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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성서해석

화가들의 성서해석 ㉓ 윌리엄 블레이크 — 「아침 별들이 함께 노래할 때」와 욥기 삽화 연작

거대한 원을 이루며 뻗은 천사들의 팔 아래로, 인간과 하늘의 무리가 하나의 몸짓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태양과 별들은 이 원무의 배경이 아니라 노래하는 자들 사이에 함께 서 있는 존재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심판이나 고통의 장면이 아니라, 창조 자체가 터뜨리는 기쁨의 합창입니다. 화가들의 성서해석, 이번 회차부터는 로코코를 지나 낭만주의로 접어들며 윌리엄 블레이크를 다룹니다.

블레이크는 누구인가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는 런던에서 태어나 평생을 판화가이자 시인, 화가로 살았던 인물로, 왕립미술원의 정규 교육보다 견습 판화공으로서 익힌 독자적인 기법과 스베덴보리·야콥 뵈메 등 신비주의 전통의 영향 아래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발전시켰습니다. 성서 66권 가운데 그가 유일하게 전권을 하나의 연작으로 삽화화한 책이 바로 욥기입니다. 1821년경 토머스 버츠의 의뢰로 수채화 연작을 완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1823-26년 사이 판화가 존 린넬의 후원 아래 21점의 동판화 연작 『욥기의 삽화들』(Illustrations of the Book of Job)을 제작했고, 이 작업을 마친 이듬해인 1827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블레이크에게 욥기는 단순한 삽화 대상이 아니라, 그가 평생 씨름한 문제—겉으로 드러난 ’문자’로서의 종교와 그 안에 감추어진 참된 ’영’의 대립—를 가장 응축된 형태로 다룰 수 있는 본문이었습니다.

본문 — 욥기 38장 4~7절

「아침 별들이 함께 노래할 때」가 그리는 본문은 하나님이 욥에게 창조의 신비를 묻는 대목입니다.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 그 때에 새벽 별들이 함께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쁘게 소리를 질렀느니라.” (욥기 38:4, 7)

그림 분석 — 하나의 원으로 합류하는 인간과 천사

윌리엄 블레이크, 「아침 별들이 함께 노래할 때」, 욥기 삽화 연작 14번 판, 1825년경 윌리엄 블레이크, 「아침 별들이 함께 노래할 때」, 『욥기의 삽화들』 14번 판, 1825년경, 동판화. 퍼블릭 도메인(Wikimedia Commons, PD-old-100-expired, 저자 1827년 사망).

화면 아래에는 욥과 그의 아내, 세 친구가 손을 맞잡거나 팔을 들어 올린 채 위를 우러르고 있고, 그 위로 두 팔을 활짝 벌린 천사 무리가 반원을 그리며 늘어서 있습니다. 태양과 초승달을 탄 인물들이 이 원의 양옆을 채우고, 별들은 개별 점이 아니라 노래하는 형상들의 몸짓 사이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블레이크는 원근법적 깊이나 명암의 극적 대비 대신, 판화 특유의 명료한 윤곽선과 대칭적 구도로 이 장면 전체를 거의 문장(紋章)처럼 평면화합니다. 고통 속에 있던 욥이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이해할 수 없었던 창조의 신비 앞에서 인간과 천사가 구분 없이 하나의 합창에 참여하는 광경을 보고 있다는 것이 이 도상의 핵심입니다.

신학적 해석 — 문자를 넘어서는 영

영문학자이자 신학자인 크리스토퍼 로울런드는 2010년 저서 『블레이크와 성서』에서 욥기 판화 연작 전체를 블레이크의 성서 해석학이 가장 정교하게 구현된 사례로 다룹니다. 로울런드에 따르면 블레이크는 평생 ‘문자’(Letter)—율법적이고 처벌적인 신관, 외적 권위로서의 종교—와 ‘영’(Spirit)—상상력을 통해 인간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신적 현존—을 대립시켰고, 욥기 연작은 이 대립이 욥 자신의 여정 속에서 해소되어 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연작 초반의 욥은 문자적이고 율법적인 신앙(친구들의 정죄, 재앙을 죄의 대가로 보는 인과응보적 해석)에 갇혀 있지만, 연작이 진행되며 하나님의 음성이 욥에게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창조의 신비—새벽 별들의 노래, 리워야단과 베헤못—를 직접 보여주면서 욥의 신앙은 정죄가 아니라 경외와 상상력의 참여로 전환됩니다. 「아침 별들이 함께 노래할 때」가 인간과 천사를 하나의 원 안에 구분 없이 배치한 것은, 로울런드의 해석으로는 바로 이 전환의 시각적 정점—문자적 신관을 넘어선 자리에서 인간이 신적 창조의 기쁨에 참여자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을 나타냅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회차는 블레이크 2부로, 「예루살렘」·「밀턴」 등 그의 예언서적 신화 세계가 성서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다룹니다.

이 글이 기댄 문헌

영미권

  • Christopher Rowland, Blake and the Bible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10) — 욥기 판화 연작의 성서 해석학을 다룬 두 개 장을 포함하여, 블레이크의 ‘문자 대 영’ 대립 구도 전체를 규명한 대표 연구서

그림 이미지는 Wikimedia Commons에 퍼블릭 도메인(PD-old-100-expired)으로 등재된 스캔을 사용했습니다. 위 문헌은 실재하는 학술 자료입니다. 이 회차를 구체적으로 다룬 국내 학술 논문은 신뢰성 있게 확인되지 않아 국내 문헌 항목은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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