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 분석

결론은 마지막에 — 곽선희 목사의 귀납적 설교 세계

강남에서 시작된 새로운 설교

1977년 8월, 황해도 출신의 목사 한 명이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상가에 교인 열한 명과 함께 섰다. 그것이 소망교회의 시작이었다. 그 목사가 곽선희(郭善熙, 1933년생)다.

황해도 평산군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중 부친을 총격으로 잃고 월남한 그는, 단국대학교 영문학과를 나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M.Div.를, 프린스턴신학교에서 조직신학 Th.M.을,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신학 D.Miss.를 취득했다. 목사 안수는 1960년. 이후 1977년부터 2003년까지 26년간 소망교회 담임을 맡아 한국 대형교회 성장사의 한 챕터를 썼다.

그 26년 사이에 그가 강단에서 선보인 설교 방식은 당시 한국교회를 지배하던 흐름과 달랐다. 부흥사적 감성 폭발도 아니었고, 신학 강의 같은 주석적 해설도 아니었다. 청중이 스스로 결론에 이르도록 이끄는 귀납적 전개였다. 1960년부터 2023년까지 공식 집계 2만 회 이상의 설교를 쌓아온 그의 강단은, 한국 설교학이 ‘귀납적 설교의 선구자’로 기록하는 자리가 되었다.

설교 구조: 귀납적 설교와 결론 유보

설교를 구성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연역적 설교는 명제를 먼저 제시하고 그것을 증명·적용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오늘 본문은 ○○을 가르친다”로 시작해 그 ○○을 논증하는 구조다. 전통적인 3대지 설교가 대표적이다. 설교자가 결론을 가지고 강단에 오르며, 청중은 그 결론을 수용하는 위치에 선다. 명제가 먼저 오고 논거가 뒤따른다.

귀납적 설교는 방향이 반대다. 구체적인 질문이나 삶의 긴장에서 출발해, 청중과 함께 탐색의 여정을 걷다가 결론에 함께 도달한다. 논거가 먼저 오고 명제가 마지막에 온다. 결론은 선포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된다.

곽선희 목사는 자신의 원칙을 이렇게 표현했다.

“결론은 듣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지 말하는 사람의 입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실천 방식은 구체적이었다. 30분짜리 설교라면 20분이 지날 때까지 결론을 드러내지 않는다. 청중이 설교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질문을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결론이 ‘드러나는’ 구조다. 선생이 학생에게 답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왜 이것이 의미 있는가? 일요일 아침 강단에 앉은 사람들, 특히 복음을 어릴 때부터 들어온 사람들은 “예수님은 사랑이다”, “믿음으로 살라” 같은 명제를 너무 잘 안다. 결론이 첫 문장에 나오면 청중의 마음은 즉각 ‘아, 그거 알아’라며 닫힌다. 귀납적 설교는 그 문이 닫히기 전에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이다. 질문이 먼저 오면 ‘나도 모르는 답이 거기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로 귀가 열린다.

철학: “성경은 해석하지 말고 적용하라”

귀납적 구조는 단순한 기교가 아니다. 곽선희 목사의 설교 철학 전체가 그 구조를 뒷받침한다.

“성경은 해석하려 하지 말고 적용하려고 해야 한다.”

“설교는 ‘오늘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어야 한다.”

이 발언은 주해나 원어 분석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가 비판한 것은 ‘주석설교’였다 — 성경을 텍스트북 삼아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성경의 살아있는 요청을 놓친다는 비판이다. 그가 지향한 것은 깨달음이었다. 청중이 본문 앞에서 “내가 오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발견하게 하는 것.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이사장을 역임한 은준관 교수는 이 특징을 “성경 내용을 현실의 삶과 구체적으로 연결된 설교”로 정식화했다. 전 감신대 총장 김홍기도 “지나친 비합리적 신앙과 지나친 합리적 신앙 모두를 넘어선, 신앙을 전제로 한 이성적 이해를 추구하는 설교”라고 평가했다.

설교의 성공 기준이 ‘본문을 얼마나 잘 해설했는가’가 아니라 ‘청중이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가’에 놓인다. 이 우선순위가 설교의 모든 결을 결정한다.

간증과 체험 — “냉장고 음식은 감동이 없다”

적용 중심 설교는 자연스럽게 개인 체험과 간증의 비중을 높인다. 곽선희 목사는 이 점에서도 명확한 원칙을 가졌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깊이 경험하고 간증이 함께 가는 설교라야 감동이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모아 만든 설교를 “냉장고에 들어간 음식”이라 불렀다. 요리는 맞지만 온기가 없다는 뜻이다.

이 철학은 단순히 ‘실감나는 예화를 써라’는 요령이 아니다. 그것은 설교 신학의 문제다. 설교자가 직접 겪고, 씨름하고, 은혜를 받은 경험이 설교 안에 들어올 때, 그 설교는 하나의 증언(testimony)이 된다. 초대교회 사도들이 부활한 예수를 직접 본 경험을 선포했듯이, 설교자 자신이 살아낸 복음의 실재가 설교의 살이 된다는 신학이다.

이것이 곽선희 목사 설교에서 간증이 구조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다. 장식이 아니라 케리그마(kerygma)의 현대적 형식이기 때문이다.

케리그마적 선포와 성령론

곽선희 목사 설교학의 신학적 뼈대는 케리그마(κήρυγμα)와 성령론이다.

“초대교회 사도들이 직접 체험한 예수를 전하듯 케리그마적 이해가 필요하다.”

케리그마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사건의 선포다. 사도들이 “예수가 부활했다”를 선언할 때, 그것은 신학적 명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의 목격자 증언이었다. 곽선희 목사는 그 선포적 긴장을 현대 설교 안으로 가져오려 했다.

성령론은 그 선포의 기초다.

“성경 말씀은 객관적 계시이지만 성령이 역사하지 않으면 수필이나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 발언은 그의 설교학 전체를 요약한다. 귀납적 구조도, 간증도, 적용 중심 언어도 — 그것들은 모두 도구다. 그 도구를 살아있는 말씀으로 만드는 것은 성령이다. 설교자가 아무리 탁월한 귀납적 여정을 설계해도, 성령이 역사하지 않으면 그것은 좋은 강연에 머문다는 신학이다.

삼위일체적·성육신적 성경 해석을 강조하며 성령론과 기독론을 설교의 두 축으로 삼는 이 구조는, 그의 설교가 지적 탐구로 끝나지 않고 선포(proclamation)로 마무리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청중과 설교 — 이성과 신앙 사이의 균형

소망교회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대형교회다. 전문직·고학력 중상류층 교인이 집중된 이 공동체에서 곽선희 목사의 설교 스타일은 특별한 친화력을 발휘했다.

전 감신대 총장 김홍기의 표현 — “비합리적 신앙과 합리적 신앙 모두를 넘어선” — 이 이 친화성을 설명한다. 감성 중심 부흥회 스타일은 지식인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고, 반대로 냉철한 주석 강의는 신앙의 체온을 잃기 쉽다. 귀납적 전개, 개인 간증, 케리그마적 선포의 조합은 이성과 경험 사이의 균형을 잡는다.

그렇다고 이 방식이 비판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한일장신대 차정식 교수(신약학)는 “강남의 회개한 부르주아를 양산하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개인주의적이며 낯선 타인을 향한 연대 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비판은 적용 중심·내면 변화 중심의 설교가 사회적 연대의 차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질문을 던진다. 한국교회에서 설교 스타일과 회중의 사회적 상상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성찰하게 하는 대목이다.

2001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설문에서 한국 목회자들이 “설교 준비 시 가장 많이 참조하는 설교가”로 곽선희 목사를 1위로 꼽았다는 사실은, 그의 영향이 소망교회 강단을 훨씬 넘어 한국 개신교 전반에 미쳤음을 보여준다.

학술 연구 및 더 읽을 자료

4년간 곽선희 목사 설교를 전수 연구한 문성모(서울장신대)는 『곽선희 목사에게 배우는 설교』(두란노, 2008, 416쪽)를 출간했다. 서론 작성법, 본문 선택, 예화, 제목에 이르기까지 설교 기술 전 영역을 분석한 연구서다. 같은 저자의 KCI 논문 「곽선희 목사의 설교 서론에 대한 분석과 방법론 연구」(『신학과 실천』 9호, 2005)는 은유적 접근법과 문화적 맥락 분석을 다룬다.

그 외 박삼식의 「곽선희 목사의 설교에 나타난 예수의 십자가 이해」(계명대 박사, 2011), 김현진의 「현대 한국교회 설교자 연구: 곽선희·옥한흠·이동원 목사 비교연구」(서울신학대학원, 2010), 조광민의 「한국교회 격동기의 설교에 나타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연구」(장로회신학대학교, 2013)가 다양한 각도에서 곽선희 설교를 분석한다.

1차 자료로는 설교집 전집(계몽문화사, 67집 이상)과 강해집 20권이 있다. 소망교회가 아카이빙한 설교 영상도 스타일 연구에 유효한 자료다. 귀납적 설교가 한국의 사회적·문화적 맥락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탐구하려는 연구자에게, 곽선희 목사의 설교체는 가장 방대한 사례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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