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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알고 보니

창세기는 바벨탑이 무너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벨탑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일부 작품에서는 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돌무더기 사이로 흩어진다. 고대 유대 문헌에도 탑의 파괴를 말하는 전승이 있다. 그러나 창세기 11장은 탑이 무너졌다는 서술 없이 건설이 중단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두 자료를 구별해 읽으면 익숙한 이야기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필 수 있다.

본문을 다시 읽어보면

창세기 11:1-9는 짧은 이야기다. 온 땅이 한 언어를 쓰던 시절, 사람들은 시날 평지에 모여 성읍과 탑을 쌓기 시작한다.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11:4)는 것이 그들의 동기였다. 이에 대해 하나님이 내려오셔서 보이시는 두드러진 응답은 두 가지다.

첫째, “그들의 언어를 거기서 혼잡하게 하여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11:7)며 언어를 혼란시키신다. 둘째,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으므로 그들이 성읍 건설하기를 그쳤더라”(11:8)고 사람들을 흩으신다. 본문은 9절에서 “그러므로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셨음이니라”로 마무리된다.

탑을 부수셨다, 불로 태우셨다, 무너뜨리셨다 — 이런 서술은 본문 그 어디에도 없다. 사람들이 스스로 “성읍 건설하기를 그쳤다”고만 되어 있을 뿐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게 되고 사람들이 흩어지니 공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 창세기가 제시하는 결말이다. 이 서사에 붕괴가 없다는 관찰은 어떤 역사적 탑이 영원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주장과 다르다.

파괴 전승은 중세 미술보다 오래되었다

무너진 탑은 창세기 자체보다 그 이야기를 받아들인 해석의 역사에 속한다. 그렇다고 중세 화가나 어린이 성경책이 처음 만들어 낸 장면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원전 2세기의 유대 문헌으로 보는 『희년서』 10장 26절은 강한 바람이 탑을 무너뜨렸다고 말한다. 창세기에는 없는 파괴 장면이 이미 고대의 재서술에 등장하는 것이다.

후대 독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그려진 바벨 이야기를 물려받았다. 피터르 브뤼헐의 「바벨탑」(1563)은 붕괴 순간이 아니라 거대한 탑이 건설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서로 다른 묘사를 구별하면, 우리가 기억하는 장면이 어떤 자료에서 왔는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피터르 브뤼헐, 〈바벨탑〉, 1563년, 빈 미술사박물관 피터르 브뤼헐, 〈바벨탑〉(1563년) · 빈 미술사박물관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브뤼헐의 그림조차 탑이 무너지는 장면이 아니라, 미완성인 채 계속 건설 중인 탑을 그린다.

바벨과 발랄, 언어유희로 읽는 이름

본문이 실제로 강조하는 것은 파괴가 아니라 언어의 혼잡과 흩어짐이다. 히브리어 동사 “발랄”(בלל)은 “섞다, 혼란시키다”라는 뜻이다. 창세기 11:9는 이 동사에서 “바벨”(בָּבֶל)이라는 지명이 나왔다고 설명한다 — 소리가 비슷한 두 단어를 연결한 언어유희다.

바벨론 전통에서는 도시 이름을 ‘바빌리’(Bab-ili, 신의 문) 또는 ‘바빌라니’(Bab-ilani, 신들의 문)로 풀이했다. 다만 이 해석 자체가 고대의 학문적 또는 민간 어원일 수 있으므로, 도시 이름의 궁극적인 언어적 기원을 확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창세기는 여기에 히브리어의 언어유희를 더한다. 신의 문이라는 명성과 나란히 놓이는 것은 소통의 혼란과 좌절된 야심이다.

건축적 배경으로 보는 바벨론의 지구라트 에테메난키

창세기 11장의 배경에는 실제 역사적 건축물이 어른거린다. 고대 바벨론에는 주신 마르둑을 모신 신전 에사길라(Esagila) 곁에 거대한 지구라트가 서 있었는데, 그 이름이 “에테메난키”(Etemenanki) — “하늘과 땅의 기초가 되는 집”이라는 뜻이다. 이름부터가 창세기 11장이 묘사하는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려는” 야심과 공명한다.

에테메난키의 기초 유적은 바벨론에서 고고학적으로 확인된다. 헤로도토스는 『역사』 1.181에서 거대한 탑과 정상의 성소를 묘사하지만, 그가 직접 바벨론을 방문했는지와 기록의 정확성은 논쟁 대상이다. 앤드루 조지의 연구는 고고학 유적과 설형문자 자료를 함께 검토한다. 에테메난키는 이야기의 건축적 배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후보이지, 창세기에 서술된 모든 세부와 역사적으로 일치한다고 입증된 건축물은 아니다.

언어의 혼란과 흩어짐을 읽기

건설자들은 이름을 내고 흩어짐을 피하려 하지만, 결말은 그들의 기대를 뒤집는다. 여러 민족과 언어를 열거한 창세기 10장과 함께 읽으면 인류가 나뉜 과정에 관한 질문도 드러난다. 교만과 권력의 집중은 이 이야기를 해석하는 중요한 주제이며, 본문에 실제로 서술된 행동을 통해 살펴야 한다.

이런 읽기에 무너진 탑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혼란스러운 언어, 중단된 건설, 흩어진 사람들만으로도 이야기는 강한 결말을 이룬다. 디디모랩은 본문의 서술과 후대의 재서술을 구별하도록 원어와 고대 배경 자료를 함께 제공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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