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알고 보니
단테의 지옥과 성경의 심판 이미지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 불길이 아니라 얼어붙은 호수가 있고, 배신자들이 그 얼음에 갇혀 있다면 어떤 작품이 떠오를까. 단테의 『지옥편』이다. 강렬하고 오래 기억되는 장면이지만, 요한계시록이 제공하는 지옥의 지형도는 아니다. 성경 본문과 그 뒤에 쌓인 상상력을 구별하면 문학도 성경도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단테가 그린 아홉 겹의 지옥
『지옥편』은 『신곡』의 첫 번째 편으로 14세기 초에 유통되었고, 『신곡』 전체는 단테가 세상을 떠난 1321년 무렵 완성되었다. 작품 속 여행의 시점은 1300년이다. 단테는 지옥을 아홉 원으로 이루어진 깊은 구덩이로 묘사한다. 첫 원인 림보를 지나 탐욕·폭력·사기·배신 등의 죄가 배치되고, 맨 아래에는 얼음에 갇힌 사탄이 있다.
죄의 성격과 벌의 형태가 대응하는 방식은 흔히 콘트라파소(contrapasso)라고 부른다. 분열을 일으킨 자는 몸이 갈라지는 벌을 받는다. 이 용어는 후대 학자들이 단테에게 붙인 말만은 아니다. 『지옥편』 28곡 142행에서 베르트랑 드 보른이 자신의 형벌을 설명하며 직접 사용한다. 죄와 벌을 대응시키는 발상 자체는 단테 이전에도 있었지만, 단테는 여러 전승을 치밀한 시적 세계로 조직했다.
신약성경에는 이 지형도가 없다
신약성경의 심판 언어는 하나의 지도보다 여러 이미지로 나타난다. 마태복음에는 게헨나와 불, 바깥 어두운 곳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요한계시록은 불못을 말하면서 하데스와 구별한다. 하데스는 죽은 자들을 내어준 뒤 불못에 던져진다(계 20:13-15). 누가복음 16장의 부자와 나사로 이야기는 하데스를 배경으로 재물과 자비, 책임을 묻는다.
이 표현들은 각각의 문학적·신학적 문맥 안에서 읽어야 한다. 신약 어디에도 단테의 아홉 원이나 죄목별 배치표가 그대로 제시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최후 심판의 성격이나 지속 기간에 관한 교파 간 논쟁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더 제한적이다. 기독교 문화에서 널리 알려진 이미지와 성경의 직접적인 서술은 구별해야 한다.
단테 이전부터 이어진 상상력
단테는 지옥에 대한 모든 관념을 혼자 발명하지 않았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6권에는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장면이 있고, 단테는 바로 그 시인을 자신의 안내자로 등장시킨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묵시문학, 사후 세계를 다녀온 환상 이야기, 중세 설교도 그가 물려받은 문학적 환경에 속한다. 그레고리우스 대교황의 『대화록』 4권 역시 이런 기독교 사후 세계 이야기의 역사에 놓인다. 다만 이를 단테의 지옥 구조 전체를 직접 제공한 단일 출처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앨런 번스타인의 『지옥의 형성』은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사후 형벌 관념이 발전한 과정을, 제롬 바셰의 『저세상의 정의』는 중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지옥 도상을 연구한다. 이 연구들이 보여주는 것은 한 시인이 모든 것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테가 긴 수용사 속에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다.
그림의 연대도 구별해야 한다
조토가 파도바 스크로베니 예배당에 그린 「최후의 심판」은 1305년경 작품이다. 완성된 『지옥편』을 후대에 그림으로 옮겼다고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단테가 활동하던 무렵에 이미 생생한 지옥 도상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이후 르네상스 화가들과 삽화가들은 단테와 다른 전승들을 함께 활용했고, 19세기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는 『신곡』의 장면을 널리 알렸다.
귀스타브 도레, 『지옥편』 5곡의 미노스, 19세기 삽화 · Public Domain · 위키미디어 커먼즈. 성경 본문이 아니라 단테의 시를 그린 작품이다.
오늘날의 문학·영화·게임에도 단테의 영향은 남아 있지만, 모든 지옥 이미지가 그의 아홉 원에서 나왔다고 할 수는 없다. 설교에서 이런 그림을 사용할 때도 출처를 구체적으로 밝혀 주는 것이 좋다. 어느 부분은 성경에서, 어느 부분은 후대 전승에서, 어느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에서 왔는가. 이 질문을 던질 때 인상적인 예화가 성경의 직접 진술을 대신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디디모랩은 익숙한 성경 이미지의 본문과 수용사를 함께 살피는 설교 준비를 돕는다.
참고자료
- 단테, 『지옥편』, 특히 1·4·28·34곡; 28곡 142행, Princeton Dante Project.
-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6권; 그레고리우스 대교황, 『대화록』 4권.
- Alan E. Bernstein, The Formation of Hell: Death and Retribution in the Ancient and Early Christian Worlds (Cornell University Press, 1993).
- Jérôme Baschet, Les justices de l’au-delà: Les représentations de l’enfer en France et en Italie (XIIe–XVe siècle) (École française de Rome,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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