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 알고 보니

하와는 '갈빗대'가 아니라 '옆구리'에서 만들어졌나 — 창세기 히브리어 '첼라'의 반전

주일학교에서부터 들어온 이야기다.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고 갈빗대 하나를 취해 하와를 만드셨다. 그런데 정작 히브리어 본문을 열어보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갈빗대”로 옮겨진 단어 첼라(צֵלָע, tsela)는 구약성경 전체에서 40여 회 등장하는데, 창세기 2장을 빼면 이 단어가 사람 몸의 뼈를 가리키는 용례는 사실상 없다. 나머지는 거의 다 건물의 “옆구리”나 “측면”을 가리키는 건축 용어다.

“첼라”는 원래 건축 용어다

출애굽기 25-27장의 성막 규정을 보면 첼라는 법궤와 성막 “측면”을 가리키는 데 반복해서 쓰인다(출 25:12, 14; 26:20, 26-27 등). 열왕기상 6-7장의 성전 건축 묘사에서도 첼라는 성전 측면에 딸린 “골방”(왕상 6:5-6)이나 마루를 받치는 “널판”(왕상 6:15-16)을 가리킨다. BDB와 HALOT 같은 표준 히브리어 사전도 첼라의 기본 의미를 “옆구리, 측면”으로 싣고, “갈빗대”라는 해부학적 의미는 창세기 2:21-22이라는 단 하나의 용례에 기대어 있다고 표시한다.

이 관찰 자체는 새롭지 않다. 정작 논쟁은 그다음 단계, 즉 “그렇다면 창세기 2장에서 첼라는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가”에서 벌어진다. 미국 유대인 대학교의 히브리 성서학자 지오니 제빗은 2013년 저서 『에덴동산에서 정말 무슨 일이 있었나』(What Really Happened in the Garden of Eden?, Yale University Press)에서, 첼라가 아담의 몸에서 떼어낸 뼈 한 조각이 아니라 몸통을 이루는 구조적 “한쪽 면” 전체를 가리킨다고 주장했다. 그의 읽기를 따르면 하나님은 아담에게서 뼈 하나를 뽑아낸 것이 아니라, 원초적 인간(아담)의 몸을 좌우로 “나누어” 둘로 만드신 셈이다. 이는 창세기 2:23에서 아담이 하와를 보고 외치는 말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와도 더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 뼈 하나가 아니라 몸 전체(뼈와 살 모두)에서 나온 존재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제빗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구체적 가설도 내놓았다. 생물학자 스콧 길버트와 함께 2001년 American Journal of Medical Genetics에 발표한 짧은 논문(“Congenital Human Baculum Deficiency: The Generative Bone of Genesis 2:21-23”)에서 두 사람은 첼라가 구체적으로 “음경골(바쿨룸, baculum)“을 가리킬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다수 포유류 수컷에게 있는 이 뼈가 인간 남성에게만 없다는 해부학적 사실이, 창세기 본문이 설명하려는 “원인론적” 수수께끼와 맞아떨어진다는 논리다. 다만 이 구체적 가설은 학계에서도 소수 의견이며, 논쟁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클로드 마리오티니 같은 구약학자도 첼라 해석을 둘러싼 여러 견해 중 하나로 이를 중립적으로 소개할 뿐, 정설로 다루지는 않는다. “첼라 = 몸의 한쪽 면”이라는 더 넓은 재해석에는 많은 학자가 동의하지만, “그 한쪽 면이 구체적으로 음경골이다”라는 제빗·길버트의 결론까지 받아들이는 학자는 많지 않다.

“갈빗대” 번역은 어디서 왔나

그렇다면 “갈빗대”라는 번역은 어떻게 이렇게 오래 굳어졌을까. 칠십인역(LXX) 번역자들은 첼라를 그리스어 플레우라(πλευρά)로 옮겼는데, 이 단어 자체가 “옆구리”와 “갈빗대” 양쪽 의미를 다 가진 애매한 단어였다. 결정적으로 좁혀진 것은 4세기 말 히에로니무스가 불가타 라틴어 성경을 번역하면서다. 그는 코스타(costa), 즉 구체적으로 “갈빗대”를 뜻하는 단어를 선택했고, 이후 서구 교회의 번역 전통은 대체로 이 라틴어 선택을 따라갔다. 킹제임스역을 비롯해 오늘날에도 다수의 표준 영어 번역(NIV, ESV, NASB 등)과 개역개정을 포함한 여러 언어 번역이 여전히 “rib/갈빗대”를 유지한다 — 이는 이 문제가 학계에서도 완전히 결론 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논의임을 보여준다.

이 전통적 번역과 함께 따라다닌 민간 속설도 있다. “남자는 하와가 갈빗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자보다 갈비뼈가 하나 적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해부학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16세기 플랑드르 출신 해부학자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가 실제 인체 해부를 통해 남녀의 갈비뼈 수가 똑같이 12쌍(24개)임을 확인한 이래, 이후 모든 세대의 해부학 연구가 이를 반복해서 재확인해 왔다. 애초에 조상 한 명의 몸에서 뼈 하나가 없어진다고 해서 그 후손의 유전적 설계도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도 이 속설은 성립하지 않는다.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정리하면 이렇다. 첼라가 구약 다른 곳에서 거의 항상 “옆구리·측면”이라는 건축·공간적 의미로 쓰인다는 것은 히브리어 문헌학적으로 잘 확립된 관찰이다. 이를 근거로 창세기 2장의 첼라도 “뼈 한 조각”이 아니라 “몸의 한쪽 면 전체”를 가리킨다는 재해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구체적 결론(음경골 가설 등)이나, 애초에 전통적 “갈빗대” 번역이 틀렸다고 단정하는 것까지는 학계의 합의가 아니다. 오래된 번역 전통에는 그 나름의 언어적 근거(칠십인역·불가타의 선택)가 있었고, 지금도 이를 유지하는 진지한 학자와 번역본들이 있다. 히브리어 본문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다.

참고 자료

  • Ziony Zevit, What Really Happened in the Garden of Eden?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13)
  • Scott F. Gilbert and Ziony Zevit, “Congenital Human Baculum Deficiency: The Generative Bone of Genesis 2:21–23,” American Journal of Medical Genetics 101 (2001): 284–285
  • Francis Brown, S. R. Driver, and Charles A. Briggs (BDB), A Hebrew and English Lexicon of the Old Testament, entry צֵלָע
  • Ludwig Koehler and Walter Baumgartner (HALOT), The Hebrew and Aramaic Lexicon of the Old Testament, entry צלע
  • Claude Mariottini, “Congenital Human Baculum Deficiency, Adam’s Rib, and the Formation of Eve,” claudemariottini.com (2009)
카카오

댓글

댓글을 불러오는 중...

댓글 남기기

작성한 댓글은 검토 후 공개됩니다. 이름과 댓글 내용만 저장되며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습니다.

이런 글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