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알고 보니
빌레몬서, 바울은 노예제를 어떻게 다뤘을까
빌레몬서는 단 한 장, 25절로 이루어진 짧은 편지입니다. 그러나 19세기 미국에서는 노예제 옹호론자와 폐지론자가 모두 이 편지를 근거로 삼았습니다. 같은 본문에서 정반대 결론이 나온 이유를 알려면, 바울이 직접 한 말과 독자들이 거기서 끌어낸 결론을 구별해야 합니다.
오네시모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옥에 갇힌 바울은 오네시모를 자신의 자녀이자 심복으로 부릅니다. 그를 빌레몬에게 보내면서 자신을 영접하듯 그를 받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편지의 중심에 놓인 16절은 새로운 관계를 이렇게 말합니다. “종 이상으로 곧 사랑받는 형제로.”
통상적인 해석에 따르면 오네시모는 빌레몬의 집에 속한 노예였습니다. 주인에게서 도망쳤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갈등을 중재해 달라고 바울을 찾아갔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편지는 그를 직접 ‘도망자’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18절의 손해나 빚에 관한 언급 역시 오네시모가 물건을 훔쳤다는 확정적 증거는 아닙니다. 우리가 읽는 것은 사건 전체의 기록이 아니라, 그 사건을 아는 사람들 사이의 편지 한 통입니다.
오네시모가 바울의 편지를 들고 빌레몬에게 돌아가는 장면을 그린 중세 필사본의 채식 머리글자(historiated initial) · 영국국립도서관(British Library) 소장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이미지 정보.
형제라는 말에 해방 요구도 들어 있을까
바울은 노예제 전체를 폐지할 정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네시모를 법적으로 해방하라는 명령도 명백한 법률 용어로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처벌을 줄여 달라고 부탁하는 데서 그치지도 않습니다. 빌레몬은 오네시모를 육신으로도 주 안에서도 형제로, 바울 자신처럼 맞아야 합니다.
이 요청의 실제 범위를 두고 학계의 해석이 갈립니다. 스캇 맥나이트의 주석은 오네시모의 해방을 바울이 의도한 결과로 강하게 읽습니다. 존 바클레이의 연구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형제 관계가 노예 소유 관계 안에 만드는 딜레마를 살핍니다. 형제 됨이 법적 소유 관계의 종식을 요구하는지, 바울이 명시적으로 해소하지 않은 관계 안에서 새로운 책임을 요구하는지가 논쟁의 핵심입니다.
19세기 독자들의 서로 다른 결론
손턴 스트링펠로는 『노예 제도에 관한 성경의 증언에 대한 간략한 검토』 1850년판의 보충 논의에서 빌레몬서를 노예제 옹호에 사용했습니다. 바울이 오네시모를 돌려보내고 제도 자체를 정죄하지 않았다는 점을, 그리스도인이 노예를 소유해도 된다는 근거로 읽은 것입니다.
반대로 앨버트 반스는 『성경 주해』의 빌레몬서 16절 주석과 25절 뒤의 결론에서 형제 관계의 의무가 결국 노예제 폐지를 향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트링펠로가 명시적 금지의 부재에 주목했다면, 반스는 바울이 적극적으로 요구한 관계의 함의에 주목했습니다.
이 두 사례만으로 바울의 의도에 관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성경 구절을 인용한다는 사실과, 그 인용으로 옹호하는 제도가 정당하다는 판단은 같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쉬운 결론 대신 본문의 요구를 듣기
노예제가 인간의 자유를 박탈하고 폭력을 제도화했다는 사실을 축소해서는 안 됩니다. 동시에 바울의 역사적 의도를 논할 때에는 그가 직접 답한 범위를 넘어 현대의 질문에 명백한 답을 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정확합니다.
설교에서는 빌레몬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오네시모를 바울 자신처럼 맞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요청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본문의 침묵과 관계를 바꾸라는 요구를 각각 어떻게 읽어 왔는지 살피는 수용사 연구가 여기에 도움이 됩니다. 디디모랩은 원어 주해와 해석사 자료를 함께 살피는 설교 준비를 돕습니다.
참고 자료
- Scot McKnight, The Letter to Philemon (NICNT; Eerdmans, 2017).
- John M. G. Barclay, “Paul, Philemon and the Dilemma of Christian Slave-Ownership”, New Testament Studies 37 (1991): 161–186.
- Thornton Stringfellow, A Brief Examination of Scripture Testimony on the Institution of Slavery (1850년판), Supplement.
- Albert Barnes, Notes on the Bible, Philemon, 16절 주석 및 25절 뒤의 결론.
댓글
댓글 남기기
작성한 댓글은 검토 후 공개됩니다. 이름과 댓글 내용만 저장되며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습니다.
이런 글도 있어요
성경 연구
오네시모 — 빌레몬서 전체가 이 한 사람을 위해 쓰인 이유
도망친 종 오네시모를 위해 바울은 신약성경에서 가장 짧지만 가장 대담한 편지 한 통을 씁니다. '종'과 '형제'라는 두 단어 사이에서 바울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요구하지 않는지 살펴봅니다.
성경, 알고 보니
‘내 이웃은 누구인가’, 레위기와 선한 사마리아인
레위기는 이웃과 체류자 사랑을 함께 명한다.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는 적대의 경계를 넘어 누가 이웃으로 행동하는지 묻는다.
성경, 알고 보니
신약성서의 귀신들 — 본문은 그 기원을 말하지 않는다
복음서는 귀신(악령)을 예수님 앞에서 떠는 실재하는 인격적 세력으로 그린다. 하지만 신약 본문 자체는 귀신이 무엇이며 어디서 왔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귀신 = 타락 천사' 또는 '죽은 거인의 영'이라는 설명은 신약이 아니라 제2성전 시대 유대 문헌, 특히 에녹1서에서 왔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