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준비

성경 주석,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주석 의존에서 본문 탐구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담임목사 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설교 준비 시 가장 많이 참고하는 자료로 **주석이 84%**를 차지했습니다. 신앙 서적(65%), 기독교 연구소 자료(43%), 기독교 관련 웹사이트(42%)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 숫자는 한국 목회자들이 주석을 얼마나 신뢰하고 의지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주석 없이 설교를 준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주석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

주석, 그것이 문제인가

주석을 많이 쓴다는 것이 곧 문제는 아닙니다. 구약학자 트렘퍼 롱만 III세는 『구약 주석 안내』에서 주석 활용의 두 가지 잘못된 극단을 지적합니다. 하나는 주석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입니다.

주석은 수십 년을 특정 본문과 씨름한 학자들의 집약된 통찰입니다. 원어의 용례를 추적하고, 역사적 배경을 발굴하고, 수 세기에 걸친 해석의 흐름을 정리한 지식의 보고입니다. 이것을 무시하는 것은 교만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느냐입니다.

한목협이 개최한 설교 표절 관련 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 교회 목회자의 90%가 설교 표절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표절의 경로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패턴 중 하나는 주석이나 설교 자료를 먼저 읽고 그 틀 안에서 설교를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설교자는 주석가의 생각을 전달하는 통로가 되고, 본문 자체와의 진지한 씨름은 생략됩니다.

고든 피와 더글러스 스튜어트는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 명확하게 말합니다.

“주석을 참조하는 것은, 아무리 필수적인 작업이라 해도, 마지막에 해야 할 일이다.”

이 원칙은 학문적 제안이 아닙니다. 설교 준비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지침입니다.

주석을 읽기 전에: 본문과 직접 씨름하는 단계

주석을 펼치기 전에 설교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작업이 있습니다. 그것은 본문을 직접 관찰하고,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것입니다.

1. 여러 번역본을 비교하며 읽기

개역개정, 새번역, 공동번역, 그리고 영역본(ESV, NRSV, NIV)을 나란히 놓고 읽으면 번역마다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보입니다. 번역이 다른 지점에서 반드시 멈춰 물어야 합니다. 왜 이 번역자들은 이렇게 다르게 옮겼는가? 그 질문이 주석을 읽을 때 진짜 안내자가 됩니다.

2. 단락의 구조와 흐름 파악하기

본문 전체를 소리 내어 읽어보십시오. 논증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서사가 어디서 전환되는지, 시의 반복 구조는 무엇인지를 몸으로 느끼는 과정입니다. 핵심 단어, 반복되는 표현, 대조와 병렬 구조에 밑줄을 긋습니다. 이 과정에서 본문의 뼈대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3. 질문 목록 만들기

이 단계의 목표는 확실한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모으는 것입니다.

  • 이 구절에서 이해되지 않는 단어나 개념은 무엇인가?
  • 화자는 누구이고, 청중은 누구인가?
  • 이 단락의 바로 앞·뒤 문맥은 이 본문을 어떻게 해석하게 만드는가?
  • 저자가 말하려는 핵심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을 종이에 써두십시오. 이것이 나중에 주석을 열었을 때 당신의 나침반이 됩니다.

주석 읽는 올바른 순서: 광범위에서 집중으로

질문 목록이 준비되었다면, 이제 주석을 열 준비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주석을 먼저 읽어야 할까요?

1단계: 개론서와 장르 이해서

처음에는 특정 구절이 아닌 책 전체와 장르를 이해하는 자료를 읽습니다. 해당 성경책의 개론, 장르 가이드(예: 피와 스튜어트의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해당 장르 섹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단계를 거치면 개별 구절이 전체 흐름 속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2단계: 강해 주석 (설교 주석)

다음으로는 설교자를 위해 쓰인 강해 주석을 읽습니다. BST(Bible Speaks Today) 시리즈나 Preaching the Word 시리즈처럼 본문의 흐름과 적용을 함께 다루는 자료들입니다. 본문의 전체 논지와 단락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합니다. 이 단계는 아직 학문적 세부사항보다 본문의 큰 그림에 집중하는 단계입니다.

3단계: 균형 잡힌 학문 주석

이제 원어 분석, 역사적 배경, 본문 비평 등을 다루는 중간 수준의 학술 주석을 읽습니다. NICNT/NICOT(New International Commentary), NAC(New American Commentary), Pillar NT Commentary 시리즈가 이 범주에 속합니다. D.A. 카슨의 『신약 주석 안내』와 트렘퍼 롱만의 『구약 주석 안내』는 이 단계에서 어떤 주석이 각 성경책에 가장 유용한지 판단하는 데 탁월한 지침서입니다.

이 단계에서 비로소 앞에서 적어둔 질문들이 진지하게 다루어집니다. 이미 자신의 관찰과 질문이 있기 때문에, 주석의 논증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4단계: 전문 학술 주석 (필요 시)

WBC(Word Biblical Commentary), BECNT(Baker Exegetical Commentary), Hermeneia 등 원어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전문 주석은 특별히 어렵거나 논란이 되는 구절에 한해서 참조합니다. 매 주일 설교마다 이 수준의 주석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핵심 본문에서 해석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이 자료들은 대체 불가능합니다.

주석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세 가지

1. 주석가의 전제를 먼저 파악하라

모든 주석은 특정한 신학적·방법론적 전제 위에서 쓰입니다. 자유주의 학자는 기적 기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복음주의 학자는 역사적 신빙성을 어떻게 다루는지, 개혁파 신학자는 계약신학의 렌즈를 어떻게 적용하는지 — 이것을 미리 알고 읽어야 주석가의 결론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습니다.

카슨과 롱만의 주석 안내서는 각 주석의 신학적 입장과 방법론을 요약해 주기 때문에, 새 주석을 처음 접할 때 서문부터 먼저 읽는 습관을 들이면 이 함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2. 결론만 가져오지 말고 논증을 따라가라

주석을 빠르게 훑으며 “결론: 이 구절은 이런 뜻이다”만 뽑아가는 것은 주석을 가장 나쁘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주석의 가치는 어떤 과정을 거쳐 그 해석에 이르렀는지에 있습니다. 원어 분석, 병행 본문 비교, 교부들의 해석, 현대 학자들 간의 논쟁 — 이 논증의 길을 따라갈 때 비로소 본문의 깊이를 맛볼 수 있고, 설교자 자신의 해석적 판단도 훈련됩니다.

3. 주석 간의 불일치를 보물로 여기라

롱만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석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독자가 옳고 주석이 틀릴 수도 있다.” 학자들이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른다는 것은 해당 본문이 단순히 “정답을 찾으면 끝나는” 본문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두 주석이 충돌할 때 설교자는 그 긴장 안에서 직접 본문의 증거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설교자를 진정한 본문의 해석자로 만듭니다.

주석이 대체할 수 없는 것

주석은 본문을 당신의 회중에게 연결하는 작업을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주석도 당신이 섬기는 공동체의 슬픔과 기쁨, 질문과 상처를 알지 못합니다.

설교자가 본문을 직접 관찰하고, 스스로 씨름하고, 그 결과를 주석과 대화하는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주석은 설교의 도구가 됩니다. 그 순서가 뒤집히면 — 주석을 먼저 읽고 설교를 구성하면 — 설교자는 주석가의 생각을 빌려오는 중계자에 머무르게 됩니다.

평균 8시간 54분을 설교 준비에 투자하는 한국의 목회자들이 그 시간을 어떤 순서로 쓰고 있는지가 강단의 질을 결정합니다. 본문 관찰에 시간을 투자하고, 주석은 그 씨름을 심화하는 파트너로 활용할 때 — 설교는 전문가의 요약이 아니라 설교자 자신이 만난 살아있는 말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주석은 몇 권이나 봐야 하나요?

본문 하나에 주석 4-5권을 빠르게 훑는 것보다, 2-3권을 깊이 읽는 것이 낫습니다. 설교 준비의 목적은 주석 비교가 아니라 본문 이해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각 성경책마다 권위 있는 중급 학술 주석 한 권, 강해 주석 한 권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삼으십시오.

원어를 모르는데 원어 주석이 의미 있나요?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원어 주석은 단순히 헬라어·히브리어 문법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원어의 맥락에서 어떤 뉘앙스와 논쟁이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원어를 모르더라도 논증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본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집니다.

설교자가 매주 이 과정을 다 거칠 수 있나요?

모든 주일 설교에 동일한 깊이를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강해 설교로 한 권의 책을 시리즈로 다룰 때는 시리즈 시작 전에 개론 작업을 철저히 해두면, 매 주의 본문 관찰 시간이 훨씬 효율적이 됩니다. 또한 강해 설교는 주석 없이 설교하는 주일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줍니다 — 전주에 이미 그 책의 흐름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주석 추천 목록이 있나요?

성경 각 권별 추천 주석은 D.A. 카슨의 『신약 주석 안내』(New Testament Commentary Survey)와 트렘퍼 롱만의 『구약 주석 안내』(Old Testament Commentary Survey)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출발점입니다. 두 책 모두 각 주석의 수준·신학적 입장·실용성을 간결하게 평가해줍니다. 디디모랩도 곧 성경 각 권별 추천 주석 가이드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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