo Koerner, The Moment of Self-Portraiture in German Renaissance Art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3) — 뒤러의 1500년 자화상을 독일 르네상스 자화상 전통의 출발점으로 분석한 표준 연구서

그림 이미지는 Wikimedia Commons에 CC0(퍼블릭 도메인 헌정)으로 등재된 스캔을 사용했습니다. 위 문헌은 실재하는 표준 연구서입니다. 이번 회차는 국내 학술 문헌 중 이 자화상을 직접 다룬 신뢰도 있는 학술지 논문을 찾지 못해 국내 문헌 항목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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