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옥한흠의 설교 스타일: 강해설교와 제자훈련을 잇는 다리
옥한흠(1938–2010)은 서울 사랑의교회를 개척하고, 지역교회 중심의 제자훈련 모델을 한국 교회에 정착시킨 목회자다. 그의 설교를 다룬 학술 연구들을 종합하면, 두드러지는 것은 ‘무엇을 설교했는가’보다 ‘어떻게 설교를 준비하고 전달했는가’의 방법론이다.
설교 구조: 책별 강해와 ‘하나의 중심사상’
옥한흠은 로마서(3권 분량 강해설교집), 요한복음(3권), 사도행전(2권), 산상수훈(2권) 등 성경 한 권 전체를 순서대로 강해하는 방식을 오랫동안 지속했다. 국제제자훈련원이 소천 10주기(2020)에 낸 《옥한흠 전집 강해편》(전11권)이 이 강해설교의 방대한 축적을 보여준다.
권호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는 은보포럼 발제에서 옥한흠의 설교 준비 원칙을 이렇게 요약한다: “한 편의 설교에서 많은 사상을 전달하려 하지 않고 한 가지 중심 사상만 전달”한다는 것. 이는 해든 로빈슨의 ‘Big Idea’ 강해설교 이론과 궤를 같이 한다 — 본문이 말하는 하나의 핵심을 찾아 설교 전체가 그 하나를 향해 수렴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설교 작성 과정: 원리화와 대상화
권호 교수의 2024년 은보포럼 발제(「현대 강의설교의 핵심요소로 본 옥한흠 목사의 설교」)는 옥한흠 설교의 구조를 3단계로 규명한다.
- 본문의 핵심 파악
- 원리화 — 본문의 핵심을 오늘의 언어로 옮기기
- 대상화 — 그 원리가 여러 청중군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제시하기
권호 교수는 “옥 목사는 분명하게 연관성(relevance)의 개념을 가지고 있었으며, 당시 한국교회에는 이에 관한 해석학과 설교학 이론이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연관성 인식은 놀라움을 준다”고 평가한다. 이 3단계 과정 덕분에 강해설교임에도 청중이 “오늘 나를 위해 주신 말씀”으로 받아들일 만큼 즉각적인 적용성을 갖췄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관찰이다.
청년사역연구소가 정리한 옥한흠의 설교 작성 5단계는 이 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본문선택 → 학적 연구 → 국내외 존경할 만한 설교자의 설교 청취 → 메시지 체계화 → 청중 입장에서 메시지 교정.
강조점: 에토스와 적용, 그리고 제자훈련
옥한흠 설교의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자기고백적 에토스다. 설교 중 자신의 감정과 체험, 심지어 부끄러운 경험까지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이 개인적 취약성의 노출이 청중과 설교자 사이의 심리적 연결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여러 연구에서 반복된다.
이 적용 중심성은 제자훈련이라는 목회 철학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김대혁 교수(총신대)는 은보포럼 발제에서 “제자훈련 없는 전도는 사상누각”이라는 옥한흠의 목회 철학을 인용하며, 그의 복음 전도 설교가 “본문을 존중하는 설교이자 청중의 삶의 변화를 위한 맥락화와 구체적 적용이 드러나는 성육화된 설교”라고 분석한다. 설교 → 제자훈련 소그룹 → 순장 양성이라는 순환 구조 안에서 강단의 말씀이 소그룹 훈련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것이다.
원어·학문적 배경 활용: 준비 단계에 집중
옥한흠의 설교 작성 5단계에 ‘학적 연구’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원어 석의와 주석 연구는 설교 준비 과정의 필수 단계였다. 그러나 여러 분석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지점은, 이 학적 연구의 결과가 강단에서 원어 문법 설명이나 주석적 논증의 형태로 직접 노출되기보다는, 적용과 삶의 언어로 재구성되어 전달됐다는 것이다.
런던신학대학에서 강해설교를 연구한 김대조 목사는 저서 《존 스토트와 옥한흠에게 강해설교를 배우다》에서 존 스토트와 옥한흠을 비교하며, 스토트의 강점을 “본문 중심의 논리적 분석”으로, 옥한흠의 강점을 “성도들의 마음을 터치하는 적용 중심” 설교로 대비시킨다. 동시에 “주석적 해석의 견고함이 존 스토트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하는데, 이는 옥한흠 설교의 무게중심이 주석적 정교함보다 적용의 소통력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방법론적 특징으로 읽을 수 있다.
평가의 스펙트럼
박응규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는 옥한흠을 “실천적 개혁주의자”로 규정하며 “성경과 기독교 역사의 평범한 진리를 새롭게 해석하여 ‘교회를 위한 신학’으로 승화시킨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반면 일부 언론 평가(뉴스앤조이, 2010)는 그의 설교가 “이원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개인 신앙 중심에 머물렀다”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 다만 이는 신학 학술 논문이 아닌 언론 평가 수준이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이런 상반된 평가 자체보다 주목할 것은, 두 평가 모두 옥한흠의 방법론적 특징 — 강해설교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적용과 삶의 변화에 무게중심을 둔다는 점 — 을 공통 전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고 자료
- 박응규, 「한국교회를 깨운 옥한흠 목사의 설교세계」, 《성경과 신학》 77권(2016)
- 박응규, 《옥한흠 목사의 설교 세계》(기독교문서선교회, 2017)
- 김대조, 《존 스토트와 옥한흠에게 강해설교를 배우다》(아바서원, 2021)
- 권호·김대혁, 은보포럼 발제(2024·2025)
- 옥한흠, 《옥한흠 전집 강해편》(전11권, 국제제자훈련원,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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