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오인성 목사의 설교 스타일 — '말씀의 장소'를 걷는 모세오경 연속 강해
한강교회(서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담임 오인성 목사는 2025년 2월 첫 주부터 약 1년 4개월에 걸쳐 창세기·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를 스토리 라인 순서대로 강해하는 “ABC” 시리즈를 진행했다. 2026년 6월 21일 신명기 34장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그는 “모세오경의 마지막이 마무리되는 역사적인 날”이라 표현했다. 히브리어 어원 분석과 본문 구조 가시화, 목회 현장에서 길어 올린 예화가 맞물리는 그의 설교 문법을 2026년 봄 주일 설교 자막에 기반해 살펴본다.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연속 강해
오인성 목사의 설교를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는 “스토리 라인을 따라서 쭉 살펴”나가는 연속 강해다. ABC 시리즈는 모세오경 다섯 권의 서사 흐름을 순서대로 추적한다. 민수기 9~10장(이스라엘의 출발)에서 11장(다베라·기브롯 하다와)·14장(가데스 바네아 반역)·20장(미리암·아론의 죽음, 무리바 사건)·21장(놋뱀)·22장(발람과 나귀)을 거쳐, 신명기 6장(쉐마)·34장(모세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각 설교는 전주 내용을 간략히 복기한 뒤 다음 장면으로 이동해, 청중이 긴 서사의 한 장면 안에 놓여 있음을 느끼도록 구성된다.
이 방식에서 주목할 점은, 한 단락을 단독으로 발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리바 사건(민수기 20장) 설교는 “미리암의 죽음→무리바 사건→에돔 거절→아론의 죽음”이라는 민수기 20장 전체의 교차 구조 안에 위치 지은 다음에야 세부로 들어간다. 서사 흐름이 선행하고 본문 해석이 따라온다.
히브리어 어원이 열어 주는 신학적 공간
원어 활용이 오인성 목사 설교의 두드러진 축이다. 그 방식은 단어 설명에 머물지 않고, 본문 전체의 신학적 중심을 하나의 어원에서 끌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4월 26일 설교(민수기 9~10장)에서 그는 민수기의 히브리어 이름 “베미드바르”를 풀어낸다. “미드바르”(광야)는 장소를 나타내는 전치사 “미”와 “말씀”을 뜻하는 “다바르”의 합성어다. “광야란 무엇이 있는 장소라는 것입니까? 하나님의 말씀이 있는 장소입니다.” 민수기 시리즈 전체의 신학적 중심이 한 어원으로 압축된다.
6월 14일 설교(신명기 6장, 쉐마)에서는 마소라 본문의 시각적 특이성을 화면에 직접 띄운다. 쉐마(שְׁמַע)의 마지막 글자 아인(ע)과 에하드(אֶחָד)의 마지막 글자 달렛(ד)이 다른 글자보다 크고 굵게 인쇄되어 있으며, 이 두 글자를 합치면 “에드”(עֵד, 증거)가 된다. “이 신명기 6장 4절 말씀이 하나님과 그 백성 사이에 맺은 언약의 증거입니다.” 문헌학적 관찰이 계약 신학으로 연결되는 짧고 단단한 경로다. 같은 설교에서 그는 에하드(하나)가 두 가지 의미를 품는다고 설명한다. 하나님은 어떤 신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분이시며, 동시에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는 한결같으신 분이시다라는 것이다.
구조를 화면에 펼치는 방법론
오인성 목사는 본문의 문학적 구조를 회중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가시화한다. 5월 17일 설교(민수기 20장)에서는 교차 대칭 구조(a-b-a’)를 화면에 도식으로 제시한다. “A와 a에 해당하는 1절과 22~29절은 미리암의 죽음·아론의 죽음으로 20장의 액자를 이루고, 그 사이에 무리바 사건과 에돔 거절 사건이 들어 있다.” 구조 설명이 끝나면 그 구조가 담고 있는 신학적 의미—출애굽 1세대의 황혼—를 읽어 낸다.
지리적 본문에서는 지도를 활용한다. 6월 21일 신명기 34장에서 모세가 느보산 꼭대기에서 가나안 전경을 바라보는 장면을 설명할 때, 시계 반대 방향으로 시선의 이동을 따라가며 지도 위에서 길르앗·단·납달리·므낫세·에브라임·지중해·유다·네게브·요단 평지를 순서대로 짚는다. 청중이 지도를 함께 보며 모세의 시야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삶의 이야기로 여는 문
오인성 목사의 설교 도입부는 흔히 목회자 자신의 일상 경험에서 출발한다. 5월 24일 설교(놋뱀, 민수기 21장)는 명절 귀경길 내비게이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국도로 접어들었다가 거리는 늘고 시간도 줄지 않아 당황했다는 경험을 상세히 들려준 뒤, 하나님의 인도 대신 스스로 길을 선택했을 때의 이스라엘 백성 불평과 연결한다.
6월 7일 어르신 감사 예배 설교(로마서 16장)는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마지막 시 낭독으로 문을 연다. “돌아보니 모든 날이 기적이었고 모든 삶이 축복이었습니다.” 자신의 부모님(1950·1953년생) 이야기를 경유해, 로마서 16장에서 바울이 이름을 불러 주는 초대교회 성도들의 헌신으로 자연스럽게 이행한다. 예화가 단순히 청중의 관심을 끄는 장치가 아니라, 본문이 다루는 인간 경험을 현재 시제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한강교회와 함께 걷는 설교
오인성 목사의 설교는 한강교회라는 구체적인 공동체 현실 위에서 선포된다. 6월 21일 신명기 34장 설교에서 그는 파킨슨·뇌경색으로 거동이 어려운 권사님을 신방하고 돌아온 경험을 나눈다. 병상에서 하루 종일 “천사 날 부르니” 찬송을 흥얼거리는 권사님의 모습이 느보산에서 약속의 땅을 눈에 담고 생을 마감한 모세의 장면과 겹쳐진다. 설교는 본문 분석에서 목회자의 심방 경험으로, 다시 청중 한 사람의 삶으로 착지한다.
회중 참여도 뚜렷한 특징이다. “우리 함께 한 목소리로 읽어 보겠습니다”라는 초대가 매 설교에 여러 차례 등장하며, 히브리어 구절도 함께 낭독한다. 설교 말미의 기도는 그날 본문의 핵심을 압축한 뒤 “결단하고 다짐하며 돌아가는”이라는 표현과 함께, 회중 개개인의 가정·일터·사업장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마무리된다. 강단에서 선포된 말씀이 삶의 자리로 이어지는 경로를 기도가 마지막으로 짚어 주는 방식이다.
참고 영상 (자막 확보 성공분, 직접 검증 가능)
- 20260426 나아갈 때와 머무를 때 (민수기 9~10장)
- 20260503 여호와께서 기뻐하시면 우리에게 주시리라 (민수기 14장)
- 20260517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 (민수기 20장)
- 20260524 놋뱀을 쳐다본즉 모두 살더라 (민수기 21장)
- 20260531 여호와의 사자가 그를 막으려고 서니라 (민수기 22장)
- 20260607 기억될 이름들 (로마서 16장)
- 20260614 쉐마 이스라엘 (신명기 6장)
- 20260621 여호와의 종 모세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신명기 3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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