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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알고 보니

히브리어 원문은 '홍해'라고 쓴 적이 없습니다 — '갈대 바다'라고 썼습니다

출애굽기를 읽는 독자라면 이스라엘 백성이 건넌 그 바다의 이름을 당연하게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홍해(Red Sea). 수십 년의 영화와 수백 년의 성경 번역이 그 이름을 굳혔다. 그런데 히브리어 원문을 들여다보면, 성경은 한 번도 “홍해”라고 쓴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나사 위성에서 촬영한 시내 반도와 홍해 일대 — 공개 도메인 시내 반도 위성 사진 · NASA · Public Domain. 얌 수프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 학자들은 홍해 북쪽 끝(수에즈만·아카바만), 시내 반도 북쪽 갈대 지역 등 다양한 후보를 제시한다.

원어: 얌 수프(יַם סוּף)

출애굽기 13:18은 이스라엘 백성이 돌아서 “홍해의 광야 길로 인도하시매”라고 번역돼 있다. 15:4는 바로의 수레와 군대가 “홍해에 빠지니”라고 적는다. 두 구절의 히브리어 원문은 동일하게 יַם סוּף(얌 수프)다.

얌(יַם)은 바다다. 문제는 수프(סוּף)다. 이 단어의 의미는 히브리어 성경 안에서 확인된다. 출애굽기 2:3은 모세의 어머니가 아기를 갈대 상자에 담아 강에 띄우는 장면을 전하는데, 거기서 갈대(상자)에 사용된 단어가 수프(סוּף)다. 이사야 19:6은 나일 강가의 갈대를 묘사하며 같은 단어를 쓴다. 수프는 갈대·갈풀이다. 얌 수프는 직역하면 “갈대 바다”(Reed Sea)다.

히브리어에서 “붉다”는 단어는 전혀 다른 어근인 אָדֹם(아돔)이다. 에돔(Edom)이라는 지명, 에서의 별명 “붉다”가 이 어근에서 나왔다. 얌 수프의 수프(סוּף)와 아돔(אָדֹם)은 어근이 전혀 다르다. 히브리어 원문에서 이 바다는 “붉은” 바다가 아니다.

번역이 이미지를 고정시킨 역사

“홍해”라는 번역은 어디서 왔을까. 기원전 3세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한 칠십인역(Septuagint, LXX)이 기원이다. 칠십인역 번역자들은 얌 수프를 에리트라 탈라사(Ἐρυθρὰ Θάλασσα, Erythra Thalassa)로 옮겼다. 에리트라는 “붉은”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다.

칠십인역 번역자들이 단순히 잘못 번역한 것인지, 아니면 당시 알고 있던 지리 지식에 근거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당시 에리트라 탈라사는 오늘날의 홍해(Red Sea)보다 훨씬 넓은 범위, 즉 아라비아해·홍해·페르시아만 일대 전체를 포괄하는 지명으로 사용됐다. 그 번역이 라틴어 불가타(Mare Rubrum, 붉은 바다)로 이어졌고, 영어(Red Sea)를 거쳐 한국어 “홍해”로 굳어졌다. 번역 하나가 2,300년 넘게 이미지를 고정시킨 사례다.

어디였는가 — 여전히 진행 중인 논의

얌 수프의 정확한 지리적 위치가 어디인지는 학계에서 현재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버나드 배토(Bernard F. Batto)는 1984년 Biblical Archaeology Review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프(סוּף)가 갈대가 아니라 “끝·극변”을 뜻하는 다른 어근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 경우 얌 수프는 “세상 끝의 바다”, 즉 신화적·우주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해석에 따르면 얌 수프는 단순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라 신학적 함의를 가진 표현이 된다.

제임스 호프마이어(James K. Hoffmeier)는 Ancient Israel in Sinai(Oxford, 2005)에서 고대 이집트 문헌에 등장하는 파피루스 갈대밭 지역들을 검토하며 시내 반도 북쪽의 얕은 호수·습지 지역을 유력한 후보로 제시한다.

두 학자 모두 한 가지에는 동의한다. 얌 수프가 오늘날 우리가 지도에서 “Red Sea”라고 표시하는 그 깊은 바다를 직접 지시한다는 근거가 히브리어 원문에는 없다는 것이다.

번역이 물음을 덮을 때

“홍해”라는 번역이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칠십인역 이후의 번역 전통은 나름의 역사적 근거와 신학적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출애굽 기사의 핵심, 즉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다는 사건은 어느 쪽 번역을 따르든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히브리어 원문으로 돌아가면 고착된 이미지가 흔들리고 새로운 질문이 열린다. 이 바다는 어디였는가? 갈대 사이로 바람이 불어 물이 갈라진 현장은 어떤 지형이었는가? 이 질문들이 출애굽 사건의 역사적 맥락을 더 정밀하게 이해하려는 성경학의 오래된 관심사다. 번역이 원문을 덮을 때, 원문으로 돌아가면 그 관심사가 다시 보인다.

참고 자료

  • Bernard F. Batto, “Red Sea or Reed Sea?” Biblical Archaeology Review 10.4 (Jul/Aug 1984): 57–63
  • James K. Hoffmeier, Ancient Israel in Sinai: The Evidence for the Authenticity of the Wilderness Tradi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 출애굽기 2:3; 13:18; 15:4; 이사야 19:6, 마소라 본문 (수프 용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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