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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 분석

박영호 목사의 설교 스타일 — 신약학자의 눈으로 교회와 본문을 읽다

박영호 목사의 설교 스타일

신약학자의 눈으로 교회와 본문을 읽다

포항제일교회는 20세기 초 경북 해안에 뿌리 내린 역사 깊은 교회다. 이 교회의 담임으로 2019년 부임한 박영호 목사는 그 이름 앞에 이례적으로 긴 학문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부산대 영어영문학과를 시작으로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신학 훈련을 받은 그는 예일대 신학부에서 석사(S.T.M.)를, 시카고대학교 인문학부에서 신약학·초기 기독교 문학으로 박사(Ph.D., 2012)를 받았다. 박사과정 중 시카고에 약속의교회를 개척해 10년간 목회했고, 귀국 후 한일장신대학교에서 4년간 신약학을 가르쳤다. 학자로서 쌓은 시야와 이민 교회 목회자로서의 현장 경험이 함께 새겨진 배경이다.

현재 그는 포항제일교회 담임이면서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원장, 제4차 로잔대회(2024 서울-인천) 한국준비위원회 말씀운동 지도목사로도 섬기고 있다. 이 두 역할은 그의 목회 정체성에서 설교 방법론과 직결되는 지점을 가리킨다.


이 글의 핵심 관찰:

  • 구조: 강해설교 — 현대적 예화·역사 사례로 시작, 본문의 1세기 배경 경유, 삶의 적용으로 귀결
  • 강조점: 교회론(에클레시아), 공동체적 사명,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
  • 방법론: 신약학 박사 배경에서 오는 역사·문화적 주석이 설교 해석의 기저; 원어는 결론으로 압축되어 전달

설교 구조: 이야기에서 본문으로

박영호의 설교는 뚜렷한 입구 전략을 갖는다. 강단에서 바로 본문을 펼치지 않고, 먼저 청중의 일상과 접속하는 이야기를 꺼낸다. 로자 파크스가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1955년 겨울 저녁, 화성 궤도에서 촬영한 지구의 사진, 한국 경제사의 결절점들—이런 이야기들이 설교의 대문이 된다. 예화가 끝나는 자리에서 본문이 시작되고, 성경 본문이 이 이야기들이 제기한 질문에 응답하는 형태로 설교가 전개된다.

구조는 강해설교(expository preaching)의 틀을 따른다. 본문의 순서를 따라 이동하고, 각 단락에서 중심 물음을 잡아 청중의 삶과 연결한다. 요한계시록 강해 시리즈에서 그는 이 책을 “단순히 종말에 일어날 일을 알려주는 정보가 아니라 하나님이 역사를 어떻게 움직여 가시는가를 보여주는 책”으로 접근하며, 21장의 결론—“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에서 역방향으로 독파하는 독법을 제안한다. 이 방식은 묵시 문학 장르에 대한 신약학적 이해를 설교 전략으로 전환한 사례다.

설교의 언어는 학문적이라기보다 회중 친화적이다. 청중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인 이름과 사건으로 추상적 진술을 내려앉힌다. 깊은 주석적 작업이 설교의 하부를 받치고 있지만, 그 뼈대는 청중에게 보이지 않은 채 전달의 부드러움을 유지한다.

강조점: 교회론과 하나님 나라

박영호의 학문적 중심은 신약성경의 교회(에클레시아, ἐκκλησία)를 1세기 사회적 실체로 탐구하는 데 있다. 시카고대에서 초기 기독교 공동체를 연구한 그는 교회를 단순한 종교적 집회 이상의 사회적 공동체로 읽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저서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IVP)와 『다시 만나는 교회』(복있는사람)는 모두 이 주제를 대중 독자에게 열어준 작업이다. 『다시 만나는 교회』는 포항제일교회 부임 후 새가족 교육 현장에서 다듬어진 내용을 담고 있으며, “뉴스가 아닌 성경의 렌즈로 교회를 바라보라”는 것이 책의 핵심 제안이다.

이 교회론적 강조는 설교의 지평을 형성한다. 그의 설교에서 교회는 하나님 나라가 실재하는 공동체이며, 개인 구원의 종착점이 아닌 선교적 공동체로서의 출발점으로 제시된다. 신자 개인의 내면 변화보다 공동체 전체가 세상 안에서 수행하는 사명이 자주 등장하는 관심축이다.

부임 인터뷰에서 그는 “목사다운 목사가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뉴스나 세간의 관심보다 성경과 교회 본연의 일에 집중하겠다는 자기 정의였다. 설교에서 시사적 이슈를 직접 다루기보다 성경 본문이 제시하는 원리 안에서 청중이 스스로 현실을 읽도록 유도하는 방식은 이 정체성과 일관성을 갖는다.

원어·학문적 배경 활용

박영호는 헬라어 원문 분석에 훈련된 신약학자다. 그러나 설교에서 원어는 어원 풀이나 단어 반복 인용의 형태로 전면에 등장하기보다, 해석 판단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어떤 번역이 원문의 의미를 더 정확히 담는지, 이 단어가 1세기 독자에게 어떤 연상을 불러일으켰는지—이런 판단들이 해석 결론으로 압축되어 청중에게 전달된다.

시카고대학교 인문학부는 역사비평·사회과학적 성서학 방법론의 중심지 중 하나다. 이 훈련은 성경 본문을 당대 사회·문화·종교적 맥락 안에 위치시켜 읽는 습관을 형성한다. 포항제일교회 강단에서 이 훈련의 흔적은 1세기 로마 세계, 유대교 배경, 초기 교회 공동체의 사회적 역학을 설교 중 자연스럽게 언급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역사적 배경이 설교의 장식이 아니라 본문 해석의 근거가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서들도 이 학문적 폭을 보여준다. 신약성경의 종말론, 하나님 나라와 평화, 통독주석 시리즈(빌립보서) 등은 신약 성서학의 핵심 주제들을 목회자와 평신도 독자를 위해 번역한 작업들이다.

프로페짜이: 설교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박영호 목사를 이해할 때 그가 한국교회에 확산시키고 있는 프로페짜이(Prophezei, 말씀연구모임) 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운동의 역사는 16세기 스위스 종교개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525년 6월 19일, 훌드리히 츠빙글리(Huldrych Zwingli, 1484~1531)는 취리히 그로스뮌스터교회에서 새로운 설교 준비 방식을 시작했다. 목회자들이 평일 아침(오전 7시)에 함께 모여 히브리어·헬라어·라틴어·독일어로 성경 본문을 대조하며 그 의미를 탐구하는 모임이었다. “예언하다”에 해당하는 그리스어에서 온 이름, 프로페짜이—이 모임은 개혁교회 전통에서 목회자 교육과 설교 준비의 공동체적 기반이 되었고, 스위스를 넘어 독일 남부·네덜란드·영국까지 확산되며 설교 준비 모임의 원형이 되었다.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원장 박영호)은 이 전통을 한국교회에 이식하고 있다. 교단을 초월해 매주 온·오프라인으로 모인 목회자들이 같은 본문으로 묵상하고, 주일에 각 교회에서 설교를 전한 뒤, 다시 모여 피드백을 나누는 순환 구조다. 크리스천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지난 1년간 한인교회를 포함한 500여 한국교회가 사도행전으로 공동 설교를 진행했다. 국민일보는 2025년 프로페짜이 포럼을 보도하며 “말씀을 중심에 놓고 삶을 나눈다”는 이 모임의 성격을 전했다.

이 운동은 그의 설교 방법론과 깊이 맞닿아 있다. 강해설교를 공동체 안에서 준비하는 것, 목회자가 홀로 서재에서 해석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의 대화 속에서 본문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프로페짜이는 이 설교론적 신념의 제도적 표현이다. 크리스천투데이가 이 운동을 “칼뱅·츠빙글리 종교개혁의 원동력”으로 조명한 것은, 박영호가 자신의 강해설교 방법론을 단순한 기술적 훈련이 아니라 종교개혁기의 신학적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설교는 한 목회자의 개인 작업이 아니라, 말씀 앞에 선 공동체의 탐구다.

디디모랩 자료집을 이 글에 연결한다면, 원어 주석과 역사·문화적 배경 섹션이 가장 자연스럽다. 박영호 설교처럼 에클레시아의 사회적 실체, 사도행전의 선교 흐름, 1세기 교회의 공동체적 맥락이 설교 해석의 배경이 될 때, 자료집의 학술 논의와 역사 배경 섹션은 본문 분석의 폭을 확장하는 연구 도구가 된다.

학술 논의 섹션은 본문의 역사적 맥락을 탐구하는 데 유용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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