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지성과 공동체: 김형국 목사의 변증적 설교
사회학도에서 신약학자, 그리고 도시 목회자로
김형국 목사를 이해하는 첫 열쇠는 그가 강단에 서기까지 걸어온 경로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기독학생회(IVF) 간사로 5년을 보낸 뒤, 미국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EDS)에서 목회학 석사와 신약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논문 주제는 바울서신의 종말론 — 구체적으로는 그리스어 동사 παρίστημι(파리스테미)가 바울의 사역 신학과 종말론 안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추적한 연구였다.
이 경로는 우연이 아니다. 사회학적 감수성, IVF 특유의 학문과 신앙 통합 전통, 복음주의 신약학 훈련이 한 사람 안에 층층이 쌓였고, 그 결과가 나들목교회의 강단 스타일로 발현되었다.
2001년, 김형국 목사는 서울 대학로에서 7~8개 가정교회 모임을 연합해 나들목교회를 개척했다. 개척 당시부터 한국교회의 네 가지 병폐 — 기복주의, 이원론적 영성, 개인주의, 교인 중심성 — 에 맞서는 성경적 가치를 명문화했다는 사실은, 이 교회가 단순한 목회 공동체가 아니라 하나의 신학적 실험이었음을 보여준다.
구조 유형: 논리가 이끄는 혼합형
김형국 목사의 설교는 3대지 구조와 강해 설교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특정 형식을 교조적으로 고수하기보다, 본문의 논리와 청중의 이해 수준에 따라 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혼합형이다.
외부 관찰자들은 이를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는 논리”라고 표현한다. 설교의 흐름이 수사적 장치보다 논증적 전개를 따른다는 뜻이다. 존 스토트의 영향이 여기서 가장 분명히 드러난다. 스토트가 강조한 ‘두 세계 사이의 다리 놓기’ — 성경 본문의 세계와 현대 청중의 세계를 동시에 진지하게 다루는 설교관 — 가 그의 강단에도 작동한다. 한 목회전문지는 이 영향을 직접 언급하며, “평소 존 스토트처럼 복음의 동시대성을 무척 강조한 결과”로 교회 현실 이슈가 설교에 반영된다고 기록했다.
설교는 대체로 하나의 신학적 명제에서 출발한다. 그 명제를 성경 본문에서 끌어내고, 현실의 반론과 의문을 정직하게 다루며, 결론을 향해 논리적으로 수렴한다. 감정에 호소하는 장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은 논증을 보완하는 역할이지 대체하는 역할이 아니다.
핵심 강조점: 하나님나라 신학의 현재성
설교의 신학적 중심은 하나님나라(Kingdom of God) 개념이다. 그러나 이것이 내세 지향의 교리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나님나라는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이미 세상 속에 임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삶 속에서 그 나라를 드러내야 한다.”
이 명제는 설교의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그 다음 질문은 항상 “그렇다면 이 직장에서, 이 도시에서, 이 가정에서 하나님나라는 어떤 모습인가?”로 이어진다. 신학이 삶의 구체적 영역으로 착지하는 구조다.
변증적 접근도 이 신학에서 흘러나온다. 프란시스 쉐퍼의 영향 아래, 비신자의 지적 회의와 실존적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전도 교재 《풍성한 삶으로의 초대》는 비기독교인이 기독교 앞에서 느끼는 세 가지 장벽 — 위선, 지적 회의, 실존적 고통 — 을 구조화한 책인데, 이 교재의 논리가 설교의 변증적 접근과 직결된다.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에 대한 비판도 이 맥락에서 나온다.
“기독교적 지성, 기독교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렸으며, 반지성주의가 한국교회를 지배해 왔다.”
이 발언은 외부를 향한 비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강단이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내적 원칙이기도 하다.
언어와 전달: 의식적 평어화
지성적 접근과 평이한 언어는 양립하지 않을 것 같지만, 김형국 목사의 강단에서는 함께 작동한다. 핵심은 ‘찾는 이 중심’ 예배관이다.
나들목교회는 예배를 “마태네 집 잔치”로 이해한다. 비신자가 들어왔을 때 이질감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 그 사람의 언어로 말하는 강단. 그래서 설교자는 의식적으로 어려운 신학 용어와 영어 표현을 피한다.
“최대한 어려운 말이나 영어를 안 쓰려고 노력한다.”
복장도 청바지에 재킷이다. 예배 인도자 전체가 평상복을 입는다. 이것이 단순한 문화적 선택이 아니라 신학적 결단임을 이해해야 한다 — 찾는 이를 환영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일관된 디자인이다.
한 목회전문지의 예배 탐방기는 이 균형을 “노련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표현했다.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는 논리, 기독교 기본 진리에 대한 집중, 일상의 언어와 유머가 공존한다”는 관찰이 이어졌다. 논리적 설교와 평이한 언어, 기독교 기본 진리에 대한 집중과 유머가 같은 강단에서 작동하는 장면이다.
설교와 공동체: 세 축 모델
김형국 목사의 설교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설교를 공동체 형성의 여러 요소 중 하나로 위치시키는 방식이다. 설교는 중요하지만, 그 혼자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만약 세 가지(설교·소그룹·일대일) 중 하나만 있어야 한다면 설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배운 것을 훈련하는 장이 있어야 사람이 변한다. 배움만으로 변하는 게 아니다.”
그의 더 큰 틀은 이렇다: 바른 신학에 근거한 적실한 가르침(설교) + 가르침을 살아내는 공동체(소그룹) + 직접 만나는 제자훈련(일대일). 세 요소가 함께 작동할 때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설교는 이 구조 안에서 가장 중요한 한 축이되, 유일한 축이 아니다.
2019년의 교회 분립도 이 신학과 연결된다. 교인이 1,000명을 넘어서자, 김형국 목사는 공동체의 질을 지키기 위해 5개 지역 교회로 분립을 단행했다. 이후 한 목사의 설교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순회 설교 구조를 채택했다.
“한 목사의 설교에만 의존하지 않게 하려.”
이것은 설교자 중심주의, 혹은 카리스마 의존 구조를 해체하려는 신학적 결단이다. 설교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설교가 지향하는 바 — 공동체 형성과 제자도 — 를 더 온전히 실현하기 위한 구조적 선택이다.
저서와 강단의 연속성
김형국 목사의 저작 목록은 강단에서 선포된 신학의 문자화다. 하나님나라 신학 시리즈(《하나님 나라의 도전》, 《교회를 꿈꾼다》, 《도시의 하나님 나라》), 제자훈련 방법론(《제자훈련, 기독교의 생존방식》), 양육 교재(《풍성한 삶》 시리즈)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난 15년간 목회 현장에서 몸으로 겪고 축적한 제자훈련의 신학과 방법론을 집대성했다”는 저자 자신의 표현처럼, 그의 저술은 학문적 생산이기 전에 목회적 실천의 기록이다. 설교와 저술 사이에 단절이 없다.
정리
김형국 목사의 설교 스타일은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지성적 변증, 접근 가능한 언어, 공동체 형성의 한 축.
신약학 박사이자 IVF 훈련을 받은 설교자는 복음의 지적 설득력을 확보하면서도 찾는 이의 언어로 내려오는 것을 의식적으로 훈련한다. 그리고 그 설교가 소그룹과 일대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사람이 변한다고 본다. 나들목교회 20년의 실험 — 그리고 2019년의 분립이라는 도전적 선택 — 은 이 신학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현장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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