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조정민 목사의 설교 스타일 — 앵커에서 강단으로, 질문으로 여는 강해설교
앵커 멘트에서 강단 선포까지
직업적으로 뉴스를 전달하던 사람이 복음을 전달하는 자리로 이동할 때, 그의 설교 방법론은 어떤 모양을 띠게 될까. 조정민 목사는 MBC에서 25년간 기자·앵커로 일하다 47세에 신앙을 갖게 되었고, 이후 보스턴 고든콘웰신학교(Gordon-Conwell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석사(MDiv)를 취득한 뒤 2007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3년에는 서울 청담동에 베이직교회를 개척해 지금에 이른다.
그가 스스로 설교자의 역할을 설명할 때 꺼내는 말이 있다.
“어떻게 보면 설교자도 앵커 아니냐.”
이 한 문장은 그의 설교 방법론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다. 뉴스 앵커는 복잡한 사건을 단시간에 핵심만 추려 전달한다. 조정민 목사의 설교 언어는 이 직업적 훈련과 맞닿아 있다.
구조 유형: 책별 연속 강해설교
조정민 목사의 설교는 책별(book-by-book) 연속 강해 방식을 취한다. 특정 성경 책을 선택해 처음부터 끝까지 설교해 나가는 구조다.
창세기는 2년에 걸쳐 강해했고, 이 설교들은 《시작에서 답을 찾다》(두란노) 시리즈로 출판되었다. 요한계시록 강해설교집 《사후 대책》은 그의 첫 강해서로 소개된다. 그 외에 요한복음, 히브리서, 에베소서 등 연속 강해 사례가 확인된다.
이 방식의 장점은 청중이 특정 성경 책 전체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설교자의 자의적 본문 선택 없이 성경이 스스로 말하게 한다는 강해설교의 오래된 원칙에 충실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구약-신약 연결 방식이다. 창세기를 설교하면서도 신약의 관점을 끌어들여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거시적 내러티브로 엮는다. 개별 본문이 그리스도 중심의 전체 이야기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시도가 설교 전반에 깔려 있다.
질문형 제목: 현대인의 언어로 시작하기
조정민 목사의 설교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특징은 질문형 제목이다. 설교 제목이 명제나 선언이 아니라 현대인이 실제로 가질 법한 물음의 형태를 띤다.
창세기 강해 설교집에 수록된 제목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 “우리 삶에 왜 안식이 필요한가?”
- “먹지 말라고 하신 것을 왜 주셨을까?”
크리스천투데이에 기고된 서상진 목사의 평가는 이 방식의 효과를 이렇게 짚는다: “현대인들이 많이 궁금해 하는 질문들에 답하는 점”과 “공감대 형성 능력”이 탁월하다고. 설교가 답으로 시작하지 않고 질문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청중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의문에서 출발해 성경 본문으로 안내한다는 뜻이다.
이 접근은 불신자나 신앙에 막 입문한 사람도 진입하기 쉽게 만든다. 교회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왜?”라는 질문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저서 제목들도 같은 패턴을 따른다. 《왜 예수인가(Why Jesus)?》, 《왜 구원인가?》, 《왜 성령인가?》, 《왜 기도하는가?》, 《왜 일하는가?》, 《왜 결혼하는가?》 — 모두 “왜?”로 시작한다.
전달 방식: 원고 없이, 눈을 맞추며
조정민 목사는 강단에서의 원칙 두 가지를 스스로 명시한 바 있다.
“성도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원고 없이 설교한다.
“하나님의 최선을 기대하며 기도하고 올라간다. 성령님의 인사이트를 기대하기 위함.”
이 두 원칙은 서로 연결된다. 원고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본문을 충분히 소화해야 하고, 그 소화의 과정에서 기도와 성령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원고 없이 청중을 직시하는 방식은 생방송 앵커로서 25년간 익힌 습관과 무관하지 않다. 카메라를 통해 시청자와 눈을 맞추던 방식이 강단에서 청중과의 직접 접촉으로 전환된 셈이다.
베이직교회의 물리적 구조도 이와 맞닿아 있다. 청담동 카페형 공간에 설교대를 없애고 의자 200개만 배치한 형태는, 설교자와 청중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는 의지를 공간으로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예화 철학: 성경 안에서 먼저
설교에서 예화를 어디서 가져오느냐는 설교자마다 다르다. 조정민 목사는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다윗이나 예수님의 예화는 천 번, 만 번 이야기해도 성도들이 싫증내지 않는다. 세상의 예화보다 성경에 집중할 것.”
성경 내부 서사를 예화의 1차 원천으로 삼는 이 원칙은, 설교가 본문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는 자기 제어 장치이기도 하다.
동시에 25년간의 언론 현장 경험은 그가 활용할 수 있는 직업적 예화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청와대 출입 기자, 워싱턴 특파원, MBC 앵커, iMBC 대표이사 — 이 경로에서 쌓인 에피소드들은 일반 목회자가 갖기 어려운 현장감과 신뢰도를 예화에 부여한다. 한 경향신문 기사의 신도 증언은 “십일조를 내란 말도 안 하고 설교에 성경 말씀 인용도 별로 없다”고 묘사하는데, 이는 설교 언어가 통상적인 종교 어법보다 일상 어법에 가깝다는 특징을 반영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상황화와 단순성
앵커의 자기 이해는 그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전반에 배어 있다.
“복음을 이 시대가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풀어서 말하기(Paraphrase)도 하고, 시대에 맞게 상황화(Contextualize)해서 잘 전하면 좋겠다는 생각.”
이 발언에는 복음의 내용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복음이 현 시대의 언어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담겨 있다. 설교학에서 말하는 상황화(contextualization)의 고전적 정의와 맞닿는다.
SNS 목회도 같은 철학의 연장이다. 앵커 멘트 평균 10초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50자 70자로 충분하다”는 원칙 아래 짧은 묵상 글을 꾸준히 발행한다. 트위터 팔로워 15만 명 이상의 독자층을 가졌으며, 이 글들은 《짧게 말해 줘》(위더북)로 출판되기도 했다. 설교의 단순성과 집중력은 강단에만 머물지 않고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일관된 방식으로 구현된다.
목회 구조에 녹아 있는 신학
설교 방법론은 베이직교회의 목회 구조와도 연결된다. 조정민 목사는 집사·권사·장로 등 직분 체계를 폐지하고 교역자를 “목사”로만 호칭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그리고 “목사만이 설교 가능하다는 관념은 목사를 예수님 당시의 유대교 제사장으로 회귀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평신도 설교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열어두었다.
이는 설교를 특정 직분자의 독점적 행위로 보지 않는 신학적 입장이 강단 구조와 회중 구조 모두에 반영된 사례다.
설교의 배경에 있는 회심 경험
조정민 목사의 설교를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것이 그의 회심 내러티브다. 원불자(원불교 신자)였던 그는 아내를 따라 온누리교회를 방문했을 때, 처음에는 통성기도를 이단으로 의심해 “잠입취재”를 하려 했다고 고백한다. 그 과정에서 “예수님을 만났다”는 체험이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뉴스앤조이는 이 전환을 “사람 끌어내리던 기자, 사람 끌어올리는 목사 되다”라는 제목으로 조명했다. Bad News를 전달하던 앵커가 Good News를 전하는 목사로 전환했다는 그 자신의 표현도 이 맥락에서 나온다.
이 회심 경험은 그의 설교에서 불신자를 향한 언어 선택과 접근 방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회 안에서만 통하는 언어가 아니라 교회 밖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요약: 스타일의 다섯 축
조정민 목사의 설교 방법론은 다음 다섯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 책별 연속 강해 — 성경 책 단위로 처음부터 끝까지 설교하며, 그리스도 중심의 거시 서사 안에서 본문을 읽는다.
- 질문형 제목 — 현대인의 의문에서 출발해 본문으로 안내하는 접근성 중심 구조.
- 원고 없는 눈맞춤 전달 — 앵커 경험에서 이어진 직접적 청중 접촉 방식.
- 일상 언어와 상황화 — 교리 전문용어보다 시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와 패러프레이즈 우선.
- 성경 예화 중심 + 직업 경험 예화 — 성경 내부 서사를 1차 원천으로 삼되, 25년 언론 현장 경험을 두 번째 층위로 활용.
이 글은 오픈 액세스 학술 자료, 국내 기독교 언론 보도, 출판사 서적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인용된 발언은 각 출처에서 확인된 것만 수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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