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말씀을 안경 삼아: 이재철 목사의 순서설교
목사가 되기 전, 기업인이었던 설교자
이재철 목사는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한 뒤 무역 회사 홍성통상주식회사를 창립한 기업인이었다. 이후 개인적 신앙의 전환점을 거쳐 이 회사를 기독교 전문 출판사 홍성사로 전환했고, 1985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하여 1988년 목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목사 안수 이후 서울 송파구에 주님의교회를 개척하며 목회를 시작했다.
그는 개척 당시부터 10년 임기를 스스로 약속했고, 1998년 그 약속을 이행하며 자발적으로 담임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스위스 제네바한인교회에서 선교사로 3년을 보낸 뒤 2005년 100주년기념교회 담임으로 부임했다. 2018년 11월, 정년을 7개월 앞당겨 조기 은퇴하면서 예우금도 이취임식도 거부했으며, 연고 없는 경남 거창군 웅양면으로 낙향한 것은 그의 목회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설교 구조: 순서설교 — 1~2절씩 짧게 파고드는 방식
이재철 목사가 직접 이름 붙인 ‘순서설교(順序說敎)‘는 일반적인 강해설교와 외형이 비슷해 보이지만 본문 취급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강해설교가 넓은 단락을 한꺼번에 다루어 구절마다 할당되는 비중이 줄어드는 데 비해, 순서설교는 매 주일 딱 1~2절만 본문으로 삼는다. 이재철 목사는 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강해설교는 본문을 넓게 잡아 각 구절의 비중이 떨어지지만, 순서설교는 본문을 한두 구절씩 짧게 잡는다. 매 주일 본문 구절의 깊이와 성경 전체의 넓이를 동시에 추구한다.” (크리스천투데이, 2010)
이 접근의 신앙실천적 목표는 명확하다. 매주의 구절을 ‘창(窓)‘으로 삼아 성경 전체를 들여다보되, 예배를 마친 회중이 그 한 구절을 ‘안경’처럼 쓰고 한 주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말씀이 삶의 렌즈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본문 선택 방식 자체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 셈이다.
이 방식의 직접적인 결과는 극도로 느린 진행 속도다. 100주년기념교회에서 사도행전 설교를 시작했을 때, 1장만 21주가 걸렸다. 5년 동안 28장 가운데 14장을 진행했고, 13년 4개월의 재임 기간에 걸쳐 사도행전 전 28장을 완결지었다. 이 설교들은 《사도행전 속으로》 전 15권으로 출간되었고, Logos Bible Software에도 탑재되었다. 주님의교회 10년 재임 기간에는 요한복음 전권을 마무리하여 《요한과 더불어》 전 10권을 남겼다.
구조적으로 순서설교는 귀납적이다. 명제를 먼저 제시하지 않고, 본문의 세부 항목들을 하나씩 쌓아가면서 결론을 향해 나아간다. 설교학자 오현철 성결대학교 교수는 이재철 목사의 설교를 분석한 논문(《교회성장》, 2004)에서 이 특성을 “본질로 돌아오게 하는 구심력을 가진 설교”라는 표현으로 포착했다. 흩어지지 않고 한 점을 향해 수렴하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원어 활용: 색깔 원고 시스템
이재철 목사의 설교 준비 방식은 독특한 물리적 형태로 알려져 있다. 그는 A4의 절반 크기 메모장 한 장 앞뒤에 37~38분 분량의 설교 전문을 모두 기록한다. 핵심은 여기서 사용하는 색깔 분류 체계다.
- 검정: 설교 내용
- 파랑: 성경 구절
- 빨강: 히브리어·헬라어 원어
- 초록: 예화
빨간 글씨로 원어를 원고에 써 넣는 행위는 단순한 시각적 강조가 아니다. 이재철 목사는 설교를 준비할 때 히브리어 또는 헬라어 본문으로 들어가 각 단어의 의미와 용례를 검토한 다음, 그 결과물을 원고에 물리적으로 표기한다. 원어 정보가 주석적 각주나 참고 자료로 따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설교 원고 본문 안에 준비 단계부터 삽입되는 것이다.
강단에서 이 원고를 거의 보지 않는다는 점도 잘 알려진 특징이다. 이재철 목사는 설교 전달의 감각을 이렇게 묘사했다.
“실타래가 풀리듯 머릿속에 영상으로 떠오른다.” (더미션 인터뷰)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는 준비 과정을 통해 본문이 충분히 내면화되고, 강단에서는 회중의 얼굴을 직접 바라보며 구술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 편의 설교에 온 몸의 진액을 쏟아붓듯이 준비한다”는 자술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이 준비 방식이 뒷받침한다.
강조점: 지성·신앙·삶의 조화
이재철 목사의 설교와 저술을 관통하는 주제 축은 크게 세 가지다. 지성으로 이해하고, 신앙으로 받아들이며,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홍성사 공식 저자 소개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사변적·이론적 내용보다 기독교 진리를 끊임없이 삶과 관련지어 지성과 신앙과 삶의 조화를 꾀하며, 본질에 대한 깨달음과 실천을 강조하면서 풀어내는 명료한 논리와 특유의 문체.”
이 세 축이 공개 대담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2010년 양화진문화원이 주최한 이어령 문학평론가와의 대담 시리즈 「지성과 영성의 만남」(총 8회)에서 이어령이 “영성이란 인간의 지적 오만을 넘어서는 힘”이라고 말하자, 이재철 목사는 이렇게 응답했다.
“지성이야말로 영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이 발언은 두 방향의 경계를 동시에 긋는다. 감정·신비 체험 중심의 신앙 이해와 달리, 이재철 목사는 지성을 영성의 대척점으로 보지 않는다. 동시에 추상적인 신학 논의에 머물지 않고 삶의 실천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성령 충만을 감정적 체험이 아니라 “말씀 중심의 삶”으로 해석하고, 신앙을 “신 앞에서 날마다 내가 변화되어 가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이 그 구체적 표현이다. “교회 갔다 오는 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말씀 붙들고 살기”라는 반복적 강조에서 실천 지향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저술과 양육 철학
이재철 목사의 저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순서설교 강해집이고, 다른 하나는 신앙 양육 교재다.
강해집으로는 《요한과 더불어》(전 10권), 《이재철 목사의 로마서》(전 3권), 《사도행전 속으로》(전 15권)가 대표적이다. 이 방대한 분량 자체가 순서설교의 물리적 결과물이다. 1~2절씩 쌓아간 수십 년의 준비가 선집이 아니라 전집으로 출간되었다는 점은 이 방법론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양육 교재로는 ‘양육 3부작’이 핵심이다. 《새신자반》에서는 신앙의 기초를 다루면서 “새신자”를 초신자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단한 모든 이들”로 정의한다. 《성숙자반》은 복·십계명·사도신경·사랑을, 《사명자반》은 복음을 삶과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을 주제로 삼는다. 이 3부작은 몽골어·베트남어·중국어로도 번역되어 한국 교회 밖에서도 유통되고 있다.
단행본 《회복의 신앙》은 서커스 곡예 이야기 같은 일상의 사례를 신학 진리와 연결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의 문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간결한 격언식 정의도 특징적이다. “믿음은 하나님에 대한 예의”,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는 예의인 것이다”와 같은 표현이 그 예다. 구체적인 관찰에서 출발하여 하나의 핵심 명제로 수렴하는 귀납적 운동이 문장 단위에서도 반복된다.
나가며
이재철 목사의 설교 방법론은 속도와 밀도의 결합으로 요약할 수 있다. 1~2절씩 짧게 잡는 순서설교 방식은 회중에게 한 구절을 충분히 소화할 시간을 확보해 준다. 원어를 손으로 써 내려가고 색깔로 분류하는 준비 과정은 그 한 구절을 극도로 조밀하게 다룬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성·신앙·삶의 세 축은 강단 언어와 저술 언어 모두에서 일관된 방향축으로 기능한다. 오현철 교수가 “본질로 돌아오게 하는 구심력”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 세 축이 분산되지 않고 한 점을 향해 수렴하는 특성을 포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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